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 판 것 아니다”…큐라클, 1.6조 규모 뉴코 딜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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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 판 것 아니다”…큐라클, 1.6조 규모 뉴코 딜의 실체

이데일리 2026-05-25 08:11: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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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시장에서는 ‘돈이 급해서 급하게 기술이전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회사 내부에선 오히려 반대하는 분위기다. 망막질환 치료 이중항체 MT-103은 큐라클이 의도적으로 ‘팔릴 수 있는 데이터’를 설계해 만든 첫 사례다.”

큐라클(365270)이 최근 체결한 MT-103 기술이전을 두고 시장 해석이 갈리고 있다. 조(兆) 단위 계약에도 선급금이 116억원에 불과해 “몸값이 지나치게 낮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회사 측은 “전임상 초기 단계 자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매우 효율적인 딜”이라고 반박한다.

(사진=큐라클 홈페이지)






◇“전임상 두 개 했다”…‘팔릴 데이터’ 만들어 남는 장사했다

큐라클은 지난 11일 맵틱스와 공동 개발하고 있는 MT-103 기술 이전 계약을 미국 메멘토 메디신(Memento Medicines)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계약금 800만달러(116억원), 허가 마일스톤 8225만달러(1228억원), 상업화 마일스톤 9억8750만달러(1조4745억원) 등 총 10억7775만달러(1조5636억원) 규모다. 로열티는 별도로 알려졌다.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는 지난 13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KG타워에서 큐라클 고위 임원 및 전략기획 담당 부장과 만나 MT-103 기술이전 구조와 뉴코(NewCo) 모델의 실체, 시장 우려에 대한 회사 측 입장을 들어봤다. 시장 일각에서는 “선급금 규모가 지나치게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큐라클 관계자는 “지금 시장에는 ‘큐라클이 자금이 급해서 조기 기술이전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다”면서도 “오히려 적은 비용으로 글로벌 시장이 원하는 핵심 데이터만 확보해 높은 가치로 연결한 전략적 딜”이라고 반박했다.

큐라클 관계자는 에이비엘바이오-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사례 등을 언급하며 “초기 단계 항체 딜은 상업화 마일스톤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며 “항체는 개발 비용이 워낙 커 전임상 단계 조기 기술이전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큐라클 내부에서는 이번 딜의 핵심을 효율적 전임상 설계로 보고 있었다. 일반적인 항체 개발은 독성시험(GLP Tox), 영장류 시험, 세포주 생산 등에 수백억원이 투입된다. 반면 MT-103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가장 궁금해할 핵심 데이터 확보에만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큐라클 관계자는 “MT-103은 사실상 팔릴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설계된 프로젝트였다”며 “아일리아·바비스모 대비 비교 전임상 데이터가 투자사들의 관심을 크게 끌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임상 단계에서 필요한 모든 시험을 끝낸 뒤 파는 구조가 아니라 핵심 효능 가능성을 빠르게 입증해 사업화 타이밍을 앞당긴 것”이라며 “현재까지 투입된 비용 대비로 보면 계약금 규모도 결코 작은 수준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MT-103은 바비스모 대비 맥락막·망막 혈관에서 Tie2 활성화를 더 강하게 유도하며 혈관 안정화 효과를 보였다. (자료=큐라클)






◇뉴코는 듣보잡 아닌, MT-103 위한 ‘어벤져스’

특히 이번 거래는 전통적인 글로벌 제약사 기술수출과는 결이 다르다. 계약 상대방인 메멘토 메디신즈는 MT-103 개발만을 목적으로 설립된 뉴코(NewCo) 형태의 법인이다. 글로벌 투자사와 벤처캐피털(VC)들이 특정 파이프라인 하나를 중심으로 별도 회사를 세우고 전문 개발 조직을 붙여 빠르게 기업가치를 키운다.

계약 상대방인 메멘토 메디신즈에 대한 시장 불신에 대해서도 회사 측은 선을 그었다. 실제 메멘토 측은 약 4개월 동안 큐라클과 독점 협상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다수 글로벌 투자사들이 실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큐라클 관계자는 “단순 재무 검토 수준이 아니라 과학적 타당성과 사업성 전반에 대해 상당히 수준 높은 검토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메멘토는 단순 투자 법인이 아니라 MT-103 개발만을 위해 별도 전문 인력을 꾸리는 뉴코 구조라는 점도 강조했다.

큐라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글로벌 뉴코 모델은 망막질환 전문가, 임상개발 전문가, 레귤러토리 전문가, 사업개발(BD) 인력 등이 프로젝트 단위로 별도 팀을 구성한다”며 “상설 조직 규모 자체보다 중요한 건 특정 파이프라인 하나에 최상위급 인력들이 집중 투입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뉴코 모델은 특정 자산 하나의 가치 극대화에 집중하는 구조다. 글로벌 빅파마 안에 들어가 여러 파이프라인 중 하나로 밀리는 것보다 개발 집중도는 더 높을 수 있다”며 “MT-103 역시 글로벌 안과·망막 분야 경험이 풍부한 연구진과 개발 전문가들이 중심이 돼 속도감 있게 개발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뉴코 모델은 미국 바이오업계에서 이미 활발하게 활용되는 모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존 황반변성 치료제인 아일리아(Eylea), 루센티스(Lucentis), 바비스모(Vabysmo) 등은 망막을 뚫고 올라오는 비정상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물체의 상이 맺히는 망막이 혈관으로 덮이지 않도록 막는 치료 전략이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혈관 생성은 억제해도 혈관 자체를 완전히 안정화하지 못해 환자들은 1~2개월마다 반복적으로 안구 주사를 맞아야 한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 약효가 떨어지거나 혈관 누수가 다시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슈의 바비스모가 등장했다. 바비스모는 이중항체 기반 치료제로 기존 anti-VEGF 기전에 더해 혈관 불안정을 유발하는 ANG-2까지 동시에 차단한다. 단순 신생혈관 억제를 넘어 혈관 안정화 개념까지 도입한 ‘2세대 망막질환 치료제’로 평가받는다.

바비스모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41억 스위스프랑에 달한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7조8203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대비 대비 12% 성장한 수치다. 바비스모는 올 1분기에도 10억2400만 스위스프랑(약 1조9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바비스모 등장으로 기존 안과 블록버스터였던 아일리아 미국 매출은 지난해 25% 감소했다.

하지만 큐라클은 바비스모조차 혈관 안정화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혈관 안정 핵심 경로인 Tie2를 직접 활성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큐라클이 최근 기술수출한 MT-103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 약물이다. VEGF 억제와 ANG-2 차단에 더해 Tie2 직접 활성화 기능까지 동시에 구현한 ‘삼중 기능(tri-functional) 항체’다.

큐라클 측은 “기존 anti-VEGF 치료제들은 VEGF를 억제해도 시간이 지나면 혈관 구조 자체가 다시 불안정해지는 문제가 있었다”며 “MT-103은 혈관을 단순히 막는 개념이 아니라 혈관 자체를 안정화하는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 기준. (자료=MavenBio)




◇데이터 어땠길래 팔렸나? 바비스모 ‘압도’

실제 동물실험에서도 아일리아, 바비스모 등 기존 치료제를 압도하는 효능을 냈다. 실험결과, MT-103은 바비스모 대비 Tie2 활성화 효과가 더 강했고 VEGF 신호 억제와 혈관 누수 감소 효과 역시 더 우수하게 나타났다. 비정상 신생혈관 억제뿐 아니라 혈관 장벽 유지와 혈관 주위세포 보호 효과에서도 차별성이 확인됐다.

큐라클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사들이 MT-103에 관심을 보인 핵심 배경은 바비스모 대비 우수 효능 가능성”이라며 “기존 바비스모도 진일보한 치료제인 것은 맞다. 하지만 MT-103은 Tie2를 직접 활성화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큐라클은 MT-103 동물실험 결과를 세계 최대 안과학회 중 하나인 ARVO 2026에서 구두 발표로 공개했다. 올해 ARVO는 미국 콜라로도 덴버에서 5월 3일부터 7일 사이에 열렸다.

한편 큐라클은 현재 파트너사 요청에 따라 투자사 명단과 자금 규모, 세부 지분 구조 등에 대해 엠바고를 유지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2~3주 내 메멘토 측 공식 발표를 통해 상당 부분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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