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내고향이 아시아 여자 클럽축구 최정상에 우뚝 섰다. 2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전반 종료 직전 터진 김경영의 결정적 한 방이 도쿄 베르디의 꿈을 꺾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우승으로 내고향은 전신 대회인 AFC 여자 클럽 챔피언십을 포함해 북한 구단 최초의 대륙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1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15억원에 달하는 우승 상금도 평양행 짐에 실리게 됐다. 지난 시즌 공식 출범한 AWCL은 아시아 여자 클럽 무대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다.
흥미로운 점은 양 팀의 과거 전적이다. 지난해 11월 미얀마 조별리그에서 내고향은 바로 이 도쿄 베르디에게 0-4 굴욕을 당했다. 그러나 결승 무대에서 완벽한 복수극을 써냈다. 준결승에서도 김경영의 발끝이 빛났다. 수원FC위민을 상대로 1-2 열세를 뒤집는 역전골을 꽂아 넣으며 결승 티켓을 따낸 바 있다.
북한 축구 선수들이 한국 땅을 밟은 것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래 12년 만의 일이다. 특히 국가대표가 아닌 클럽팀 자격으로는 내고향이 역사상 첫 방한 사례로 기록됐다.
결승전 경기 흐름을 살펴보면, 초반 도쿄 베르디의 맹렬한 압박에 내고향 수비진이 흔들리는 장면도 있었다. 전반 16분 위기의 순간, 시오코시 유즈호의 강슛을 박주경이 몸으로 막아낸 뒤 수비수가 공을 걷어내며 고비를 넘겼다. 볼 점유율 43%로 밀리던 내고향이었지만, 결정적 순간 집중력을 발휘했다.
전반 44분, 승부를 가른 장면이 연출됐다. 돌파력이 뛰어난 정금이 상대 수비와의 몸싸움에서 승리하며 페널티박스 좌측까지 침투한 뒤 중앙으로 볼을 연결했다. 이를 받아든 주장 김경영이 페널티킥 지점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 우측 구석을 갈랐다. 내고향의 이날 첫 유효슈팅이 곧바로 결승골로 이어진 것이다.
후반전에도 내고향은 견고한 수비와 날카로운 역습 기조를 유지했다. 후반 4분 김경영의 헤딩 시도가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후반 25분에는 김혜영 크로스에 연결된 리명금의 머리가 또다시 골키퍼 품에 안겼다. 추가골 기회를 살리지는 못했지만 경기 주도권은 확실히 내고향 손에 있었다.
도쿄 베르디는 교체 카드를 꺼내며 흐름 반전을 노렸으나 굳건한 내고향 골문 앞에서 번번이 좌절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급함이 실수를 낳았고, 결국 아시아 정상 문턱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준결승과 결승 연속 결승골의 주인공 김경영은 당연하다는 듯 대회 최우수선수 영예까지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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