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상황·반도체 수출·수도권 집값·환율 등 변수
전문가들 "점도표서 '인하' 사라질 것…美도 당분간 동결"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임지우 이도흔 기자 = 경제 전문가들은 오는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발 물가 불안과 수출 호조 등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지만, 전망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내수 회복세도 뚜렷하지 않아 당장 인상에 나서기도 어렵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다만, 금통위가 금리 조정에 나서지 않더라도 통화정책 메시지는 한층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기울 것으로 예상됐다.
물가와 성장뿐 아니라 수도권 집값 상승세, 1,500원대로 올라선 원/달러 환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열어둘 것이라는 관측이다.
◇ 전문가 6명 모두 동결 예상…"물가 경로 추가 점검"
24일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신현송 한은 총재가 취임 후 주재하는 첫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됐다.
예상대로라면 지난해 7·8·10·11월과 올해 1·2·4월에 이은 8연속 동결이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 여파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반도체 수출 호조 덕분에 성장이 개선돼 통화 긴축 여건이 조성됐지만, 당장 금리를 높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통위가 상황을 더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며 "물가 상승에 외부 요인이 큰 만큼 이번에는 금리를 동결하고, 물가 경로를 한 번 더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이달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큰 폭으로 뛰었지만, 전월 대비로는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중후반대 정도에 그칠 수 있고, 그러면 금리를 아주 빨리 인상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수출 호조 덕분에 성장 전망이 개선됐지만, 내수가 아직도 부진하다"며 "여기서 금리를 잘못 올리면 내수 경기 회복세를 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높아진 성장과 물가 경로 예상으로 인상 논의가 이뤄지겠으나, 면밀한 펀더멘털 모니터링 필요성을 제기하며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사태로 전망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반도체 사이클 방향성도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짚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수출이 주도하는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나, 중동 전쟁 이후 내수 회복 흐름이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경기 흐름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금리 동결을 점쳤다.
아울러 "물가 역시 유가 충격이 나타나고 있지만, 핵심 소비자물가는 안정된 상태"라며 "공급 충격이 수요 견인형 인플레이션으로 진화할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금리 동결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 상당 기간은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안예하 키움증권[039490] 선임연구원도 "고유가로 인한 영향을 지켜보며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점도표 대폭 변경될 듯…"대부분 점 인상 쪽에"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이번에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향후 인상을 강하게 시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안재균 연구위원은 "수출과 내수 흐름 모두 양호해 연내 인상 관련 시그널은 충분히 제공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안예하 선임연구원은 "성장 개선과 부동산 가격 상승 지속, 물가 상방 우려 등에 금리 인상 시그널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장민 선임연구위원도 "신 총재의 첫 금통위다 보니 인상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신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강한 인상 시그널을 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통위원 7명이 각자 생각하는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 분포도 지난 2월과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2월에는 전체 21개 점 중 16개가 2.50%(동결), 4개가 2.25%(인하), 1개가 2.75%(인상)에 찍혔는데, 이번에는 인하 점이 아예 사라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동결 11개, 인상 10개로 동결이 소폭 앞서겠지만, 전체적인 톤은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둔 변화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장민 선임연구위원은 "전체적인 분포가 상당히 위로 올라갈 것"이라며 "인상 쪽에 대부분 점이 찍힐 것으로 본다"고 했다.
금통위가 6개월 내 두 차례 이상 인상을 일부 시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주원 연구본부장은 "21개 중 3분의 1은 동결, 3분의 1은 0.25%p 높은 수준, 3분의 1은 0.50%p 높은 수준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안예하 선임연구원은 "1회 인상 15∼16개, 2회 인상 5∼6개"를, 안재균 연구위원은 "동결 3∼4개, 인상 8∼10개, 2회 인상 7∼8개, 3회 인상 0∼2개"를 각각 예상했다.
◇ "7월에 인상할 수도" vs "연내 동결" 엇갈려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워낙 큰 만큼 향후 금리 인상 시점에 관해선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주원 연구본부장은 "4분기 정도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며 "연말 금리 수준은 현재보다 0.25%p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민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수정 경제전망에서 물가가 너무 높다는 메시지를 준다면 7월 금리 인상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며 "연내 0.25%p씩 2회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안예하 선임연구원은 "7월에 0.25%p 인상하고, 추가로 내년 1분기에 더 인상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양극화 성장에 따라 반도체 낙수 효과가 제한적이고 소비 역시 양극화 흐름을 보인다"며 "유가 충격이 전방위적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올해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2분기 경기 흐름이 계속 양호하고 내수 회복 기조가 뚜렷해지면 올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며 "확률은 40%"라고 부연했다.
조영무 소장은 "동결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며 "금리를 낮춰야 하는 요인은 많지만, 무게가 점점 줄고 있고, 높여야 하는 요인은 물가 하나지만, 점점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경우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안재균 연구위원은 "미국이 6월에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며 "연내 동결을 기본 시나리오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장민 선임연구위원도 "미국은 한국보다 고용 상황이 좋지 않고, 유가 충격도 한국보다 작다"며 "금리 인하 압박이 지속되겠지만, 당장 물가가 상승하니 연내 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영무 소장은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데 금리를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란 상황이 정리가 안 되면 어쩔 수 없이 금리를 덜 낮추거나 높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상당 기간 동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이날 기준으로 올해 12월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이상 인상할 확률을 약 70%로 반영했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전혀 반영하지 않은 상태다.
미국 시장 금리는 이미 높이 상승하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3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한때 7bp(1bp=0.01%포인트) 오른 5.20%까지 치솟았다. 30년물 금리가 5.20%에 도달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 역시 "고용시장 둔화에도 물가 압력으로 인해 인하 기조는 잠시 중단될 것"이라며 "연내 동결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안예하 선임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하향 시 1회 인하 가능성 있으나, 현재 수준을 지속하면 연말까지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hanjh@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