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클럽 역사상 최초…북한내고향여자축구단,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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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클럽 역사상 최초…북한내고향여자축구단,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위키트리 2026-05-23 17:1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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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벌에 북한 인공기가 펼쳐졌다.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서로를 끌어안았다. 아시아 여자 클럽 축구의 새 역사가 대한민국 수원에서 쓰였다. 내고향은 일본 강호 도쿄 베르디 벨레자를 꺾고 북한 클럽 사상 처음으로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다.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도쿄 베르디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며 사상 첫 정상에 오른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들이 인공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내고향은 23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전에서 일본의 도쿄 베르디 벨레자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내고향은 북한 클럽 역사상 최초로 이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팀이 됐다.

철벽 수비와 역습, 주장 김경영의 선제 결승골

이날 경기에서 내고향은 탄탄한 수비 블록을 앞세운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구사했다. 대회 내내 막강한 화력을 자랑한 도쿄 베르디의 공세를 5백 수비로 막아내며 기회를 엿보던 내고향은 전반 43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역습 상황에서 후방에서 넘어온 패스를 받은 주장 김경영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정확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수세에 몰려있던 상황에서 터진 선제골에 경기장에 모인 공동응원단은 크게 환호했다. 후반에도 이어진 상대의 공세를 끝까지 차단한 내고향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1점 차 리드를 지켜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내고향의 리유일 감독은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벤치로 돌아가서도 한동안 오열한 리 감독을 향해 선수들은 헹가래를 치며 기쁨을 나눴다. 이어 선수들은 대형 인공기를 들고 관중석을 향해 달렸다. 관중석을 지키던 남북 공동응원단은 환대와 응원을 보냈고, 선수들은 인공기를 머리 위로 펼친 채 그라운드를 돌며 승리 세리머니를 진행했다. 이날 결승전 관중은 준결승 때의 5700여 명보다 감소한 2670명으로 집계됐다. 경기장 주변에는 이들의 방문을 환영하는 민간단체의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대회 MVP 김경영 활약과 100만 달러 상금 확보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의 경기에서 우승을 거둔 내고향 선수들이 인공기를 든 채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모습. / 뉴스1

지난 20일 준결승에서 한국의 수원FC 위민을 2-1로 꺾고 결승에 진출한 내고향은 이번 우승으로 100만 달러(약 15억 2000만 원)의 우승 상금을 확보했다.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준결승과 결승에서 연속으로 결승골을 넣으며 활약한 주장 김경영에게 돌아갔다. 김경영은 시상식 이후 인터뷰에서 그동안 많은 훈련을 소화했기에 중요한 득점을 올릴 수 있었다며 강팀 일본을 꺾고 넣은 결승골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멋진 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을 마친 선수단은 기념사진을 촬영한 뒤 퇴장했다.

8년 만의 방남과 남북 스포츠 교류의 현실적 명암

이번 대회는 북한 축구 클럽이 8년 만에 남한을 방문해 치른 공식 경기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2023년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한 이후 체육 교류 역시 중단된 상태였다. 김보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 대회가 단절됐던 남북 간의 제한적인 접촉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구조적인 여건 변화 없이는 스포츠 교류만으로 외교적 관계 개선이나 협력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현실적인 진단을 내놓았다.

내고향이 받게 될 우승 상금 100만 달러의 실제 지급 여부도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의 대북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스포츠 대회 상금이 제재 대상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다. 과거 2017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대회 당시 일본 축구협회는 대북 제재를 이유로 북한의 우승 상금 지급을 거부한 사례가 있으며,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과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북한 선수단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이 제공한 전자기기를 받지 못했다.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선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어떤 구단인가

내고향은 북한 여자 축구 무대에서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신흥 강자로 군림하며 전통의 체육단들을 위협해 온 팀이다. 이들은 단순한 국가 주도의 체육단을 넘어 북한의 독특한 기업 후원 시스템 하에서 성장한 대표적인 구단이다.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의 경기에서 우승을 거둔 내고향 선수들과 리유일 감독이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내고향 축구단은 2013년 무렵 공식적으로 창단됐다. 북한의 대기업 격인 '내고향총회사'가 구단의 재정과 운영을 전적으로 지원한다. 내고향총회사는 담배, 의류, 식료품, 전자제품 등을 다방면으로 생산하고 판매하는 북한의 대표적인 소비재 기업으로 체육 부문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해 왔다. 대개 군이나 경찰, 국가 기관의 직속 체육단(4.25체육단, 압록강체육단 등)이 리그의 주류를 형성하는 북한 축구계에서 특정 기업체의 명칭을 전면에 내세우고 전폭적인 독립 재정 지원을 받는 구단의 형태는 이례적인 구조다. 내고향총회사는 평양에 현대적인 전용 훈련장과 선수 숙소를 마련해 주는 등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전문적인 환경을 일찍이 구축했다.

내고향은 창단 초기부터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소년 선수 육성에 집중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전국 각지에서 축구에 소질이 있는 유망주들을 조기에 발굴해 자체적인 유스 시스템 속에서 체계적으로 길러냈다. 이러한 유소년 중심의 투자는 빠르게 결실로 이어졌다. 2010년대 후반부터 북한 최상위 여자 리그인 '1부류 축구연맹전' 등 국내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며 기존 강팀들과 대등한 전력을 구축했다. 이들은 조직력과 체력을 중시하는 북한 축구의 기본 색채에 정교한 전술적 움직임과 세밀한 부분 전술을 더해 리그 정상급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팀의 핵심 전력으로는 단연 공격수 김경영이 꼽힌다. 김경영은 연령대별 청소년 대표팀을 두루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북한 국가대표팀에서도 부동의 에이스로 활약해 온 선수다. 빠른 침투 속도와 문전에서의 높은 집중력, 탁월한 결정력을 두루 갖춘 그는 내고향 공격 전술의 핵심 지표다. 여기에 북한 여자 청소년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을 지도했던 풍부한 경험을 가진 리유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팀의 전술적 완성도가 한층 강화됐다. 리유일 감독은 상대의 성향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에 맞춘 실리적인 전략을 구사해 마침내 팀을 아시아 최고 권위의 클럽 대회 우승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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