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 간첩이 무기고를 탈취해 계엄군을 공격했다는 내용의 허위 신문 이미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해당 이미지를 유포한 50대 여성을 검거한 데 이어 최초 제작자 추적에도 착수했다.
A씨가 SNS에서 배포한 가짜 게시물.
25일 경찰에 따르면 광주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로 50대 여성 A씨를 검거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1일 새벽 자신의 SNS 계정에 1980년 5월 20일자 신문처럼 꾸민 가짜 지면 이미지를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문제가 된 이미지는 실제 신문 형식을 모방해 제작됐다. 상단에는 ‘광주일보’라는 제호와 함께 ‘1980년 5월 20일 화요일’이라는 날짜, ‘제1258호’ 등의 표기가 들어갔다. 기사 제목은 ‘5·18, 북에서 지령받은 간첩들 무기고 탈취, 계엄군 무차별 공격’으로 적혀 있었고, 부제에는 ‘간첩 전단, 폭도들과 합세해 평화로운 광주를 피로 물들여… 시민들 공포에 떨어’ 등의 문구가 삽입됐다.
이미지에는 복면을 쓴 남성들이 무기를 들고 이동하는 장면과 군인들이 시민을 제압하는 듯한 사진도 함께 배치됐다. 일부 사진에는 ‘간첩 내통 폭도들 무기고 습격 준비’ 등의 설명 문구가 덧붙여졌다. 전체 지면 구성은 1980년대 인쇄 신문 형태를 흉내 냈으나 실제 존재했던 기사나 지면과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해당 이미지에는 ‘광주일보’ 제호가 사용됐지만, 현재의 광주일보는 1980년 5·18 당시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 광주 지역에서 발행된 일간지는 전남일보와 전남매일신문이었다. 현재 광주일보는 1980년 언론통폐합 이후 만들어진 신문이다.
언론계와 5·18 관련 단체들은 허위 이미지가 실제 역사 기록처럼 꾸며져 있다는 점에서 왜곡 의도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일부 누리꾼이 왜곡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사람들 반응이 궁금해 게시했다”며 직접 제작한 것은 아니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이미지를 전달받은 경로와 최초 제작자를 추적하고 있다. 또 게시글 댓글과 재유포 과정에서 5·18 관련 허위 사실을 퍼뜨린 사례가 더 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광주일보 측도 법적 대응에 나섰다. 신문사 측은 해당 이미지가 AI 기술 등을 활용해 제작된 허위 조작물이라고 보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경찰청 역시 최근 AI를 활용한 허위 콘텐츠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5·18 왜곡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허위 정보를 조직적으로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적극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1980년 5월 당시 전남매일신문 기자들은 신군부의 언론 검열에 항의하며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다. 당시 기자들은 사직서에서 “우리는 보았다. 사람이 개 끌리듯 끌려가 죽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신문에는 단 한 줄도 싣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 사직서를 진실을 알리기 위해 등사해 거리에서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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