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니버스' 세계관 진화에 모든 것을 건 '군체'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연니버스' 세계관 진화에 모든 것을 건 '군체'

엘르 2026-05-25 00:27:01 신고

*** 영화 〈군체〉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진화 과정에서 지능을 발달시켰습니다. 무리를 지으면 비약적으로 높아지는 지능으로 각 개체의 한계를 뛰어 넘었어요. 개미나 꿀벌처럼 말이죠. 이후 인간은 컴퓨터를 발명해 지능 활동을 외주화했습니다. '지능'과 '지성'은 더 분명히 구분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듯 비슷한 이 두 개념의 핵심은 '연결'입니다. 지능과 지성 모두 연결을 통해 의미를 갖고, 더 강한 힘으로 발전합니다.


현대의 인간이 지능으로 활약할 곳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간 문명을 통째로 빨아들인 인공지능에게 인류마저 흡수될 지경이니까요. 심지어 인공지능은 인간의 집단지성마저 흉내냅니다. 지성까지 연결하는 초연결사회는 인공지능의 진화를 가속화하고요. 어쩌면 인간은 서로의 연결을 통제할 권한도 인공지능에게 뺏길 지 모르겠습니다.


영화 〈군체〉

영화 〈군체〉


〈군체〉는 집단지성을 가진 두 군체의 대결을 그립니다. 먼저 한쪽의 리더는 천재 생물학자 서영철(구교환)입니다. 과거 단세포 생물인 황색망사점균이 다른 개체에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을 보고 다자망 연구를 시작했던 인물인데요. 서영철은 이 연구를 통해 모든 인간의 뇌를 연결하고, 완전한 소통 체계를 만들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습니다. '제2의 인지 혁명'이나 '새로운 인류의 탄생'이라는 포장을 씌웠지만 결국 인간의 개별성을 거세하겠다는 위험한 사상입니다. 그는 연구하던 바이오 기업에서 쫓겨난 지 몇 년 후, 거대한 빌딩에 다자망 바이러스를 퍼뜨립니다. 감염된 사람은 좀비처럼 변하되 다른 감염자와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됩니다. 서영철은 테러 직전 경찰에 내용을 자진 신고하면서 '자신의 몸 안에 백신이 있다'고 밝힙니다.


영화 〈군체〉

영화 〈군체〉


다른 쪽에서는 우연히 빌딩에 머물렀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군체를 이뤘습니다. 대쪽 같은 성격에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생물학자 권세정(전지현)을 비롯한 생존자들입니다. 무방비 상태로 감염자들에게 물린 또 다른 감염자들을 피하기 위해 집단지성을 이용합니다. 감염자 군체는 얻은 정보를 단숨에 전원과 공유할 수 있는 집단이기 때문에, 생존자 군체는 가짜 정보를 흘리는 식으로 대응하죠. 이들의 목적은 구조되는 것이지만 그 전에 유일한 백신으로 알려진 서영철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미 자신의 몸에 바이러스를 주입한 서영철은 온 감각으로 생존자들이 얻은 정보를 감염자들에게 공유해 방해를 하고요.


재밌는 것은 집단지성으로 맞붙은 두 군체의 무기가 '확증편향'이라는 점입니다. 언급했듯 생존자들은 가짜 정보로 감염자들을 교란하는데요. 이를테면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은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공격하는 감염자들을 피하기 위해 입간판이나 마네킹을 이용합니다. 한 집단이 정답으로 공유하는 정보를 왜곡해 정확한 의사 결정을 막는 거죠. 그간 연상호 감독의 좀비 영화들이 주먹이나 무기로 극 중 감염자를 때려 잡는 데 집중했다면, 〈군체〉는 후반부 최현석(지창욱)의 식칼 액션 말고는 두뇌 싸움이 대부분입니다. 감독이 언급했듯 감염자들의 동작도 비보잉이나 스턴트보다 추상적 표현을 위한 현대 무용에 초점을 맞췄고요.


영화 〈군체〉

영화 〈군체〉


이야기가 막바지로 치달으며 살아남기 위해 확보하려 했던 서영철의 몸에 백신이 없었다는 사실이 폭로됩니다. 빌딩 안의 생존자와 그 밖에서 지켜보던 모든 목격자들이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중요한 정보가 거짓이었다는 거죠. 오류를 바로잡은 생존자 군체는 문제의 해결로 빠르게 달려갑니다. 이 과정에서 빌딩 안의 권세정과 밖의 공설희(신현빈)가 보여주는 공조는 어떤 희망을 시사합니다. 확증편향의 오류 속에서 경계심마저 잃기 쉬운 현대에도 집단지성은 언젠가 바르게 작동하리란 작은 믿음의 형태로요.


좀비와 머리 싸움을 하는 〈군체〉에 장르적 신선함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습니다. 늑대가 하울링을 하듯 울음 소리로 정보를 공유하거나 개미가 페로몬을 흘리듯 하얀 점액질을 뿜고 다니는 좀비의 모습은 새롭습니다. 감독이 〈군체〉의 주인공을 좀비라고 한 건 맞았습니다. 바꿔 말하면 '진화하는 좀비'라는 콘셉트에 집중한 탓에 그 외의 모든 것이 평면화됐다는 게 단점입니다.


영화 〈군체〉

영화 〈군체〉


생존자 집단 속 각 캐릭터의 설정은 매우 촘촘합니다. 인물의 행동 배경을 '떠먹인다' 싶을 만큼 자세히 설명하고 들어가는데요. 아쉬운 부분은 딱히 '떠먹일' 필요가 없을 만큼 캐릭터들이 전형적이라는 겁니다. 전대물에서 리더는 레드, 홍일점은 핑크를 맡는 것처럼 생존자들이 역할을 나눠 가집니다. 호러 영화에 으레 등장하는 민폐 캐릭터들은 여전히 앞뒤 가리지 않고 목소리부터 높이는 절대악으로 그려지고요. 화려한 출연진이지만 좀비 유니버스의 장기말 이상으로 기능하지는 못하는 모습입니다. 가족애나 인류애를 기반으로 한 딜레마 연속 공격도 지겹게 느껴지고요. 이야기에는 매력이 없지만, '연니버스'는 놀랍도록 새롭고 탄탄해졌습니다.


관련기사

Copyright ⓒ 엘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