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연택 기자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만들어낸 고운임 특수가 비정상적 고운임 흐름이 점차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해운업계의 실적 차별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운임 변동에 얼마나 민감한 사업 구조를 갖췄는지에 따라 수익 흐름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해운사들은 글로벌 물동량 둔화와 운임 약세라는 공통된 환경 속에서도 서로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시황 변동에 취약한 컨테이너선과 케미컬 탱커 중심의 선사들은 직접적 영향을 받은 반면, LNG선과 장기운송계약 기반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선사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조7187억원, 영업이익 269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6.2% 감소했다. 물동량 자체는 늘었지만 미주·유럽 노선 운임이 약세를 보이며 수익성이 크게 둔화됐다.
실제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 지표인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올해 1분기 평균 1507포인트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4.5% 하락했다. 특히 북미 서안 노선과 유럽 노선의 운임 약세가 두드러지면서 대형 원양선사들의 수익 방어 부담도 커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재 흐름을 단순 부진보다는 '정상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급등했던 운임이 과거 평균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흥아해운 역시 운임 변동성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흥아해운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3% 감소했다. 케미컬 탱커 중심 사업 구조의 특성상 시황 약세가 곧바로 수익성 저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맞물리며 중소형 탱커 운임 회복 속도가 더딘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대한해운과 팬오션은 상대적으로 안정적 흐름을 이어갔다. 공통점은 LNG선과 장기계약 기반 사업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대한해운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778억원, 영업이익 74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6% 증가했다. 특히 LNG 전용선 사업 확대 효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익 흐름을 유지했다는 평가다.
벌크선 부문에서도 단기 시황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이 주효했다. 시황 변동성이 큰 스팟(Spot) 운항 비중을 줄이고 안정적인 계약 중심 운영을 강화하면서 수익성 방어에 집중했다.
같은 기간 팬오션은 매출 1조5089억원, 영업이익 140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3%, 24.4% 증가한 실적을 냈다. 벌크선 시황 회복과 함께 LNG·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확대 전략을 병행하며 사업 다각화 효과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특히 장기화물운송계약(CVC)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해온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2분기부터 선사별 차이가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중동 지역 긴장이 다시 높아지면서 호르무즈 리스크와 유가 상승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어서다.
컨테이너선 업계는 우회 항로 확대에 따른 연료비 부담과 운항 차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벌크선과 탱커선은 운항 거리가 길어지는 '톤마일 효과'로 일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전체 운임 흐름이 업황을 좌우했다면 지금은 어떤 화물을 실어 나르고 어떤 계약 구조를 갖췄는지가 실적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바뀌고 있다"며 "고운임 특수가 사라진 이후 해운사별 체력 차이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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