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오늘 하루만 살아남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료들이 ‘하루살이’라고 부르더라구요”
프로당구 PBA에서 활약 중인 조건휘는 항상 밝고 유쾌하다. 물론 경기 중에는 진지하지만 경기장을 나오면 표정이 달라진다. 그런 긍정적인 마인드는 선수로서 활약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큰 목표 대신 ‘그냥 오늘만 잘하자’는 마음가짐이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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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휘는 지난 24일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6~27시즌 개막 투어 ‘우리금융캐피탈 PBA-LPBA 챔피언십’ PBA 결승전에서 조재호(46·NH농협카드)를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4-3으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 시즌 월드챔피언십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결승에 오른 조건휘는 먼저 두 세트를 내줘 패색이 짙었지만 이후 경기를 뒤집어 역전승을 일궈냈다.
조건휘는 우승 뒤 “너무 기쁘다. 지난 시즌 월드챔피언십에 이어 시즌 개막전부터 결승에 올라와 좋았다”며 “부상(전기차 1년 사용 쿠폰)까지 받아 더 기쁘다”고 말했다.
우승은 쉽게 오지 않았다. 첫 두 세트를 내줬을 때만 해도 흐름이 조재호 쪽으로 완전히 넘어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조건휘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나는 매번 경기가 끝나고 상대 선수와 악수할 때까지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고 생각한다”며 “0대2로 지고 있을 때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자는 생각으로 경기했다”고 했다.
조건휘는 최근 두 대회 연속 결승 진출로 확실한 상승세를 탔다. 다만 스스로는 “기량이 만개했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며 “아직 더 연습해야 하고, 더 발전해야 한다”고 몸을 낮췄다.
그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정신을 집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공격을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음 배치를 생각하면서 공을 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조건휘의 우승 원동력은 특별한 변화가 아니다. 그냥 ‘평소처럼’ 하는 루틴의 힘이었다. 그는 “시합이라고 해서 특별히 연습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냥 하던 대로 하려고 했다”며 “평상시처럼 아침에 운동하고 오후에는 당구 연습을 계속했다. 그런 과정이 몸에 배어 부담이 덜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하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시즌은 짧았다. 시즌을 준비할 시간이 확실히 적었다. 그래서인지 마음가짐도 단순하게 가져갔다. 조건휘는 “항상 하던 대로 하자는 마음이었다”며 “오늘 하루만 살아남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선다고 했더니 다른 선수들이 ‘하루살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고 웃었다.
조건휘가 원래부터 ‘만만디’는 아니었다. 과거에는 많이 다혈질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성격이 좋지 않다는 걸 느꼈다. 패배 뒤에도 감정을 오래 끌고 가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는 “나도 인간이고 선수다보니 지면 스트레스를 받지만, 5분 안에는 잊으려고 노력한다”며 “더 깊게 생각하면 좋지 않다. 오늘 공이 잘 안 맞으면 내일은 잘 맞겠지라는 생각으로 당구를 친다”고 했다.
성격을 바꾸게 된 계기도 있었다. 조건휘는 “시합 때문에 많이 예민해진 시기가 있었다. 아내를 비롯해 주위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게 느껴졌다”며 “그때부터 성격을 바꾸려고 했다. 지금도 그럴 때가 있지만 후딱 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우승 상금과 부상 사용 계획도 눈길을 끌었다. 조건휘는 “모두 아내에게 줄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 부상으로 받은 전기차 1년 이용권 역시 아내에게 줄 생각이다. 그는 “나는 차가 있다. 아내가 회사와 집 거리가 멀다”며 “아내가 편하게 다닐 수 있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작 자신을 위한 선물은 없다고 했다. 조건휘는 “항상 당구장에 가 있으니 옷도 크게 필요하지 않다. 어릴 때는 명품도 좋아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면서 “연습장에 있으면 초크 가루가 묻어 매번 드라이클리닝이 필요하다. 그냥 저렴한 옷이 나은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당구 외의 취미도 거의 없다. 그의 하루는 단순하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오전 10시쯤 연습장에 가 밤 9시쯤 집에 돌아온다. 집에서는 씻고 누워 OTT를 보는 것이 하루의 낙이다. 그는 “가끔 아내와 놀러 가는 것 외에는 집에만 있는다”며 “웨이트 운동과 재활운동을 같이 하고 있다”고 했다.
조건휘는 이번 시즌 팀리그에서도 새 출발을 한다. 드래프트를 통해 웰컴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웰컴저축은행에서 뽑아줘 기쁘다. 팀 컬러가 빨간색인데 나와 잘 맞는 것 같다”며 “팀리그에서도 개인투어만큼 열심히 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니엘 산체스, 세미 사이그너, 김종원 선수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1라운드 2순위 지명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조건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팀리그는 뛰고 싶어도 뛰지 못하는 선수도 많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전 소속팀 SK렌터카 동료들과 적으로 만나야 하는 것은 살짝 아쉽다. 그는 “전에 같이 뛰던 선수들이 이제 상대팀으로 대결해야 해 어색할 것 같다”며 “SK렌터카 선수들 중 나만 다른 팀으로 흩어졌다. 외로워도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조건휘의 다음 목표는 소박하다. 또 한 번의 우승이다. 그는 “한 번 더 우승하도록 하겠다”며 “당장보다는 대회 후반부에 우승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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