|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24일(현지시각)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서 수년간 거래 기록이 전무한 비트코인 지갑 3만9069개의 소유권을 법원이 인정해 달라는 소송이 제기됐다.
원고는 '노아 도'와 와이오밍주에 등록된 법인 'ABC 컴퍼니', 'XYZ 컴퍼니'다. 이들이 겨냥한 물량은 총 약 370만 비트코인으로, 비트코인 온체인 분석 플랫폼 타임체인 인덱스 창업자 사니의 추산에 따르면 현 시세 기준 약 2850억 달러(약 395조 원)에 달한다.
▲ 뉴욕주 분실재산법 끌어들인 원고… "신고했으니 내 것"
소송은 지난 1일 제기됐다. 원고 측은 해당 주소들과 연결된 비트코인이 법적으로 '유기된 재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직접 발굴해 뉴욕경찰에 신고한 뒤 뉴욕주 분실재산법에 따라 소유권을 청구했다.
원고 측의 논리는 기존 금융 법리에서 빌려왔다. 장기간 거래가 없는 예금·주식·보험금을 '휴면 자산'으로 분류해 국가가 관리하듯, 수년째 움직임이 없는 비트코인 지갑에도 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는 것이다.
원고 측은 이들 지갑이 초기 비트코인 채굴자와 사토시 나카모토로 추정되는 인물, 그 밖의 불특정 주체가 사실상 포기한 재산이며, 전통적인 은행 계좌처럼 압류 가능한 자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 사토시 추정 주소·마운트곡스 해커 지갑까지… 901쪽 소장에 담겼다
901쪽 분량의 소장에는 사토시 나카모토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지갑 주소 '12c6D'와 마운트곡스 거래소 해커와 연결된 주소 '1Feex'가 포함됐다. 가상자산 역사에서 가장 베일에 싸인 주소들이 한꺼번에 법정 분쟁의 도마에 오른 셈이다.
현재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10년 이상 움직임이 없는 비트코인은 약 350만 개(약 2710억 달러 상당)에 이르며, 5년 이상 휴면 상태인 물량은 660만 개(약 577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 "판결 받아도 열쇠 없인 못 꺼낸다"… 기술적 한계가 발목
업계는 소송 자체보다 실제 집행 가능성에 더 냉소적이다. 투자 리서치 기업 캐슬 랩스의 수석 리서치 애널리스트 노벨리더는 코인텔레그래프에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개인키 없이 자금을 재배정하는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지 않아 법원 판결은 기술적으로 집행 불가능한 상징적 조치에 그칠 것"이라며 "유일한 예외는 해당 코인이 규제된 수탁기관이나 거래소로 이전될 경우로, 그때만 법원이 중개자에게 이행을 강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해당 지갑 보유자 상당수가 사망했거나 키를 분실했거나 단순히 장기 보유 전략을 택한 것일 수 있다며, 이 중 어느 경우도 법적 유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통보 자체가 구조적 결함"… 법적 근거도 흔들
소송의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트코인 온체인 분석 플랫폼 타임체인 인덱스 창업자 사니는 사토시 시대의 비트코인 대부분이 'P2PK(Pay-to-Public-Key)' 출력 형식에 저장돼 있는데, 원고 측은 실제 잔액이 없는 'P2PKH(Pay-to-Public-Key-Hash)' 형식의 주소로만 법적 통보를 발송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자산이 있는 주소에는 통보가 닿지 않은 셈이다. 캐슬 랩스 측도 이 통보 시도가 "구조적으로 결함이 있다"고 동의하며, OP_RETURN 함수를 통한 소액 거래 방식 역시 지갑을 능동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수신자에게만 작동하는 방식이라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가상자산을 기존 금융 자산과 동일한 법적 틀로 다룰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을 법정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내려지든,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 경계를 어디까지 그을 것인지를 놓고 본격적인 법적·제도적 논의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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