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은 그 자체론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장기간 지속 시 몸의 크고 작은 혈관을 망가뜨려 여러 합병증을 유발, 전신건강을 위협한다. 고혈압이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는 까닭이다.
하지만 고혈압은 관리가 잘 되는 질환이기도 하다. 적극적인 생활습관 개선과 꾸준한 약물치료로 초기부터 혈압을 조절하면 합병증 위험에서 벗어나 건강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대규모 국제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고혈압 조절률은 괄목할 만한 향상을 보였으며 특히 한국은 대표 모범국으로 꼽힌다. 단 젊은 고혈압환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어 이 세대의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 가운데 대한고혈압학회가 여섯 번째 고혈압 진료지침을 개정·발표했다. 학회는 2000년 첫 번째 진료지침 발표 후 다양한 임상연구와 의학적 근거를 반영, 진료지침의 내용을 수정 보완하며 임상현장에 도움이 되는 최신 권고안을 제시해왔다.
먼저 ‘2026 6차 개정 진료지침’에 새롭게 추가된 내용은 ▲이완기단독고혈압 분류 ▲커프리스 혈압계의 임상 도입 ▲새 고혈압 약제 도입 ▲단일제형복합제 새 분류체계 제시 ▲생활습관 교정 확대 등이다.
이완기단독고혈압은 고혈압 기준을 기존과 동일한 140/90mmHg 이상으로 유지하면서도 수축기혈압은 정상이나 이완기혈압만 상승한 경우로 젊은 연령층에서 흔히 나타나고 있다. 이에 학회는 최신 국내 연구결과를 반영해 이완기단독고혈압을 새롭게 분류했다.
고혈압 관리에서 정기적인 혈압 측정은 빼놓을 수 없는 가운데 학회는 이번 진료지침에서 활동혈압(일상생활 중 24시간 동안 15~30분 간격으로 반복 측정하는 혈압)과 가정혈압(안정된 가정환경에서 아침저녁 일정한 시간에 직접 측정하는 혈압)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수은혈압계를 대체한 다양한 무수은혈압계를 측정 원리에 따라 새롭게 분류, 국내외 진료지침 가운데 처음으로 커프리스 혈압계를 임상혈압 감시장치로 포함했다. 이는 커프 압박 없이 혈압 측정이 가능한 기기로 수면 중 연속혈압 측정이 가능해 혈압 변동성평가와 환자 자가관리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반지형 혈압계는 국제표준(ISO 81060-2:2018) 허용 범위 내의 혈압값 정확도를 보여 국내에서는 식약처 허가와 함께 24시간 활동혈압감시 건강보험 수가에도 적용, 실제 임상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에 학회는 향후 검증과정과 임상 적용의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심혈관질환과 신장질환은 고혈압의 대표적인 합병증으로 학회는 기존 항고혈압제 외에도 심부전, 심혈관질환, 신장질환 보호효과까지 확인된 angiotensin receptor-neprilysin inhibitor (ARNI), sodium-glucose cotransporter 2 inhibitor (SGLT2 억제제), non-steroidal mineralocorticoid inhibitor(비스테로이드성MRA), 알도스테론합성효소억제제(aldosterone synthase inhibitor, ASI) 등의 약제를 새로운 치료전략에 포함했다.
단일제형복합제의 분류기준도 세분화돼 환자별로 맞춤치료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단일제형복합제는 두 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를 하나의 제형에 포함한 치료방식이다. 약물치료 지속성을 높이고 개별 약제 병용보다 우수한 혈압강하효과와 비용효과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다양한 용량의 단일제형복합제가 현재 고혈압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이에 학회는 통상적인 시작용량을 기준으로 단일제형복합제를 초저용량, 저용량, 표준용량, 고용량으로 새롭게 분류해 명시했다. 특히 최근 연구를 반영해 초저용량 저용량복합제가 부작용 증가 없이 우수한 혈압조절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고혈압 치료의 새로운 전략으로 제시했다.
고혈압 관리에서 생활습관 개선은 필수다. 특히 이번 진료지침에서는 체중조절, 저염식, 절주, 금연, 운동, 건강한 식습관 등 외에 전자담배와 간접흡연 역시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와 관련 있다는 근거를 반영 금연 권고범위를 확대했다. 또 호흡운동, 명상, 마음챙김 등 스트레스 완화요법이 혈압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비약물 치료전략에 새롭게 포함해 생활습관 치료영역을 더욱 강화했다.
이밖에 비만과 젊은 성인 고혈압을 새로운 핵심관리분야로 포함, 비만·고혈압환자는 체중감량과 적극적인 혈압 조절을 강조하고 GLP-1 수용체작용제와 SGLT2억제제 등 새로운 치료전략을 제시했다. 또 20~39세 젊은 고혈압환자에서는 조기진단과 적극적인 치료로 장기적인 심혈관질환 위험감소효과를 얻을 수 있는 만큼 40세 미만에서는 이차성 고혈압 선별검사를 적극 고려하도록 권고했다.
기존 지침과 변경된 내용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최근 적극적인 혈압 조절이 심뇌혈관질환 및 사망위험 감소에 도움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고위험 고혈압환자와 심혈관질환, 당뇨병, 만성콩팥병, 뇌졸중 등이 동반된 환자에서는 목표혈압을 <130/80mmHg으로 강화하도록 권고했다.
특히 STEP, ESPRIT, BPROAD 연구 등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당뇨병환자에서 보다 적극적인 혈압 조절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만성콩팥병환자에서는 단백뇨 여부와 관계없이 적극적인 혈압 조절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뇌졸중환자에서도 재발 예방을 위해 보다 엄격한 혈압 조절 목표를 제시했으나 두개내 뇌혈관 협착이 심한 일부 뇌졸중환자에서는 환자 상태를 고려한 개별화된 혈압 조절 접근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난치성 고혈압’이라는 새로운 개념도 도입됐다. 이는 2제 이상의 항고혈압제를 사용해도 목표혈압에 도달하지 못해 전문가의 추가 평가나 치료방침 설정이 필요한 경우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기존의 저항성고혈압을 모두 포함한다. 또 목표혈압에 도달하지 못하는 환자에 대한 단계적 진단·치료 알고리즘을 제시하고 아밀로라이드, ARNI, 알도스테론합성효소억제제(ASI)와 함께 신장신경차단술(renal denervation) 등을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포함했다.
임신중 고혈압 관리 가이드라인도 명확해졌다. 임신 중 백의고혈압도 산모와 태아 합병증 위험 증가와 관련될 수 있어 진료실 밖 혈압 측정을 적극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CHAP 연구를 근거로 임신성 또는 만성고혈압환자에서 혈압을 140/90mmHg 미만으로 적극 조절하도록 제시했다. 임신 중 사용 가능 약제로는 메틸도파, 라베타롤, 니페디핀, 암로디핀 등을 제시했으며 수유 중에는 모유 이행이 적은 약제를 우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