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를 직접 거론하며 혐오·조롱 게시물을 방치하는 사이트에 대한 폐쇄, 과징금, 징벌적 손해배상 등 강력 제재의 공론화 필요성을 밝혔다. 국무회의 검토 지시도 예고한 가운데, 일베 폐쇄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법적·기술적 쟁점을 살펴본다.
이재명 대통령. 사진은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2회 국무회의 겸 제9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관련 보도를 공유하며 "엄격한 조건 하에 조롱·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과 징벌 배상, 일베처럼 조롱·혐오를 방치·조장하는 사이트 폐쇄, 징벌 배상, 과징금 등 필요 조치를 허용하는 것에 대한 공론화와 실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국무회의에도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발언의 직접적 계기는 전날 경남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이었다. 추도식이 열린 23일, 일베 이용자로 추정되는 방문객들이 기념관 내부에서 일베를 상징하는 손가락 표시를 하며 사진을 촬영했다는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의 주장이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해당 보도를 직접 공유하며 강력 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X(옛 트위터)에 올린 글. / 이재명 대통령 X(옛 트위터)
일베에 대한 즉각적인 폐쇄 명령은 현행법상 근거가 부족하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은 불법 정보를 음란물, 명예훼손, 개인정보 침해 등 여러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조항에 근거해 개별 게시물 삭제나 접속 차단을 명령할 수 있지만, 사이트 전체 폐쇄는 별도의 요건이 필요하다.
2018년 청와대는 일베 폐쇄 국민청원(23만 명 동의)에 답변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이트 전체 게시물 중 불법 정보 비율이 70%에 달하면 방통심의위 심의를 거쳐 폐쇄나 접속 차단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베가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일베는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헌법적 문제도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 권리는 아니며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법률적 제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지만, 특정 사이트를 통째로 폐쇄하는 조치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이트 접속 차단 방식에도 실효성 문제가 따른다. 방통위가 국내 DNS 차단으로 접속을 막더라도 VPN이나 우회 접속을 이용하면 수분 내에 재접속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운영진이 서버를 해외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차단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폐쇄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베 이용자들이 다른 커뮤니티나 텔레그램·디스코드 같은 폐쇄적 공간으로 흩어질 경우, 방심위나 시민사회의 모니터링이 어려워져 오히려 통제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6월 19일 서울시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진보당과 시민단체가 온라인 커뮤니티상 혐오 표현 규제안 마련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뉴스1
지난해 12월 24일 국회는 허위·조작정보 유통 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인종, 성별, 장애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폭력·차별을 선동하거나 인간의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증오·혐오 조장 정보도 불법정보에 추가됐다. 해당 개정법은 오는 7월 5일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형사 처벌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고, 사이트 폐쇄 조항도 없다.
이 대통령이 이번에 언급한 조롱·혐오 표현 처벌, 사이트 폐쇄 허용 등은 추가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다. 국무회의 검토를 거쳐 입법 추진에 나설 경우 국회 논의가 불가피하며, 위헌 논란 등 법적 쟁점도 함께 수면 위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스타벅스코리아의 이른바 '탱크 데이' 이벤트를 공개 질타하는 등 최근 민주화운동·사회적 참사 관련 조롱·혐오 표현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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