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노동시장] "몇백원 인상도 절실" vs "버틸 여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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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노동시장] "몇백원 인상도 절실" vs "버틸 여력 없다"

아주경제 2026-05-25 22:09: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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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사무실 사진김유진 기자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사무실. [사진=김유진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줄다리기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양측은 이번 협상을 단순한 임금 조율이 아닌 ‘생존’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 물가 급등 속에서 생계비 보전을 위해 단 몇백 원이라도 더 인상해야 한다는 노동계와 누적된 고정비 부담으로 더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사용자 측이 정면으로 맞서는 구도다.

25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는 26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착수한다. 1차 회의에서 위원장 선출 방식 등에 반발해 퇴장했던 민주노총 측 위원들도 전원 복귀하면서 협상은 본격적인 국면에 들어설 전망이다.

최저임금 협상이 매년 격렬한 충돌로 이어지는 이유는 구조 자체가 일반적인 임금 협상과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과를 나누는 문제가 아니라 노사 모두가 ‘버틸 수 있느냐’를 놓고 맞서는 협상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주체 상당수가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인 반면 이를 받는 근로자 역시 취약계층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갈등은 더욱 첨예해진다.

노동계는 최근 1~2년간 누적된 물가 상승을 근거로 실질임금 보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외식·식료품 가격과 주거비 부담이 동시에 커진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조금만 뒤처져도 생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국제 유가 상승과 고환율 여파로 하반기 물가 불안이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인상 요구는 더욱 절박해지는 분위기다.

반면 경영계는 이미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등 일부 수출 대기업의 실적 개선과 달리 내수 업종은 회복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4월 소상공인 경기실사지수(BSI)는 63.7에 머물며 기준치(100)를 크게 밑돌았다. 체감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인건비 상승은 곧바로 생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양측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최저임금 협상은 구조적인 딜레마에 빠져 있다. 임금을 인상하면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고용주가 고용을 줄일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인상 폭을 최소화하면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누군가는 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제로섬 구조’가 고착화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갈등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으로 산업 간 생산성 격차를 지목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과 영세 서비스업 간 생산성 차이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동일한 최저임금을 일괄 적용하는 방식으로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논쟁의 초점은 ‘얼마를 올릴 것인가’에서 ‘누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지불 능력이 취약한 업종이 임금 인상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지 못하면 최저임금 인상은 곧바로 고용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문제를 노사 간 협상 테이블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정책 패키지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상공인 임대료 부담 완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 구조 개선 등 비용 구조 전반을 손보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소모적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논쟁은 더 이상 단순한 임금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시장 양극화와 산업 구조의 취약성을 동시에 드러내는 지표이자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구조적 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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