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특별기획] 대기업 내부거래, 반복되는 사익편취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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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특별기획] 대기업 내부거래, 반복되는 사익편취의 민낯

뉴스락 2026-05-23 08:17: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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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수백억 원의 제재가 반복돼도, 대기업 내부거래의 민낯은 달라지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4개 기업집단에 93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전년의 두 배 수준이지만, 해마다 되풀이되는 위반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고 있다.

과징금이 '관련 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묶이는 구조에서, 수백억 원의 제재금도 대기업에겐 사업 비용으로 흡수된다는 지적이 반복된다. 공시 의무를 피하기 위해 계열사 자산을 숨기거나, 승계 작업을 내부거래로 뒷받침하는 수법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공정위는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렸던 조사국 부활을 추진하며 감시망을 다시 강화하고 있다.

반면 규제가 중견기업의 성장 의지 자체를 꺾는 '피터팬 증후군'을 심화시킨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뉴스락>은 반복되는 사익편취의 실태와 제재 실효성 논란의 구조적 배경을 짚어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주요 그룹 총수들과 만나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방투자 확대를 논의했다. 사진=청와대 [뉴스락]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주요 그룹 총수들과 만나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방투자 확대를 논의했다. 사진=청와대 [뉴스락]

 

과징금만 935억...대기업 내부거래 '요지부동'

(왼쪽부터) 구찬우 대방건설 대표, 곽수윤 우미건설 대표, 이경호 중흥건설 대표, 김홍기 CJ 대표. [뉴스락 편집]
(왼쪽부터) 구찬우 대방건설 대표, 곽수윤 우미건설 대표, 이경호 중흥건설 대표, 김홍기 CJ 대표. [뉴스락 편집]

수백억 원대 과징금 철퇴에도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와 사익편취 관행은 멈추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통계연보에 따르면, 기업집단의 부당 지원 및 사익편취 적발 건수는 2021년 7건, 2022년 4건, 2023년 6건, 2024년 6건 등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내부거래는 시장의 공정 경쟁을 훼손하는 부당지원과 특수관계인에게 부를 이전하는 사익편취로 나뉜다.

특히 2025년에는 단 4건의 적발만으로 935억 원의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되며, 당국의 제재 수위와 규모가 과거보다 대폭 강화된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적발된 위반 행위는 공공택지 전매와 대규모 신용보강을 동원한 건설업계에서 두드러졌다.

대방건설은 막대한 개발이익이 예상되는 공공택지를 구교운 회장의 장녀가 소유한 대방산업개발 등에 넘겨 20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법인이 검찰에 고발됐다.

우미건설은 아파트 건설사업에 시공 실적이 전무한 계열사 5곳을 비주관 시공사로 참여시켜 일감을 몰아준 사실이 확인돼 단일 최대 규모인 483억 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중흥건설 역시 오너 일가 소유 계열사의 대출을 돕기 위해 3조 2096억 원 규모의 무상 연대보증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며 도마 위에 올랐다.

비건설 부문에서는 지주회사를 내세운 우회적인 금융 지원 수법이 적발됐다.

CJ그룹은 지주회사를 앞세워 자본잠식 상태인 계열사의 저금리 영구전환사채(PCB) 발행을 도운 혐의로 65억 원의 제재를 받았다.

부실 계열사에 대한 인위적인 자금 수혈은 시장의 퇴출 기전을 방해하고 기업집단 전체의 건전성을 해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해가 바뀌어도 유사한 꼼수 수법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올해 공정위는 HDC그룹이 계열사에 이자를 받지 않고 자금을 지원한 행위를 적발해 171억 3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재계 전반으로 조사망을 넓히고 있다.

유통 대기업인 쿠팡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전년 대비 3.6%포인트 급증한 25.8%에 달하자, 공정위가 본사에 30여 명의 조사관을 투입해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의혹과 플랫폼 불공정 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현장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와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감 몰아주기 및 자금 지원 행위를 앞으로도 엄정하게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내부거래 281조 돌파...공정위 '조사국 부활' 정조준

공시집단의 내부거래 비중, 금액 현황(국내계열사 기준). 자료=공정위, AI이미지 생성 [뉴스락]
공시집단의 내부거래 비중, 금액 현황(국내계열사 기준). 자료=공정위, AI이미지 생성 [뉴스락]

대기업의 내부거래는 여전히 그룹 전체의 외형을 유지하는 핵심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92개 기업집단의 국내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전체 매출의 12.3%인 281조 원을 기록했다.

특히 총수 일가가 있는 10대 그룹의 내부거래액이 193조 원으로 전체의 68.7%를 차지하며 집중화 현상을 보였다.

외부 감시망이 헐거운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21.7%)이 상장사(7.4%)의 3배에 육박해, 비상장사가 일감 몰아주기의 주요 사각지대로 활용되고 있음이 수치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대기업의 부당지원과 사익편취를 근절하기 위해 감시망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05년 기업 활동 위축을 이유로 폐지됐던 조사국을 부활시켜 내부거래 조사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7명 규모로 운영되는 중점조사팀을 30~40명 수준의 정규 국(局)으로 격상하고, 경제분석국을 신설해 조직의 전문성을 끌어올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공정위 측은 "중대 민생사건 처리와 법 집행 역량 강화를 위해 인력 증원을 추진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조직 규모와 기능은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규제 당국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꼼수 거래가 근절되지 않는 핵심 배경으로는 현행 제재 구조의 한계가 꼽힌다.

부당지원 적발 시 부과되는 과징금은 전체 거래액이 아닌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돼 상한선을 적용받는다.

위반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적용해 경제적 불이익을 명확히 하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의 강력한 규제 방식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현행 금전적 제재 틀은 유지하되, 위반 횟수와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징벌적 과징금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익편취 근절' VS '피터팬 증후군' 딜레마

AI 이미지 생성,
AI 이미지 생성,

사익편취 근절을 위한 제재 강화론과 촘촘한 규제망을 피하려 성장을 멈추는 '피터팬 증후군' 사이에서 제도적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영원무역그룹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소속 회사 82곳(자산 합계 3조2400억 원)의 자료를 고의로 누락한 혐의로 성기학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자산 5조 원을 넘겨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될 경우 발생하는 내부거래 공시 의무와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우회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기간 영원무역그룹은 차녀 성래은 부회장에게 지분을 증여하는 등 경영 승계 작업도 별도 공시 없이 진행했다.

제도의 허점을 노린 위법 행위가 반복되자, 과징금 산정 기준을 현실화하고 법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제재 강화가 기업의 성장 의지를 꺾는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규제 기준선에 근접한 중견기업들이 법인을 쪼개거나 의도적으로 자산 규모를 통제하는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

실제로 중견기업 전환에 따른 규제 부담을 유예해 주는 제도를 활용하는 기업 수는 2020년 949개에서 2024년 1377개로 급증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역시 과거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58가지 지원이 중단되며 16가지 규제를 받고, 대기업으로 성장할 때 35개 규제가 더해진다"며 "누가 기업을 키우겠나. 이 같은 상황에서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피터팬 증후군'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 바 있다.

정부는 기업 성장을 돕기 위해 중소기업벤처부 예산을 2023년 13조 5000억 원에서 2026년 16조 5000억 원으로 늘리는 등 지원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중소기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중견기업의 절반 수준에 그쳐, 단순한 외형 확장이 실질적인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기업 지원이 기술 혁신보다 종업원 수나 매출액 등 규모 자체에 중점을 둬 혁신 유인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생존 불가능한 기업의 연명이 아닌 혁신기업의 성장을 장려하도록 정해진 시한 이후에는 공적 지원을 체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부당거래 감시망은 유지하되, 기업의 성장을 옥죄는 획일적인 규제 체계는 개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기업이 성장 계단을 올라갈수록 혜택은 사라지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촘촘한 규제만 남아 결국 기업가 정신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집단 지정 회피를 위해 기업을 분사하거나 성장을 멈추는 부작용을 막으려면, 단일 자산 규모에 얽매인 현행 규제를 유연하게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동일인 제도를 축소 및 폐지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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