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신용거래융자 잔고 역대 최대…'삼전닉스' 빚투 7조원 돌파
이달 코스피 일중변동률 금융위기 후 최고…금융당국도 경고음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이민영 기자 = 대내외적으로 금리 인상에 대한 신호가 감지되면서 빚을 내서 투자한 이른바 '빚투'가 주식시장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역대 최대로 커진 가운데 금리가 오르고 증시가 조정장을 맞는다면 손해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빚투에 따른 반대매매(강제청산)가 연쇄적으로 나올 경우 주식시장 시스템 전반으로 위험이 확산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역대 최대 '빚투'…"떨어지면 어떡하나" 불안감도 증폭
24일 금융투자협회와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6조4천724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8,000선을 뚫었던 지난 15일 36조5천675억원보다는 소폭 내려갔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시장별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유가증권시장이 26조3천64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은 10조1천79억원이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으로, 빚투의 지표로 여겨진다.
코스피가 지난 15일 8,000선을 찍은 후 20일 7,200선까지 물러나면서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감소하는 듯했으나 지수 반등에 따라 유가증권시장을 중심으로 다시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노사 합의 당일인 20일 삼성전자 신용융자 잔고 금액(4조682억원)은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섰고, 22일에는 4조3천404억원으로 늘어났다.
21일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각각 4조2천751억원, 3조437억원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두 종목(총 7조3천189억원) 합쳐 7조원을 넘어섰다.
고공행진하는 코스피를 따라 빚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위험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빚투는 통상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을수록 늘어나는데 일정 기간 내에 이를 갚지 못하면 주식은 강제 청산된다.
실제로 8천피 이후 약세를 나타냈던 사흘간(18∼20일) 개인 투자자들의 초단기 미수거래에 따른 반대매매 금액은 3천억원이 넘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지난 22일 66.97에 장을 마치며 지난달 말(54.34) 대비 23.2% 급등했다.
18일에는 장 중 한때 82.23까지 치솟아 미·이란 전쟁으로 코스피 변동성이 확대된 지난 3월 5일(83.58)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달(1일∼22일) 하루 평균 코스피 일중변동률은 4.323%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증시가 휘청였던 2008년 10월(6.111%) 이후 17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 금리 인상 시 뇌관 터질라…금융당국 "빚투 관리" 당부
최근 미국 국채가 급등했고 하반기 미국과 한국 모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자칫 빚투 뇌관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19일(현지시간)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한때 7bp(1bp=0.01%포인트) 오른 5.20%까지 치솟았다. 30년물 금리가 5.20%에 도달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약 19년 만이다.
이후 진정세가 나타나기도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등락 중이다.
미 국채 금리가 오른 주된 요인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는 데 있다.
연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다수 참석 위원은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를 지속해서 웃도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일정 수준의 통화정책 긴축이 적절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한국 또한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이 점쳐진다.
증권가에서는 오는 28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인상 신호를 줄 것이며 이르면 10월부터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커지는 변동성에 대비해 빚투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9일 수석부원장 주재로 긴급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신용융자와 한도 대출 등 빚투 관련 자금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같은 달 11일에는 11개 증권사 신용융자 담당 임원들을 만나 빚투 관련 투자자 안내와 위험 관리를 강화하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빚투의 급증세를 경계하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빚투 규모가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최근에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반대매매도 하루에 100억원씩도 나오는 상황"이라며 "특정 증권사의 반대매매가 다른 증권사로 이어지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없는지 봐야 한다"고 짚었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최근 금리가 과도하게 올랐고 내려갈 공간이 있지만 그 여력이 충분히 있느냐고 한다면 쉽지 않은 부분 역시 있다"며 추후 금리 변동 상황을 지켜보며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다만, 현재 증시는 탄탄한 펀더멘털(기초여건)을 기반으로 오르고 있는 만큼 과도한 우려 역시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빚투 금액이 시가총액 대비 비율로 보면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면서 "빚투가 증시 전반에 큰 위험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최근 미 국채 금리 급등은 연준의 연내 금리 인상 우려를 선반영한 것"이라며 "만약 5∼6월 중 미·이란 전쟁이 끝나고 국제유가가 하락한다면 금리도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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