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장애인 ‘삶의 서사’ 만드는 인문교육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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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장애인 ‘삶의 서사’ 만드는 인문교육 강화

경기일보 2026-05-25 19:03: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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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국 한경국립대 사회통합학부 교수

 

모든 사람에게 실존적 의미를 부여하는 인문학은 필요하다. 장애인에게는 실존적 의미를 부여하는 인문학적인 접근이 더욱 필요하다. 아픔과 좌절, 고통을 경험한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실존적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성이 달라진다.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간은 먼저 실존하고 그 후에 스스로를 정의한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정책을 살펴보면 여전히 실존적인 측면보다는 생존적인 측면에 머물러 재활이나 경제적인 자립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들에게 사회 복지의 수혜자라는 수동적인 틀을 깨고 존엄한 한 인간이자 주체적인 시민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인문학적인 교육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장애인에게 인문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단순한 지식의 습득을 넘어 한 개인의 내면과 사회적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강력한 효과를 낳는다. 장애인에게 인문교육은 단순한 교양 함양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며 자신의 존재를 의미를 부여하는 삶을 살게 하는 생존교육이라 할 수 있다.

 

비장애인들이 평생교육에 참여하는 비율은 30%를 웃도는 반면 장애인의 교육 참여율은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인문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절대적인 기회 자체가 부족함을 의미한다. 장애인들에게 실시하는 인문교육은 16%정도이며 그중에서도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문화예술에 치우쳐 있다. 단순 여가나 예술 활동에 비해 철학, 문학, 역사 등을 깊이 있게 다루는 교육의 파이는 크지 않은 편이다. 발달장애인들에게 무슨 인문교육이 필요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것은 비장애인의 입장이라고 생각된다. 발달장애인들도 자신만의 세계로 자신을 정의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2027년부터 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법이 시행되는데 현재 복지관이나 평생교육기관에서 실시하는 생활 밀착형 및 예술 융합 인문학이 인기를 얻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어려운 텍스트 위주의 수업보다 영화, 음악, 미술 명화 감상과 결합해 심리를 치유하고 자아를 탐구하는 프로그램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다양한 인문학적인 접근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 제공해야 한다.

 

장애인들에게 제공되는 인문교육은 철저하게 통합교육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재 운영되는 장애인 평생교육 중 비장애인과 함께 수업을 듣는 통합교육 비율은 17%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다수가 복지시설이나 평생교육기관 내에서 장애인들끼리만 분리돼 진행되기 때문에 인문학이 지향하는 사회적 편견 해소와 보편적 소통, 함께하는 공동체의식이라는 목적을 온전히 달성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장애인 인문교육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통합교육을 지향하도록 철저하게 기획 및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

 

장애인들이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편견이 아닌 스스로의 목소리로 고유한 삶의 서사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인문교육을 강화하자는 것이 하나의 구호가 아닌 실제적으로 평생교육현장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인문학은 삶의 여유가 있는 이들만 누리는 사치가 아니다. 세상과의 소통이 단절되고 소외된 이들에게 가장 먼저 쥐여줘야 할 세상과의 연결 고리이자 하나의 소중한 권리이며 장애인들에게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버팀목이다. 경기도와 지역사회가 장애인 평생학습의 패러다임을 단순 기능 훈련에서 인문학적 가치 중심으로 과감히 전환해 장애인들에게 실시한다면 장애인 스스로 주체적인 삶의 서사를 써 내려가게 될 것이고 장애라는 낡은 장벽을 넘어 존엄한 시민이자 우리의 이웃으로 당당하게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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