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토프 푸카이가 미국 주도의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강화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지나친 통제가 오히려 중국의 자체 반도체 장비 개발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는 21일 푸카이 CEO가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 열린 한 과학기술 행사에 참석해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과 관련한 보다 일관된 국제 규칙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는 네덜란드와 일본 등 동맹국들이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 정책에 동참하도록 압박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의회에 제출된 법안에는 중국이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중국에는 EUV Lithography System의 판매가 사실상 전면 금지된 상태인데, 새 법안은 침지형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까지 제한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 정부는 해당 조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ASML 역시 현재 중국에 판매 중인 DUV 장비는 이미 2015년 수준 기술 기반의 구형 장비라고 설명하며 추가 규제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푸카이 CEO는 “현재 중국에 판매되는 장비는 8세대 이전 기술 수준”이라며 “제한을 더 강화할수록 중국의 자체 대체 장비 개발 속도만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누군가를 사막에 두고 앞으로 먹을 것이 없다고 말하면 결국 스스로 채소밭을 만들 수밖에 없다”며 “이는 생존의 문제”라고 비유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과 서방의 반도체 규제가 강화된 이후 반도체 자립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국산 장비와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규제 강화 여파로 중국 시장 내 ASML 매출 비중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ASML은 올해 1월 실적 발표에서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이 지난해 33%에서 올해 20%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해관총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의 네덜란드산 노광 장비 수입액도 전년 동기 대비 24.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압박이 단기적으로는 중국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제한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기술 자립과 공급망 독립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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