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난 심화…재무구조 악화 더해 경기침체 가속 가능성
중소기업이 가장 취약…車·건설·정유 상대적 타격 클 듯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임기창 김보경 기자 =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미국과 더불어 한국도 금리 인상 압박에 직면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고금리 상황이 경영환경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미 장기화한 고환율과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가 발목을 잡은 상황에서 금리마저 오르게 되면 국내 기업들은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고금리는 대기업에 비해 자금 여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에 더 큰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업종별 양극화도 심화할 수 있어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 고환율·고유가에 고금리까지…기업 자금조달난 심화
24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최근 몇개월간 1천500원대를 들락거리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 유가도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지연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초강세를 보인다.
여기에다 국내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미국 국채 금리가 이번 주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19년 수준(연 5.20%)으로 치솟으면서 미국을 포함한 각 국가는 금리 인상까지 고려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고환율·고유가·고금리라는 현재의 '3고(三高)' 상황은 유가 등 원자재가 폭등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면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이미 고환율과 고유가에 허덕였던 국내 기업들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불거지자 비상이 걸렸다.
금리가 오르게 되면 기업들은 시설 투자나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자금을 조달할 때 이자 비용이 커지게 된다. 또 채권 발행금리 상승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유가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기업 실적 둔화와 재무구조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가계의 이자 부담 급증이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침체를 가속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고금리는 대기업보다 재정 여력이 미흡한 중소기업에 더 큰 타격을 안긴다.
영업이익률이 낮은 제조 중소기업이나 운전자금 회전이 빠른 도소매·숙박음식업, 건설 관련 중소업체는 이자 비용 증가분을 가격에 바로 반영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원재료비, 인건비에 더해 금융비용까지 늘게 되면 이익은 빠르게 줄고, 대출 연체 위험이 커지게 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중소기업 연체율은 0.65%로, 대기업 연체율(0.08%)의 8배에 달했다.
◇ 산업별 양극화…車·건설·정유 등, 상대적 타격 클 듯
고금리는 기업 규모나 업종에 따라 상이한 충격을 주며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와 건설, 정유 등은 고금리에 취약한 업종으로 꼽힌다.
만약 고금리에 따라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 대표적 고부가가치 소비재인 완성차 판매는 피해를 보게 된다.
자동차는 소비자 대출, 할부 등 금융거래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해 금리 상승이 직접적으로 구매 비용을 올려 수요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금리 상승은 채권 발행이 많은 정유업계에도 부담이다.
정유업체가 현지서 원유를 들여와 정유 공정을 거쳐 제품을 내놓기까지는 두 달여가 걸리는데 이 기간 현금이 묶이기 때문에 정유사들은 자금을 융통할 목적으로 유전스(Usance)라는 채권을 발행한다.
이에 따라 금리가 오르면 채권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는 금리가 높으면 대형 건설사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비용이 올라 PF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소형 건설사는 금융비용 상승분을 공사 단가에 반영할 수 있을 정도의 협상력이 없고, 대출 접근성도 낮아 운전자본이 고갈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수출채권 할인이나 무역금융 등 단기차입금 빈도가 높은 종합상사, 의류 등의 업종이 고금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반면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수요 급증으로 최근 초호황을 맞고 있는 반도체는 유가, 환율에 더해 금리가 경영 실적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는 않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다.
신원규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고환율, 고유가에 더해 고금리 상황까지 벌어지면 원자재와 중간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은 투자 여력 감소, 수입단가 상승, 물류·에너지 비용 증가라는 삼중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지정학적 구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기업들은 기술력과 공급 안정성을 높여 비용 상승분을 흡수하거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확보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한 기업은 고비용 구조 속에서 성장 여력이 빠르게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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