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금리 급등에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 국고채 금리가 미국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기업과 가계의 자금조달 부담이 확대되고, 반도체와 비반도체 업종 간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22일 연 3.736%로 마감하며 연초 대비 80bp 이상 상승했다. 10년물과 30년물 등 장기 국채 금리도 큰 폭으로 뛰었다. 특히 한국 국채금리 상승 속도는 미국보다 훨씬 가팔랐다. 올해 들어 미국 10년물 금리가 약 9% 상승한 반면 한국은 23% 넘게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경기 호황, 중동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정부의 확장재정과 국채 발행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국채금리 상승이 단순히 채권시장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고채 금리는 회사채·은행채·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시장금리 전반을 끌어올린다. 결국 기업은 더 높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고 가계와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만 상승해도 전체 가계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조2000억 원 증가한다. 자영업자의 경우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이 더욱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현재 한국 경제가 AI·반도체 중심으로 성장하는 ‘K자형 회복’ 구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반도체 업종은 수출 호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비반도체 제조업과 내수 업종은 여전히 고금리와 소비 둔화 압박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5.9%로 크게 확대됐지만, 반도체 외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장기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내수 업종과 비반도체 제조업의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강병구 인하대학교 교수는 “국채금리 상승은 기업 대출금리와 가계 이자 부담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며 “경기 회복이 일부 반도체 업종에 집중된 상황에서 금리 부담까지 커질 경우 내수와 비반도체 업종의 어려움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도 “최근 장기금리 상승은 경기 과열보다 물가와 재정 부담, 국채 공급 우려가 반영된 성격이 강하다”며 “시장금리만 빠르게 오르면 소비와 투자 위축, 취약차주 부실 위험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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