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신고 1순위 100%·2순위 50% 과징금 면제…담합 적발 주요 수단
위법 행위 기업에 면죄부·외부 견제엔 취약 한계도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김수현 안채원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을 효과적으로 적발하기 위해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 제도)를 활용하고 있지만 재발까진 막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보완 요구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진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해 신원, 감면·면제 여부 등을 비공개에 부쳐 두면서 '밀실' 논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 CJ제일제당, 19년 전 리니언시 혜택받고도 또 담합
25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리니언시는 1997년 도입된 이후로 담합을 적발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리니언시는 경제학의 게임이론에 나오는 '죄수의 딜레마'의 원리를 이용한 제도다.
죄수 둘 다 순순히 범행을 자백하면 가벼운 형벌을, 한 사람만 자백하면 또 다른 쪽은 무거운 형벌을 받게 되는 상황을 만들어 자백을 유도하는 내용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리니언시는 공정위가 담합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진 신고할 경우 담합 1순위 신고자에게 과징금 전액을, 2순위에 과징금 50%를 면제해주도록 설계돼 있다.
리니언시가 담합 적발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의 특성상 배신자가 나오지 않으면 사건을 파악하기 어려운 탓이다.
그러나 리니언시를 향한 비판도 적지 않다.
리니언시로 제재를 면제·감면받은 기업이 재차 담합을 벌였다 최근 적발된 점은 리니언시가 담합의 재발까진 막을 수 없다는 한계를 보여준다는 대목이다.
실제로 국내 설탕 시장에서 4년여에 걸쳐 설탕 가격을 밀약한 것으로 확인돼 지난 2월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CJ제일제당은 2007년에도 공정위로부터 설탕 담합으로 적발됐다.
당시 CJ제일제당은 삼양사[145990], 대한제당[001790] 등 두 곳과 함께 적발됐으나 리니언시에 의해 고발을 면제받고 과징금을 50% 감경받았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이유가 어떻든 위법 행위에 처벌을 면제한다는 점이 정의에 반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특히 담합으로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한 기업에 정부가 면죄부를 준다는 점이 국민 법 감수성과 충돌한다는 의견도 있다.
◇ 자진신고자 신원 등 비공개…외부 견제에 취약
공정위가 리니언시 관련 정보를 밝히지 않는 점은 '깜깜이'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07년 11월 공정거래법이 개정 시행되면서 담합 사건 조사 공무원은 자진 신고자의 신원 등을 누설해선 안 된다는 규정이 명시됐다.
이후 공정위는 담합 사건에서 리니언시 적용 여부와 자진신고자를 밝히지 않고 있다.
자진신고자의 신원을 보호해 담합 신고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지만 이 때문에 리니언시의 외부 감시와 견제는 어려워졌다.
공정위와 마찬가지로 리니언시를 운영하는 검찰의 경우, 공식적으로 리니언시 여부를 밝히지 않지만 기소 여부를 통해 사실상 자진신고자 혜택이 주어졌는지 추정할 수 있는 점과 대비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올해 설탕 담합, 밀가루 담합과 관련해서도 공정위는 리니언시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설탕 담합과 관련해 "자진 신고 1순위와 2순위가 검찰과 공정위가 달랐다"며 리니언시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추정만 되는 상태다.
리니언시가 적용될 경우 과징금은 애초 발표된 과징금 규모보다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앞서 공정위는 설탕 담합 3사에 4천83억, 밀가루 담합 7사에 6천71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리니언시가 적용되면 실제 과징금 규모는 이보다 축소되고, 결국 제재 실효성은 떨어지게 된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조사에 협조했다는 명목으로 담합 기업에 혜택을 주고도 법정 공방을 벌이는 상태에 처하기도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올 초 담합이 적발된 설탕 담합 3사 모두 현재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 반복 담합 땐 리니언시 축소…"문턱 더 높여야" 지적도
공정위도 리니언시를 둘러싼 문제 제기 등을 고려해 지난달 '반복 담합 근절방안'에서 리니언시를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담합을 하고 5년 이후 10년 이내에 다시 담합을 할 경우 자진신고자 과징금 감경 혜택을 절반으로 축소한다는 것이 방안의 골자다.
현재는 담합 제재 후 5년 이내에만 감면 혜택을 박탈하는데, 이를 유지하되 5∼10년 사이에 재담합을 벌일 경우 리니언시를 축소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문턱을 높이고, 사후에라도 리니언시 정보를 공개하도록 전향적으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12월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담합을 주도하거나 시장 지위가 가장 높은 사업자에겐 리니언시 감면 혜택을 배제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담합은 증거 싸움이고, 리니언시가 없으면 증거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공방이 있음에도 계속 유지되는 제도"라며 "공정위도 여러 가지 고민이 있겠지만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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