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어렵고 선거는 복잡하다. 손안의 정보는 넘쳐나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어떤 공약이 내 일상을 바꿀 실마리가 될지 가려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청년 정치 | 뉴권자 플레이 매뉴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뉴권자(New+유권자)’는 단순히 처음 투표권을 얻은 청년 세대만을 뜻하지 않는다. 정치에 관심은 있으나 갈 길을 잃었던 이들, 선거를 줄곧 타인의 이벤트로 여겨왔던 이들, 그리고 이제 막 자신의 삶과 정치의 연결고리를 감각하기 시작한 모든 ‘새로운 유권자’를 향한 초대장이다.
본 기획은 팬덤과 알고리즘, 마타도어가 뒤섞인 혼탁한 선거 환경 속에서 청년의 시각으로 정보를 해독할 수 있는 ‘현실형 선거 가이드’를 지향한다. 단순히 후보자의 이름과 나열된 공약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유권자에게 실제로 필요한 ‘판단의 무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 기획의 목적지는 투표 당일의 선택 그 너머에 있다. 한 표를 던지는 찰나의 순간이 아니라 그 투표가 투표함 밖에서 어떻게 우리의 삶으로 이어지는지를 탐색한다. ‘뉴권자 플레이 매뉴얼’은 청년 유권자들이 능동적인 정치 플레이어로 서기 위한 가장 확실한 공략집이 될 것이다.
【투데이신문 김재현·송수원 인턴기자】“어차피 누구를 뽑는지도 모르겠고, 뽑아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잖아요.”
선거철이면 청년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말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2030세대 투표율은 30%대에 그쳤다. 그런데 이 숫자 뒤에는 단순한 무관심으로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누굴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 내 한 표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회의감, 정당이 너무 많고 이름도 자꾸 바뀌어 도대체 어떤 당이 어떤 당인지조차 헷갈린다는 혼란까지. 청년들이 투표장을 외면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청년 정치 | 뉴권자 플레이 매뉴얼] 세 번째 편은 그 혼란의 배경을 짚는다. 한국 정당 정치가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됐는지 그 구도 안에서 오늘날 정치 지형 속 청년의 목소리는 어디쯤 놓여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왜 뽑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Tutorial] 한국 정당의 변천사
한국의 정당 정치는 해방 이후 70년 넘는 시간 동안 분당과 합당을 반복해 왔다. 당명과 인물은 계속 바뀌었지만, 두 계보의 경쟁이라는 구도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한쪽은 보수 권위주의 권력의 계보였고, 다른 한쪽은 민주화와 개혁을 내세운 계보였다.
1950년대 정치는 이승만의 자유당과 이에 맞선 민주당이 양분했다. 두 정당은 이념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고 싸움의 본질도 이념 대결이라기보다 독재와 반독재의 충돌에 가까웠다. 그 대립은 1960년 4·19 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이듬해 5·16 군사정변으로 다시 끊겼다.
박정희 정권은 기존 정당을 해산하고 1963년 민주공화당을 창당했다. 민주공화당은 전국 조직과 당료 체계를 갖춘 집권 여당의 틀을 만들었고 야당은 민주화 요구 세력으로 재편됐다. 이후 한국 정당정치의 기본 골격은 집권 세력 대 민주화 요구 세력이라는 구도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정당이 다시 크게 흔들린 것은 1980년 5·17 조치였다. 전두환 신군부는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모든 정당과 정치활동을 금지했다. 국회는 폐쇄됐고 주요 정치인들은 체포되거나 가택연금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기존 정당 전체를 해산하고 정치활동 금지 조치를 통해 새로운 여당 체제를 구축했다. 정치 무대 자체를 강제로 재편한 셈이었다.
이 흐름은 1987년 6·10 민주항쟁으로 다시 뒤집혔다. 직선제 개헌이 이뤄졌고 정치활동 금지에 묶여 있던 인사들도 복귀했다. 그러나 민주화 직후 치러진 대선에서 김영삼과 김대중은 단일화에 실패했고 노태우가 당선됐다. 민주화의 성과가 제도 변화로는 이어졌지만 선거에서는 분열된 야권이 패했다.
반전은 1990년 3당 합당이었다. 노태우 대통령은 여소야대를 타개하기 위해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을 묶어 민주자유당을 출범시켰다. 김영삼이 합당에 참여하면서 보수 여당의 계보는 한층 공고해졌고, 호남 기반의 김대중 계열만이 야권에 남게 됐다. 이후 한국 정치의 지역주의 구도는 더욱 선명해졌다.
2000년대 들어 야권은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과 2004년 열린우리당의 총선 과반 승리는 기존 지역주의를 넘어 세대·개혁·참여 정치의 흐름을 강화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후 열린우리당은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등을 거쳐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으로 이어졌다. 오늘날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계열 민주개혁 진영의 주류 정당으로 평가된다.
보수 진영 역시 민주자유당 이후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을 거쳐 현재의 국민의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탄핵 정국과 계파 갈등, 보수 재편 등을 거치며 여러 차례 분당과 통합이 반복됐다.
현재 한국 정당정치는 크게 세 흐름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우선 보수 계열의 국민의힘과 민주개혁 계열의 더불어민주당이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거대 양당 체제에 대한 비판을 바탕으로 등장한 제3지대 정당들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개혁신당은 이준석계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2024년 창당됐으며, 기존 보수 진영과 일정 부분 흐름을 공유하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검찰개혁과 윤석열 정부 견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민주당계와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정당정치는 끊임없이 이름을 바꾸고, 합치고, 갈라져 왔다. 그러나 그 밑바탕에는 권위주의 체제와 민주화 세력의 대립, 그리고 이후 보수와 민주개혁 진영으로 이어진 두 축의 경쟁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밖에도 기본소득당, 정의당, 진보당 등 다양한 소수정당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정당은 거대 양당 중심 정치 구조 속에서 청년, 노동, 기후, 복지, 젠더 등 특정 의제를 중심으로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다.
[Tutorial] 지방의회의 지형과 지방선거
지방선거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보다 우리 지역의 삶을 더 가까이 살필 사람을 뽑는 선거다. 국회가 나라 전체의 일을 다룬다면, 지방의회는 광역·기초자치단체의 조례를 만들고 예산과 행정을 살핀다. 우리가 매일 걷는 동네 길, 쉬어 가는 공원, 청년 지원금과 복지 예산까지 일상과 맞닿은 많은 결정이 지방의회와 지방정부를 통해 이뤄진다.
지방의회는 크게 광역의회와 기초의회로 나뉜다. 광역의회는 서울특별시의회, 경기도의회처럼 시·도 단위의 의회이고, 기초의회는 구의회·시의회·군의회처럼 더 작은 생활권 단위의 의회다. 현재 지방의회 규모는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기준으로 광역의원 872명, 기초의원 2988명 등 총 3860명이다.
지방선거에서 유권자가 선출하는 대표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먼저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 등 지역 행정을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있다. 이어 시·도의회 의원인 광역의원과 시·군·구의회 의원인 기초의원이 있으며,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배분되는 비례대표 지방의원도 함께 선출된다.
지역구 의원은 각 선거구에서 주민들의 직접 투표로 선출되지만 비례대표 의원은 정당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의석이 배분되는 방식이다. 결국 지방선거는 지역의 예산과 행정을 운영할 단체장과 함께 그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고 지역 조례와 정책 방향을 심의하는 지방의원을 뽑는 선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비례대표 지방의원은 지역구 중심 정치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계층과 의제를 대변하고 정당이 추구하는 정책 방향을 지역 의정 활동에 반영하는 역할도 맡는다.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을 새로 뽑는다. 같은 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함께 실시된다. 최종 후보 등록 결과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합쳐 전체 후보자는 7829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번 선거를 통해 광역단체장 16명, 기초단체장 227명, 광역의원 933명, 기초의원 3035명, 교육감 16명,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14명 등 모두 4241명을 선출한다.
이번 후보자 구성에서는 여성 후보의 비율이 눈에 띤다. 후보 등록 마감일인 15일 오후 8시 기준으로 집계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광역의원·기초의원·비례 광역의원·비례 기초의원 후보 7569명 가운데 여성은 2367명로 31.3%였다. 지방선거에서 여성 출마자 비중이 3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년 전 지방선거의 여성 후보 비율 27.5%보다 3.8%포인트 오른 수치다.
다만 여성 후보 증가가 모든 선거에서 고르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상승을 이끈 것은 비례대표 후보였다. 비례 기초의원 후보는 640명 중 578명, 90.3%가 여성이었고, 비례 광역의원 후보도 291명 중 203명, 69.8%가 여성이었다. 반면 단체장 선거에서는 여성 후보 비중이 크게 낮았다. 광역단체장 후보는 전체의 9.8%만 여성이었고, 기초단체장 후보는 7.0%에 그쳤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 및 지방의원의 후보자 명부를 작성할 때 5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해야 하는 비례대표 여성 할당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비례대표에서는 여성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지만 단체장·지역구 선거에서는 여성 후보가 여전히 적다. “여성 후보 30% 돌파”라는 변화는 분명 의미가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여성의 정치 진입이 비례대표에 집중돼 있다는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세대별 특징을 확인해보면 이번 후보자들의 평균 연령은 만 55세였다. 선거 유형별로는 기초단체장 후보 평균 연령이 만 61세로 가장 높았고, 광역단체장 후보는 만 59세였다. 광역의원 후보는 만 55세, 기초의원 후보는 만 54세, 비례 기초의원 후보는 만 52세, 비례 광역의원 후보는 만 51세로 나타났다. 단체장 선거일수록 평균 연령이 높고, 비례대표 의원 선거일수록 상대적으로 낮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선거 최고령 후보는 전북 남원시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한 1941년생 하대식 후보로 만 85세이다.
청년들이 직접 후보자로 나서 지역 정치에 참여하는 비율도 늘었다. 6·3 지방선거에서 40세 미만 청년 후보 비율이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전체 후보자 7828명 중 18~39세 후보자는 818명으로 10.4%를 차지했다. 이는 2018년 7.0%, 2022년 9.6%보다 높아진 수치로, 청년 후보 비율이 두 자릿수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피선거권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진 뒤 10대 후보도 7명이 출마했으며, 충남 홍성군의원 선거에 나선 2008년생 이호원 후보는 선거일 기준 만 18세가 되는 최연소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청년 후보는 기초의원 선거에 가장 많이 몰렸다. 선거구별로는 광역단체장 5명, 기초단체장 11명, 시·도의원 232명, 시·군·구의원 568명이 청년 후보로 집계됐다. 청년 공천 확대를 위한 정당별 가산점·의무공천 정책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한계도 존재한다. 30대 이하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청년 후보 비율은 이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기에 그 비율이 여전히 낮다. 또한 여성·청년 대표성 확대가 지역구보다 비례대표에 더 의존하는 구조도 과제로 남았다.
이번 지방선거는 여성 후보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고, 청년 후보 비율 역시 처음으로 10%대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다양성 확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주로 비례대표 후보군에 집중된 모습이다. 단체장과 지역구 선거에서는 여전히 남성·중장년 중심의 정치 구조가 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정치는 주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정치다. 그래서 후보자 구성이 누구를 얼마나 대표하는지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여성 후보 31.3%, 평균 연령 55세, 10대 후보 7명이라는 숫자는 이번 지방선거가 변화와 한계를 동시에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지방정치가 실제 의석 구성에서도 더 다양한 성별과 세대를 담아낼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뉴권자 리뷰 | “정치가 내 삶과 연결된 느낌은 없어”
지방의회에 청년이 적다면 청년의 목소리는 출발선에서부터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 청년 주거, 일자리, 교통, 교육, 복지처럼 청년의 삶과 밀접한 의제 역시 그만큼 뒤로 밀릴 수 있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 즉 투표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을까.
2022년 지방선거 전체 투표율은 51.5%였다. 제21대 대통령선거 투표율(79.4%)보다 27.9%포인트 낮은 수치다. 청년층만 따로 보면 수치는 더 떨어진다. 같은 해 지방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은 36.2%, 30대 투표율은 37.7%에 그쳤다. 반면 60대는 70.5%, 70대는 75.3%를 기록했다. 70대 투표율이 청년 세대의 약 두 배 수준에 달한 셈이다.
지방선거야말로 청년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선거다. 동네의 주거 환경, 청년 지원 정책, 교통과 복지 시설을 결정하는 사람들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상당수 청년들은 여전히 투표장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이는 무엇 때문일까. 본지는 20대 청년 4명을 직접 만나 지방선거와 정치 참여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었다.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것은 정치에 대한 거리감과 정보 피로감이었다. 청년들은 정치가 자신의 삶과 직접 연결돼 있다는 감각을 충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학업과 취업 준비, 생계 등 당장 감당해야 할 일들이 많은 현실 속에서 정치 정보를 찾아보고 공부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었다.
특히 청년들은 정치 참여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정치가 지나치게 어렵고 멀게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무엇이 사실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 역시 크지 않다는 것이다.
최권(26·가명·남)씨는 “투표는 꼭 하려는 편이지만 정치에 크게 관심은 없다”며 “정치가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알아보려 해도 어떤 정보가 맞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정치 외에도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조규민(27·가명·남)씨는 “정치를 잘 모르는 내가 투표하면 결과가 왜곡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투표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 정보를 찾아보려 해도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무엇이 제대로 된 정보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아직 학생이라 정치 참여의 필요성도 크게 느끼지 못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김여진(22·가명·여)씨 역시 “누굴 뽑아야 하는지도 모르고 어떤 후보가 나왔는지도 잘 모른다”며 “정치를 공부하려 해도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도 어렵고, 거기에 맞는 정치인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 결국 정치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투표하게 될 것 같아 시작조차 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구나연(22·가명·여)씨는 “일정 문제 때문에 투표를 하지 못했다”며 “현재 주소지가 달라 고향으로 내려가야 투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시를 준비 중이라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투표 제도 자체를 충분히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정치의 효능감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청년들은 자신들의 일상과 정치와의 연결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씨는 “공무원 취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정치와 큰 관련이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청년으로서의 효능감도 없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특히 청년들이 그런 감정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청년 참여가 줄어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씨는 “정치가 삶과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어느 정당이 돼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선거철마다 다양한 공약이 나오는 것 같지만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고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구씨는 “지금은 좁은 생활 반경 안에서 살아가고 있어 정치로 인한 변화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며 “앞으로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정치와 삶의 연관성을 체감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청년층의 잦은 거주지 이동 역시 정치 효능감과 연결돼 있었다. 김씨는 “주소지는 지방 고향에 있지만 실제 삶의 영역은 서울에 있다”며 “주변에도 나와 비슷한 청년들이 많다. 우리 같은 청년들은 투표와 삶이 분리돼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주소지와 실거주지의 차이가 정치 참여의 거리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공통적으로 청년들의 정치 참여는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씨는 “청년들의 정치 참여는 꼭 필요하다”며 “청년들은 관심사가 다양해 의견이 잘 모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청년 당사자가 청년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의견을 모으고 정치와 청년 사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씨 역시 “어떤 집단이든 세대 간 균형이 필요하다”며 “나이가 많은 것이 곧 권력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동등한 관계에서 넓은 연령대의 요구를 듣고 의견을 나누며 문제들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 의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구씨는 “‘쉬었음 청년’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청년 문제를 제대로 다뤄줄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며 “앞으로 정치가 삶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것 같은데, 청년 문제를 진지하게 다뤄주는 정치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 또한 “청년 당사자가 정치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단순히 청년의 생각을 대변하는 사람을 넘어 기존 정치에 물들지 않은 ‘깨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감각과 시선을 가진 인물이 정치권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Final Manual | 청년 플레이어들이 모이는 정치의 조건
청년 투표율이 낮다는 지적은 선거 때마다 반복된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정치 무관심’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김선기 국립부경대학교 글로벌차이나연구소 HK연구교수는 청년층의 낮은 정치 참여를 개인의 태도 문제가 아니라, 청년의 삶과 정치가 제대로 연결되지 못한 구조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청년 투표율이 낮은 이유를 20대가 처한 생애주기적 조건에서 찾았다. 그는 “20대는 아직 자산이나 사회적 지위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시기인 만큼 정치적 결정이 자신의 이해관계와 직접 연결된다고 체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학업과 취업 등으로 거주지 이동이 잦고 주민등록지와 실제 생활권이 다른 경우도 많아 지역 정치에 대한 정주성과 소속감 역시 낮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방선거는 주민등록상 거주 지역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인 만큼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청년들이 “투표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일자리와 주거 같은 청년 문제들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치 효능감 저하 역시 개인의 무관심 문제가 아니라 정치 시스템의 문제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그는 “청년들은 주변 또래가 정치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감각만으로도 효능감을 느낄 수 있지만 현재 선출직과 각종 거버넌스 구조에서 청년은 여전히 후순위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대한 낮은 신뢰 역시 청년층 이탈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김 교수는 “정치권이 청년 세대가 기대하는 수준의 도덕성과 약속 이행을 보여주지 못했고, 특히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며 거대 양당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정당 구조와 관련해서는 청년층에서 무당층 비율이 높고 제도 정치와 거리를 두는 이유를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지지가 아직 고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이 나왔다. 다른 세대보다 거대 양당 모두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는 청년층의 스윙보터 성향과 제3정당 지지 경향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청년층의 거대 양당에 대한 거부감은 단순한 정치 무관심이라기보다 기존 정치에 대한 환멸과 이탈 의사가 드러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당이 청년을 단순한 선거 동원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청년의 새로운 의견을 존중하고 정당 내부 민주성을 회복하는 것이 청년 정치 참여 확대의 출발점”이라며 “청년들을 투표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참여 독려보다 청년들이 실제로 선택하고 싶어지는 후보와 정책을 제시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청년 정치 참여의 문제는 단순히 “청년들이 투표하지 않는다”는 말로 설명될 수 없다. 청년들은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정치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다. 학업과 취업으로 지역을 옮겨 다니는 청년들에게 주민등록지와 실제 생활권의 차이는 지역 정치에 대한 소속감을 낮추고 투표와 삶을 물리적으로도 멀어지게 만든다.
지방정치는 청년의 주거, 일자리, 교통, 복지처럼 일상과 가장 가까운 문제를 다루지만 정작 청년은 후보자 구성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청년을 투표장으로 이끌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반복되는 투표 독려가 아니라 청년이 선택하고 싶어지는 후보와 정책, 그리고 청년을 동원의 대상이 아닌 정치의 주체로 인정하는 정당의 변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청년에게 정치 참여를 요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정치 안에서 자신의 삶과 목소리가 실제로 반영될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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