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단에 인사 한 번 못하는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그렇게 자신이 없으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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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단에 인사 한 번 못하는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그렇게 자신이 없으신가?

프레시안 2026-05-24 17:01: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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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자 축구 클럽 내고향축구단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챔피언스 리그 파이널 참가를 위한 8일 간의 남한 방문 일정을 마치고 출국했다. 남한의 응원단과 취재진에게 무표정했던 그들은 출국을 위한 체크인을 마친 뒤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24일 오후 내고향축구단 선수들과 스태프 35명은 출국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입국했을 당시와 같은 정장 차림에 무표정한 표정으로 공항으로 들어온 이들은 "내고향 여자축구단 우승을 축하합니다! 또 만나요"라는 구호를 외치는 자주통일평화연대 회원들의 인사를 대부분 그냥 지나쳤으나 일부 선수는 이들을 향해 눈길을 주기도 했다.

중국 항공사인 에어차이나를 타고 베이징으로 출국 예정인 이들은 별도의 수속 카운터에서 각자 여권을 제시하며 체크인을 마쳤다. 이후 삼삼오오 모인 선수들은 서로의 여권과 비행기표를 보면서 대화하고 웃음을 보였다.

10분 남짓의 체크인을 마친 뒤 출국장으로 향한 이들을 향해 취재진이 "우승 축하한다. 어제 경기 끝나고 잘 주무셨나?", "경기장과 공항에 응원하러 온 분들이 많은데 하고 싶은 말은 없나?"라는 등의 질문을 던졌으나 이들은 아무 대답 없이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승리한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들이 24일 출국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지난 17일 입국 당시에도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반응 없이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축구단을 환영하려 나온 시민단체 회원을 비롯해 탈북민 등 50여 명이 인사를 건넸으나 선수단과 스태프들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이후 19일 내고향축구단 리유일 감독은 수원종합운동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3000명의 공동응원단이 결성됐는데 어떤 감정이 드냐는 질문에 "우리 팀 선수들이 생각할 문제 아니다. 오직 경기에만 나서겠다. 우리가 여기 온 것은 철저히 경기를 하려고 온 것"이라며 남한의 공동응원단에 대해 신경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리유일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의 무반응은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었다. 2023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남북관계는 사실상 단절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3월 22~23일에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를 통해 남북이 '두 국가'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에 리 감독이 23일 우승 이후 기자회견에서 남한 기자가 북한의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닌 '북측'이라고 발언하자 기자회견을 종료한 것 역시 북한의 방침에 따른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1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그리고 시간당 10밀리미터의 비가 쏟아지던 20일 수원FC위민과 경기에서, 또 23일 결승전 경기에서 내고향축구단을 응원한 공동응원단에게까지 이들이 냉랭한 태도를 보여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공동응원단에는 남북관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남한 시민들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실향민과 탈북민이 함께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이들이 경기장을 찾은 이유는 축구 경기에 대한 관심도 있었겠지만, 오랜만에 내려온 북한 주민들을 보고 싶어서, 반가워서 경기장을 찾은 경우가 많았다. 본인이 북한에 가보지도 못하고, 가족을 만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반가운 마음에 공항으로,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향한 사람들이었다.

응원단에게 어떤 인사도 하지 않은 것이 축구단의 잘못은 아니다. 김 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를 공식화한 상황에서 이들이 당의 지침을 어기고 남한 응원단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거나 미소를 보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만 내고향축구단이 유독 남한 응원단에만 냉랭한 반응을 보인 것은 사실이었다. 이들은 20일 수원FC위민과 경기에서 심판 및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중국 쑤저우에서 열린 17세 이하 남북 여자대표팀 경기에서 북한 대표팀이 남한 선수들의 악수도, 하이파이브도 받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심지어 경기가 종료된 이후에는 양팀 선수들이 관례대로 손 인사를 했다. 결승전 이후에는 인공기를 들고 경기장을 한 바퀴 도는 세러모니를 하기도 했다.

이렇듯 축구단이 이번 대회 전 과정에서 관례와 상식에 따라 행동했는데도 굳이 남한 응원단에게만 인사를 하지 않은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상정하고 사실상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라는 것 외에 다른 배경을 찾기 어렵다.

남한 응원단에만 냉랭한 태도를 보이는 축구단의 모습은 자칫 김 위원장과 북한의 현 지도부가 자신감이 없음을 입증하는 증거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니 북한 주민의 남한 접촉만은 철저히 막아보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다. 이왕 남한에서 하는 경기에 축구단을 보내겠다고 결심한 상황에서 이들이 관례에 맞게, 그리고 상식에 맞게 행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줬다면 오히려 더 당당하다고 평가 받지 않았을까?

김 위원장이 남한에 '쫄아서' 적대적 두 국가를 천명한 것이 아니라면, 적대할 때는 하더라도 선수들이 본인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적어도 감사 인사 한 번 정도는 할 수 있도록 허락해야 했다. 인사 한 번 한다고 김 위원장이 천명한 적대성이 당장 없어지는 것도 아니지 않나.

오는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좀 더 자신감을 가진 북측, 조선 선수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들이 솔직하게 기쁨을 표현하고, 자신들을 응원했던 사람들과도 이를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갖추게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 김 위원장이 이들에게 그런 자신감 있는 행동을 하도록 허락해 주길 기대해 본다.

덧붙여, 김 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다고 해서 지난 70년, 더 나아가 수천 년의 역사가 한 순간에 없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해야겠다. 두 국가를 원하더라도 이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상식 선에서, 서로 지킬 것을 지키는 과정도 있어야 한다. 불필요한 적대성을 드러내는 것은 그만큼 더 남한을 의식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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