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비껴 있던 사람들이 게임의 성장을 이끌었다.:
야마자키 토모 나이언틱 재팬 대표이사 겸 피크민 블룸 총괄 매니저가 23일 여의도 시티플라자에서 진행된 'Pikmin Bloom Journey 2026: 서울'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흥행 비결을 진단하며 꺼낸 답변이다.
피크민 블룸 글로벌 매출은 2022년 840만 달러에서 2023년 2,090만 달러로 148% 뛰었고 2024년 3,340만 달러, 2025년 3,480만 달러로 4년 연속 성장했다. 앱매직 집계 기준 모바일 앱 스토어 누적 매출은 약 8,977만 달러이며, 2024년 8월 도입된 웹스토어 직접 결제분을 더하면 실제 수익은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 포켓몬 고와 몬스터 헌터 나우를 포함해 나이언틱이 운영해 온 라이브 게임 중 매년 성장 곡선을 이어간 IP(지식재산권)는 피크민 블룸이 유일하다. 포켓몬 고가 2016년 출시 직후 정점을 찍은 뒤 매년 성장세를 잇지 못하는 사이 피크민은 약 4배로 커졌다.
야마자키 대표가 이 차이를 설명하면서 가장 먼저 꺼낸 단어는 '유니크'였다. 한국 유저는 단순히 걷는 데 그치지 않고 친구와 함께 게임을 즐기고 엽서를 교환하는 사교적 방식으로 플레이한다는 것이다. 한국 유저가 일본·대만·미국 유저와 엽서 교환을 활발히 한다는 점, 한국의 도로 환경 자체가 걷기 기반 게임에 친화적이라는 점도 함께 짚었다. 그는 "원래부터 게임을 굉장히 즐기는 게이머 분들보다는 게임을 그렇게 즐겨오지 않았던 분들이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피크민 블룸의 타깃을 정의했다. 비디오 게임을 소비하지 않던 층, 특히 젊은 여성 유저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산책 인증과 데코 자랑을 확산시키면서 매출과 다운로드를 다시 끌어올린 구조다. 포켓몬 고의 '캡처-배틀'이 게이머 정체성을 요구한다면 피크민 블룸의 '걷기-수집-공유'는 그 구조가 다르다.
이날 현장은 야마자키 대표의 분석을 풍경으로 보여줬다. 선물 배포 거점인 IFC몰 L3 노스아트리움은 오전부터 종이 바이저를 쓰고 민트색 스트링백을 멘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빨강·파랑·노랑·보라·핑크·흰색·하늘색에 새로 추가된 검정 얼음피크민까지 8종 바이저가 사람마다 다른 색으로 얹혀 있었고 인파의 다수는 20·30대 여성이었다. 연인끼리, 모녀끼리, 친구끼리 짝을 이뤄 종이 지도를 펴들고 다음 스폿을 가늠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게이머 정체성이 강한 행사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구성이다. 행사장 안 인파만큼이나 IFC몰 밖 여의도 일대로 흩어져 16개 스페셜 스폿(A~P)을 도는 참가자들의 동선도 분주했다. 종이 바이저를 그대로 쓴 채 한낮의 여의도 도심을 걷는 풍경이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번 서울 라이브는 일본 외 지역에서 진행되는 첫 유료 이벤트다. 도쿄 돔 시티·센다이를 거친 세 번째 라이브이자 작년 동대문 일대 무료 투어를 잇는 한국 두 번째 행사다. 23~24일 양일 여의도 IFC몰을 거점으로 약 7km 산책 코스가 운영되며 티켓 가격은 2만2,000원, 액티브 2일 옵션을 더하면 3만 원이다. 결코 낮지 않은 가격대인데도 야마자키 대표는 참가자 수를 두고 "기대 이상의 분들께서 참가해 주고 계신다"고 했다. 행사장 주변에는 일본·동남아 등에서 원정 온 유저도 적지 않았다. 라이브 이벤트가 단순 마케팅 비용이 아니라 자체 수익 사이클로 돌아갈 수 있다는 신호다.
여의도를 무대로 잡은 이유에 대해 홍재희 라이브 이벤트 마케팅 매니저는 한강 풍경 자체보다 그 위에 얹힌 일상을 강조했다. "한강은 서울 시민이 일상으로 즐기는 공간이자 외국 관광객이 놓치는 면이라 보여주고 싶었다. 외국 분들이 좋아하는 한국 라면도 한강에서 즐기실 수 있도록 코스를 짰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16개 스폿 중 'M' 지점은 한강 위 'CU한강버스 여의도점'으로, 한강에서 라면을 먹는 일상이 게임 임무 포인트로 그대로 들어갔다. 'G' 지점에는 한식 레스토랑으로 고봉삼계탕 KBS별관점이, 'H' 지점에는 영국식 튜더 양식 건물인 자매공원이 배치됐다.
디자인팀은 한강을 배경에 둔 한정 엽서와 패치를 따로 제작했고 이랜드크루즈 1층에는 피크민 테마 포토존과 서울 포토존을 별도로 마련했다. 게임 디자이너 스다 히유키는 가장 마음에 드는 스폿으로 라면 포인트를 직접 꼽으며 "그곳을 그릴 때 특별히 마음을 담아서 그렸다"고 했다. 이번 행사의 이벤트 꽃으로 파랑 히비스커스를 고른 것 역시 무궁화에 가까운 형태를 의식한 선택이라고 부연했다. 관광청 추천 코스가 아닌 시민의 라면을 골랐다는 점은 로컬라이즈의 깊이를 보여준다.
비디오 게임 비소비층이 늘면서 SNS에 산책 경로를 올리는 행위로 위치가 노출되는 우려에 대해 야마자키 대표는 "캡처 시 지도 숨기기 기능, 꽃 심기 시 프라이버시 존 설정 기능을 이미 적용했다"며 "유저의 현 위치가 게임상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처리하고 있고 앞으로도 주의해서 구현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사용에 따른 디바이스 발열·끊김 문제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퍼포먼스와 디바이스 부담 개선 작업을 지금도 거의 매일 진행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후속 행사 계획에 대해 홍 매니저는 "서울에서 두 번 진행했으니 다음에는 지방 분들도 즐기실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보겠다"고 답했다. 야마자키 대표는 마무리에서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즐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유저가 즐길 수 있는 앱으로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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