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복잡한 좁은 골목길과 산업단지 배후 도로까지 가장 훤히 꿰뚫고 있는 이들은 단연 우체국 집배원들이다. 매일같이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는 이들이 주머니 속에 꽁꽁 숨겨두었던 알짜배기 식당 명단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부산지방우정청 직원들이 몸소 발품을 팔아 완성한 '우슐랭가이드'가 그 주인공이다.
이 자료는 대가성 광고 글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진짜 정보를 가려내는 훌륭한 지침서가 된다. 울산 지역 우체국 공무원들이 동네 주민들과 고락을 함께하며 오랜 세월 드나든 식당들로만 채워졌기 때문이다. 거창한 수식어 없이 오직 깊은 손맛 하나로 승부하며 울산 시민들의 든든한 한 끼를 책임져온 숨은 밥집 4곳을 소개한다.
1. 유쾌한낙지
울산의 빼어난 녹지 공간이자 주요 관광지인 태화강 국가정원 바로 앞에 자리 잡아 찾아가기 편한 식당이다. 문어라고 착각할 만큼 큼직하고 통통한 낙지를 뜨거운 불길에서 빠르게 볶아내어 입안 가득 퍼지는 불향과 매콤한 양념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맵싸한 양념은 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를 날려줄 만큼 시원하고 개운한 맛을 자랑한다.
이곳의 가장 큰 인기 비결은 매콤한 낙지볶음과 부드럽게 삶아낸 돼지고기 수육을 한 접시에 함께 올린 세트 메뉴다. 매장 안에서 주인장이 손수 정성껏 키운 어린 인삼 뿌리인 '새싹삼'을 손님상에 인원수대로 곁들여 내놓아 대접받는 기분을 한껏 돋운다.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는 덕분에 식재료의 회전 속도가 빨라 늘 갓 잡아 올린 듯한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 입맛을 돋우는 차림새도 훌륭하다. 국가정원의 명물인 대나무 숲에서 이름을 딴 '십리국수'는 새콤달콤한 국물로 군침을 돌게 한다. 여기에 푸딩처럼 촉촉하고 부드럽게 부풀려 만든 계란찜과 얇고 투명한 감자 전분 피로 감싸 쫄깃하게 씹히는 낙지만두는 매운맛을 달래주는 훌륭한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2. 전통한우수구레국밥
울산 울주군 삼남읍에 위치한 이곳은 소 한 마리를 잡았을 때 아주 미량만 얻을 수 있는 귀한 특수 부위인 '수구레'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식당이다. 수구레란 소의 가죽 껍질 바로 안쪽과 살코기 사이에 붙어 있는 아교질 부위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 몸에 좋은 콜라겐과 엘라스틴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씹을수록 고소함이 배어 나오고 젤리처럼 쫀득한 식감을 자랑한다.
질길 수 있는 부위이지만 오랜 시간 가마솥에서 푹 고아내어 부드러우면서도 탄력 있는 씹는 맛을 완성했다. 이 식당의 국밥은 수구레를 아끼지 않고 듬뿍 넣어 끓여내 국물 맛이 깊고 구수하다. 처음 접하는 손님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으나, 한 번 국물을 들이키고 고기를 씹어보면 수구레만의 참맛에 빠져들어 단골이 되기 쉽다.
국밥과 함께 내놓는 다른 차림들도 만족도가 높다. 신선한 상등급 한우를 갖은양념에 무쳐낸 육회비빔밥은 아삭한 채소와 고소한 고기의 조화가 일품이다. 무더운 날씨에 인기가 높은 육회물회는 살얼음이 동동 뜬 새콤한 육수에 신선한 육회를 말아내어 더위를 식히기에 제격이다. 흔히 보기 힘든 전문 식당인 만큼 새로운 손맛을 찾는 이들에게 훌륭한 선택지다.
3. 엄마선지해장국
울산 남구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 잡은 이 식당은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는 대형 체인점이 아니다. 주인장이 매일 새벽 주방을 지키며 육수를 끓이고 선지를 삶아내는 탕 전문점이다. 특히 나라에서 권장하는 나트륨 줄이기 실천 음식점으로 지정되어 있어, 조미료 맛이 강하거나 짜지 않고 재료 본연의 담백하고 깔끔한 국물 맛을 내는 것이 큰 장점이다.
대표 메뉴인 해장국에는 오랜 시간 잘 말려 부드러운 우거지와 신선한 소 선지, 그리고 소의 첫 번째 위 부위인 '양'이 대접 가득 담겨 나온다. 소의 피를 받아 굳힌 선지는 신선도가 떨어지면 퍽퍽하고 냄새가 나기 쉽지만, 이곳의 선지는 잡내가 전혀 없고 마치 푸딩처럼 부드럽게 목을 넘어간다. 구수한 재래식 된장과 고기 육수를 황금 비율로 섞어내어 첫 한 모금부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곳만의 훈훈한 정은 인심에서도 묻어난다. 선지를 좋아하는 손님들을 위해 선지 추가를 비용 없이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 더불어 한우 머릿고기가 듬뿍 들어가 고기 씹는 맛을 더한 우거지 해장국과 한우 우설을 촉촉하게 쪄낸 머리 수육 등 손이 많이 가는 정성 어린 음식들이 주민들의 발길을 끌어모은다.
4. 만겸명태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세대의 입맛을 고루 사로잡은 명태 요리 전문 식당이다. 명태를 차가운 겨울바람에 반건조하여 꼬들꼬들한 식감을 살린 코다리에 매콤달콤한 비법 양념을 자작하게 졸여낸 명태찜이 이 집의 간판 메뉴다. 양념이 겉돌지 않고 두툼한 생선 살 속까지 깊게 배어들어 한 입 먹을 때마다 감칠맛이 가득 퍼진다.
이 집 명태찜의 진짜 별미는 생선 고기 옆에 나란히 누워 있는 포슬포슬한 감자와 큼직하게 썰어 넣은 두부다. 양념을 잔뜩 머금은 두부와 부드러운 감자를 하얀 쌀밥 위에 올리고 슥슥 비벼 먹으면 밥 두 그릇은 우습게 비워낼 수 있다. 자칫 양념 맛에 묻히기 쉬운 생선 고기 본연의 고소함도 고스란히 살아있어 씹는 재미를 더한다.
정갈하게 차려지는 밑반찬 역시 식당의 내공을 증명한다. 조미료를 아끼고 제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반찬들은 집밥을 먹는 듯한 편안하고 정겨운 느낌을 준다. 손님들을 친절하게 맞이하는 주인장의 따뜻한 배려까지 더해져, 음식을 다 먹고 문을 나설 때 기분 좋은 미소를 짓게 만드는 울산의 숨은 명소다.
우슐랭가이드 울산편 맛집 정보
1. 유쾌한낙지
위치: 울산 중구 태화강국가정원길 231-6
주요 차림: 직화낙지볶음(2인 이상) 1만 3900원 / 직화낙지보쌈(1인) 1만 9900원
2. 전통한우수구레국밥
위치: 울산 울주군 삼남읍 작괘들길 7
주요 차림: 한우 수구레 국밥 8000원 / 한우 육회 비빔밥 1만 원
3. 엄마선지해장국
위치: 울산 남구 돋질로239번길 4-5 1층
주요 차림: 선지 해장국 9000원 / 우거지선지해장국 1만 1000원
4. 만겸명태찜
위치: 울산 남구 왕생로144번길 15
주요 차림: 명태찜(소) 2만 9000원 / 명태탕 3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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