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하청까지 번지는 삼전 사태…"커지는 정부 역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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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하청까지 번지는 삼전 사태…"커지는 정부 역할론"

이데일리 2026-05-25 17:53: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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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삼성전자 노조의 임단협 찬반 투표율이 90%에 육박하면서 합의안이 무난하게 통과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삼성전자 내부 반도체(DS)부문과 완제품(DX)부문을 넘어 주요 계열사, 하청 기업 등으로 갈등 양상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과반수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의 2026년도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안 찬반 투표율은 이날 오전 현재 86%를 돌파했다. 지난 22일 오후 2시부터 찬반 투표를 시작한 이후 나흘 만이다. 오는 27일 오전 10시 투표 마감까지 투표율은 90%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안은 무난하게 가결될 게 유력하다. 가장 큰 성과급(1인당 평균 6억원 안팎 추정)을 받는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조합원만 초기업노조에 2만4000명 넘게 있기 때문이다. 비(非)메모리는 약 1만7000명, 공통 부문은 약 2만2000명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일부만 찬성표를 던져도 합의안은 통과된다. 특히 합의안이 부결돼 총파업으로 이어진다면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도 가결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총파업이 현실화한다면 정부가 강제 조정에 나서며 최악의 경우 정부와 노조간 물리적인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더 주목할 점은 이번 합의가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전자 내부의 DS부문과 DX부문의 갈등은 이미 표면화하고 있고, 더 나아가 삼성그룹 다른 계열사들까지 불만이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는 이미 관련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삼성그룹 주요 전자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은 올해 초 2026년도 임금 협상을 마쳤다. 이들의 임금 인상률은 각각 6.2%, 5.9%, 4.0%로 삼성전자(6.2%)보다 낮다. 게다가 삼성전자 노사가 많게는 수억대의 특별 성과급 제도를 신설하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은 더 커지는 기류다.

국내 한 대기업의 임원은 “이번 합의로 메모리사업부의 저연차 직원들이 웬만한 삼성 임원들보다 훨씬 더 많은 성과급을 받게 됐는데, 앞으로 매년 이런 사태가 반복되면 누가 임원을 해보겠다고 노력하겠는가”라며 “삼성의 다른 계열사들까지 성과급 불만이 분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만에 하나 노란봉투법을 타고 각 계열사 하청 노조들까지 원청을 대상으로 도미노식 직접 교섭을 요구할 경우 노사간 갈등 양상은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이렇자 재계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업이익 N%’를 전(全) 직원들에게 무조건 나누는 식의 성과급 제도가 사회적 대혼란을 불러올 게 뻔한 만큼 새로운 성과급 원칙을 만드는데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노사에만 맡겨놓으면 파국으로 치닫는 사례가 빈번해질 수 있다. 아울러 정부가 호봉이 아닌 직무·성과 기반 임금체계 개편, 정규직 과잉 보호 완화 등 해묵은 노동시장 과제를 풀 신호탄으로 삼아야 한다는 관측 역시 힘을 받는다.

재계 한 고위인사는 “호황기·불황기 상관없이 정년 보장 혜택은 다 누리면서, 성과급은 최대치로 받으려는 요구는 기업 경영 측면에서 지속가능할 수 없다”며 “수억원대 성과급 수령 사례가 나온 만큼 정부는 그에 맞춰 고용 유연성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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