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서울 아파트 시장의 전월세난과 대출규제가 비아파트 시장을 밀어 올리고 있다. 아파트 매매 문턱이 높아진 데다 전셋값 부담까지 커지자, 실수요자들이 다세대·연립주택과 오피스텔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비아파트를 단기 공급 대안으로 꺼내 들었지만, 현재 시장 공급 기반은 약하다. 수요는 비아파트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지만 인허가와 착공은 줄고있다. 단기 입주 물량을 확보하려면 단순한 공급 독려를 넘어 자금 조달과 인허가 병목을 함께 풀어야 한다.
◇서울 다세대·연립 거래 급증…아파트 대체 수요 확산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4월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는 약 1만4476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9943건과 비교하면 31% 급증했다. 대출 규제로 아파트 매매가 어려워진 데다 전월세 임대료 부담이 커져 비아파트가 대체 선택지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매매 물량은 빠르게 줄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물량은 5월 1일 7만2315건으로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전까지 7만건대를 유지했지만, 21일에는 6만3227건까지 감소했다. 매매로 나왔던 물건 일부가 임대 물량으로 전환되면서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1만5000건대에서 1만7000건대로 늘었다.
하지만 시장이 체감하는 숨통은 크지 않다. 새로 풀린 전세 물량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1일 기준 서울 평균 주간 전세가격은 6억8600만원으로 전주보다 0.22% 상승했다. 평균 전셋값이 7억원에 가까워지면서 세입자들의 선택지도 줄고 있다.
마포구 공덕동 한 중개업자는 “기존에 매매로 나왔던 물건 중에도 임차인이 끼어 있던 물건이 있다”며 “애초에 공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느끼는 전월세 물량 증가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입지가 좋은 곳 위주로 빌라 매수 문의도 늘었다”고 덧붙였다.
◇빌라·오피스텔도 들썩…“전월세 가격이 매매가 자극”
비아파트 가격도 이미 들썩이고 있다. 지난 4월까지 거래된 서울 다세대·연립주택의 평균 매매가격은 4억1895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3억8311만원보다 약 3000만원 올랐다. 평균 매매가격이 4억원을 넘어서며 비아파트 시장에도 가격 상승 압력이 번지고 있다. 다만 서울 아파트 주간 평균 매매가격이 15억7100만원이기에, 실수요자들이 비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오피스텔 전세가격도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오피스텔(60㎡ 초과~85㎡ 이하) 월간 전세가격지수 전기 대비 증감률은 지난 1월부터 오름세를 유지해 4월 0.20%까지 올랐다. 월세는 더 작은 평형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40㎡ 초과~60㎡ 이하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 전기 대비 증감률은 지난 1·2월(0.16)과 3월(0.27)에 이어 4월에는 0.41%까지 뛰었다.
전월세 가격 상승은 결국 매매가격까지 밀어 올릴 수 있다. 마포구 상암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오피스텔 전월세 가격이 오르면서 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임차인도 늘고 있다”며 “전월세 가격이 계속 오르면 수익률 기대감이나 실거주 수요가 붙으면서 매매가격도 결국 따라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기 공급 대안 떠오른 비아파트…PF·인허가 병목에 발목
지난 15일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를 포함해 입주 가능한 주택을 단기에 공급해 국민의 주거 안정을 제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공급 여건이 녹록지 않다. 국토교통 통계누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비아파트 인허가·착공·준공 물량은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인허가 물량은 3만3061가구로 전년(3만7330가구)보다 11.4% 줄었고, 착공 물량은 3만1215가구로 전년(3만3807가구) 대비 7.7% 감소했다.
PF 부실 여파도 비아파트 공급을 옥죄고 있다. 디벨로퍼협회에 따르면 PF 부실이 커진 2021년 이후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은 80%가량 감소했다. 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아진 데다 중견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까지 겹쳐사업 추진이 멈췄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공급 대안으로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비아파트가 거론되고 있지만, 아파트보다 수익성이 낮다 보니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며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려면 금융 규제 완화와 인허가 절차 개선이 함께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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