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국내 우주산업이 차세대발사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다음 경쟁은 ‘발사 이후 시장’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우주강국들이 정부 조달을 기반으로 상업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도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 확보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발사 성공보다 중요한 ‘상업 고객’ 확보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우주산업에서는 정부가 민간 업체의 ‘첫 고객’ 역할을 하며 시장을 키우는 방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과거처럼 정부가 직접 우주선을 개발·운영하는 데서 나아가, 민간 업체의 발사와 달 수송, 위성 서비스 이용 계약을 체결해 상업 생태계를 만드는 구조다.
실제 우주산업은 초기 투자비와 고정비 부담이 크고 발사 실패 위험도 높아, 민간 업체가 초기부터 상업 시장만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정부 조달을 통해 민간 업체의 초기 시장 형성을 지원하는 구조를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CLPS(Commercial Lunar Payload Services, 민간 달 탑재체 서비스)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CLPS는 민간 업체가 개발한 달 착륙선에 나사의 과학 장비를 실어 보내는 사업으로, 일정 지연과 비용 증가 문제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장기 달 탐사 계획의 핵심 민간 조달 사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나사는 현재 별도 조달 공고를 통해 후속 사업인 CLPS 2.0도 준비 중이다.
실제 미국의 우주 업체들은 나사의 계약을 기반으로 사업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휴스턴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인튜이티브 머신스(Intuitive Machines)는 지난해 민간 달 착륙 이후 나사 후속 계약을 추가 확보했고,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Firefly Aerospace)도 나사의 달 임무 계약을 수주했다.
미국은 국제우주정거장(ISS) 이후에도 민간 업체가 운영하는 상업용 우주정거장 서비스를 정부가 이용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나사는 ISS가 오는 2030년 퇴역할 예정인 만큼 민간 우주정거장을 활용한 저궤도 연구·체류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노바스페이스는 지난 1월 ‘우주경제 보고서(Space Economy Report 12th Edition)’에서 이러한 최근 우주산업 흐름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우주경제 규모가 2025년 6264억달러에서 2034년 1조10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인 가운데 수익 구조가 단순 인프라 확장을 넘어 위성 데이터와 우주 인터넷, 달 수송 같은 서비스 중심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한마디로 누가 로켓을 만들 수 있느냐보다 누가 실제 시장과 고객을 확보하느냐가 더 중요한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도 정부 주도로 민간 우주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지난 4월 공개한 ‘우주전략기금 개요(Overview of the Space Strategy Fund)’에 따르면 일본은 10년간 총 1조엔 규모의 우주전략기금 조성을 추진 중이다. 우주 수송과 위성, 탐사 분야 민간 업체를 장기 지원하는 구조다.
특히 일본은 단순 연구개발 지원을 넘어 민간 업체가 실제 사업 경험과 시장을 확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이 나사 계약을 통해 시장을 만들고 있다면, 일본은 대규모 정책 자금을 통해 상업 생태계를 키우는 방식에 가깝다.
유럽 역시 위성 기반 통신망과 우주 데이터 활용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독자 위성통신망 구축 사업인 IRIS²를 추진하며 우주 기반 보안통신 시장 확대를 추진 중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위성 통신과 우주 기반 감시 체계 중요성이 커진 영향이다.
◇ 한국도 차세대발사체 이후가 더 중요
국내 우주산업 역시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누리호 발사 성공 이후 정부는 메탄 기반 재사용 차세대발사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실제 경쟁은 발사 이후부터 시작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올해 우주 분야 예산은 1조1605억원 규모다. 달 탐사 2단계 사업과 누리호 5차 발사, 메탄 기반 재사용 발사체 사업 등이 포함됐다. 이 중 차세대발사체 개발은 이미 본격화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오는 2032년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지난 3월 차세대발사체 시스템설계검토회의(SDR)를 진행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발사체 개발 성공만으로 산업 경쟁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세계 우주산업의 수익 상당수가 이미 위성 데이터와 서비스, 통신, 유지·운영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도 향후 한국 우주산업 경쟁력이 실제 상업 수요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차세대발사체를 통해 어떤 위성을 반복 발사할 수 있는지, 국내 업체들이 위성 데이터와 우주 서비스 시장에서 어떤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가 다음 단계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스페이스X는 자체 스타링크(Starlink) 위성 발사를 기반으로 반복 수요를 확보하며 발사 단가를 낮춰 왔다.
결국 누리호와 차세대발사체가 국내 우주산업의 기술 기반을 넓혔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안정적인 상업 수요와 서비스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한국의 우주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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