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터뜨릴 때 함께 무너지게 된다. 배우 박해수가 드라마 ‘허수아비’를 통해 보여준 건 단지 한 개인이 아닌, 시대의 단면이었다.
오는 26일 종영하는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는 1988년부터 2019년까지 30년의 세월을 오가며 악연으로 얽힌 두 남자가 연쇄살인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수사 스릴러다. 시청률이 7.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까지 치솟으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뒤를 잇는 ENA 역대 드라마 흥행 2위에 등극했다. 박해수도 ‘라켓소년단’ 특별출연 이후 5년 만의 TV드라마 복귀를 성공적으로 이뤘다.
실화인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허수아비’는 극 초반부엔 ‘진범찾기’로 관심을 형성했으나, 수사물 장르적 재미를 넘어 근현대사의 구조적 문제들을 건드리며 호평 받고 있다. 극중 박해수는 시대를 상징하는 주인공 강태주 역을 열연했다.
박해수는 매회 1988년도 강성의 형사 시절과 2019년 범죄심리학 교수가 된 뒤 진범 ‘이용우’를 대면하는 두 가지 시점을 연기했다. 강태주는 자신이 불이익을 당할지라도 정의와 신념을 굽히지 않고 연쇄살인범 수사에 나선 인물이다.
다만 항상 ‘승리하는 히어로’ 상은 아니었다. 학창 시절 악우인 검사 차시영(이희준)과 진범 검거를 놓고 충돌하고, 수사에도 난항을 겪었다. 심지어 그의 확신은 연쇄살인 용의선상에 오른 두 청년의 삶을 파멸로 이끄는 데 한몫하기도 했다.
박해수는 부패한 권력 앞에 무력한 형사의 죄책감과 울분을 30년이란 세월을 바쳐 사건을 매듭짓겠다는 노교수의 책임감 있는 얼굴로 매끄럽게 연결했다.
‘허수아비’는 같은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과도 확실하게 분기했다. 23년 전 진범에게 “밥은 먹고 다니냐”며 강렬한 경고를 날린 형사 역 송강호와는 다른 메시지를 전했다. 진범이 붙잡힌 시점을 다룬 ‘허수아비’는 1980년대 만연했던 불법 수사를 소재로 여전한 동시대 문제인 계급과 차별을 화두 삼았다.
특히 뿌리는 비슷하지만, 빈부가 갈린 성장배경에서 자란 강태주와 차시영의 관계성은 진영 대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면서 또 다른 생각거리를 던졌다. 세 번째 작품 호흡을 맞춘 박해수와 이희준의 ‘혐관’(혐오 관계) 감정선도 호평 요소였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허수아비’는 시스템이 부재한 시절 사익을 추구하던 개인이 패거리, 나아가 한 계급을 이룬 뒤 이들의 왜곡된 경쟁심과 약자를 향해 일삼은 차별과 폭력을 다양한 결로 보여준다”며 “강태주는 이 같은 시대상에서 개인의 치열한 투쟁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자신 또한 가부장제나 엘리트주의 등 낡은 관념에 의해 일을 그르치는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박해수는 단지 진실을 추구하는 형사의 모습뿐 아니라, 오만이 잘못된 선택을 불러 비극으로 걸어 들어가는 캐릭터 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표현하면서 흡인력을 끌어올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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