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온이 오르는 5월 중순은 산란기를 앞둔 수산물이 몸에 살과 영양분을 채우는 때다. 암꽃게와 키조개, 뿔소라, 병어, 갑오징어, 자연산 넙치와 참돔은 봄의 끝자락에 뚜렷한 맛을 낸다.
수산물 한상차림.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로, 실제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알이 찬 서해 암꽃게
인천과 충남 태안 등 서해안에서 주로 잡히는 암꽃게는 5월 중순에 가치가 높아진다. 6월부터 시작되는 꽃게 금어기를 앞두고 산란을 준비하며 난소와 살을 채우기 때문이다. 이때 암꽃게는 등딱지 양쪽 끝까지 주황색 알이 차고 살도 탄탄하다. 산란 직전에는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 성분도 풍부하다.
꽃게는 찜으로 먹을 때 본래 풍미가 잘 살아난다. 조리 전에는 배딱지와 다리 사이, 입 주변의 이물질을 닦는다. 찜기에 넣을 때는 배가 위를 향하게 해야 가열 중 내장과 알이 흘러나오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물이 끓기 시작한 뒤 강한 불에서 20분 찌고, 불을 끈 뒤 5분 뜸을 들이면 살이 알맞게 익는다. 간장게장을 담글 때는 신선한 생물 꽃게를 구매한 직후 영하 18도 이하에서 급속 냉동한 뒤 쓰면 살이 쉽게 무르지 않는다.
연평도 봄 꽃게 / 연합뉴스
꽃게는 단백질과 타우린이 풍부한 식재료다. 타우린은 간세포 재생과 피로 물질 배출을 도와 신체 활력 유지에 관여한다. 껍데기와 집게다리에 많은 키틴질은 장내 유익균 증식과 콜레스테롤 흡수 억제에 도움을 준다. 다만 꽃게는 변질이 빠른 수산물이다. 바로 조리하지 않을 분량은 급속 냉동해야 한다. 게장이나 탕으로 만들 때는 꽃게 자체의 나트륨을 고려해 소금과 간장 사용량을 줄인다.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섭취를 피해야 한다.
■ 관자가 도톰해지는 키조개
충남 보령과 전남 장흥 등 남서해안 갯벌 해역의 키조개는 봄에 조개껍데기가 커지고 관자가 도톰해진다. 곡식을 고르는 도구인 키를 닮아 이름이 붙은 키조개는 껍데기가 크고, 내부 폐각근인 관자가 육질의 대부분을 이룬다. 5월 중순의 관자는 수분이 알맞고 조직이 연해 서걱거리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낸다.
키조개 자료 이미지 / 연합뉴스
관자는 얇게 저며 회처럼 먹거나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으면 은은한 단맛을 느끼기 좋다. 불판에 구울 때는 얇게 썬 차돌박이와 표고버섯을 곁들이는 삼합 형태로도 쓰인다. 관자는 단백질이 주성분이라 오래 익히면 조직이 빠르게 수축해 질겨진다. 구이나 샤부샤부로 조리할 때는 앞뒤 색이 살짝 변할 정도로만 짧게 익혀야 연한 식감이 남는다. 날개살은 씻어 찌개나 국물 요리에 넣을 수 있다.
키조개 관자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다. 아연과 철분이 들어 있어 세포 분열과 면역 기능 유지, 체내 산소 운반에 도움을 준다. 필수 아미노산과 타우린도 함유해 혈관 탄력 유지와 대사 흐름에 관여한다. 다만 껍데기 안의 내장은 주의해야 한다. 봄철에는 해역 조건에 따라 패류독소나 중금속이 내장에 남을 수 있으므로 내장은 제거하고 관자와 날개살 위주로 먹는 것이 좋다. 생식용 관자는 표면에 윤기가 있고, 만졌을 때 단단하며 탄력이 있는 것을 고른다.
■ 오독한 식감의 뿔소라
제주도와 남해안 암초 지대에서 자라는 뿔소라는 오독오독한 식감이 특징인 어패류다. 공식 명칭은 소라이지만 겉면에 뾰족한 돌기가 발달해 흔히 뿔소라로 불린다. 6월부터 8월까지 이어지는 산란기 금어기를 앞둔 5월 중순은 자연산 뿔소라를 생물로 접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다. 이때는 조류를 견디며 발달한 근육 조직 덕분에 단단한 씹는 맛이 두드러진다.
AK플라자 분당점 지하 1층 식품관에서 제주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자연산 뿔소라’를 선보이고 있다. / AK플라자 제공-뉴스1
신선한 뿔소라는 껍데기를 깨고 살을 분리해 얇게 썰어 회로 먹는다. 껍데기가 단단하므로 망치 같은 도구로 가볍게 타격해 살을 꺼낸다. 살 표면의 미끈한 점액질은 굵은소금을 뿌려 문지른 뒤 차가운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헹구면 줄어든다. 숙회나 찜으로 먹을 때는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10분 정도 삶는다. 가열 시간이 길면 살이 질겨질 수 있어 시간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뿔소라에는 비타민 A와 단백질이 들어 있다. 비타민 A는 야간 시각 적응과 피부·점막 기능 유지에 관여한다. 수분 비율이 높고 지방 함량이 낮아 열량 부담이 크지 않으며, 필수 아미노산 공급에도 도움이 된다. 섭취 전에는 내장과 타액선을 정확히 제거해야 한다. 소라류의 타액선에는 테트라민이 들어 있을 수 있고, 이를 제거하지 않고 많이 먹으면 두통이나 멀미, 어지럼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살을 반으로 갈라 안쪽의 하얗거나 노란 덩어리 모양 침샘을 빼낸다. 소화 기능이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는 생식보다 가열 조리한 뒤 잘게 썰어 먹는 편이 낫다.
■ 지방이 오르는 병어
전남 신안과 목포 등 남서해안에서 5월부터 어획량이 늘어나는 병어는 이 시기 지방 함량이 높아진다. 여름 산란을 앞두고 연안으로 이동하며 먹이 활동이 활발해진 결과다. 병어는 흰살생선으로 담백하고 비린내가 적은 편이다. 5월 중순의 병어는 뼈가 부드럽고 살이 연해 회와 조림 등으로 두루 쓰인다.
병어 자료 이미지 / 뉴스1
작은 병어는 지느러미와 내장을 제거한 뒤 뼈째 가늘게 썰어 먹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된장에 다진 마늘과 참기름을 섞은 양념장을 곁들이면 고소한 지방 맛과 어울린다. 큰 병어는 조림에 알맞다. 냄비 바닥에 얇게 썬 감자나 무, 고사리를 깔고 토막 낸 병어를 올린 뒤 간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로 만든 양념장을 부어 졸인다. 살이 매우 연하므로 자주 뒤적이면 쉽게 부서진다. 양념 국물을 위로 끼얹으며 중간 불에서 익히는 방식이 좋다.
병어에는 오메가3 지방산 등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은 혈중 중성지질 개선과 혈액 순환에 도움을 준다. 비타민 B1과 B2도 포함해 에너지 대사와 피로감 완화에 관여할 수 있다. 병어는 수분이 많고 살이 부드러워 선도 저하가 빠르다. 아가미가 선명한 붉은빛을 띠고 은비늘이 비교적 잘 남아 있으며 눈동자가 맑은 개체를 골라야 한다. 회로 먹을 때는 구매 당일 소비하는 것이 좋다. 보관해야 한다면 내장과 아가미를 제거하고 소금물로 씻은 뒤 물기를 닦아 밀폐해 냉동한다.
■ 살이 두툼한 갑오징어
충남 서천과 전북 부안 등 서해안과 남해안, 그리고 포항, 영덕, 울진 등 경북 동해안 연안에서 5월에 많이 잡히는 갑오징어는 몸통 등면에 배 모양의 단단한 석회질 뼈를 지닌 두족류다. 일반 오징어보다 살이 두껍고 밀도 있는 식감을 낸다. 5월 중순에는 산란을 위해 얕은 연안으로 모여들어 살이 오른 개체를 만날 수 있다.
갑오징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로, 실제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갑오징어의 서걱거리면서도 쫀득한 식감은 숙회로 잘 드러난다. 몸통 안쪽에 격자무늬로 칼집을 넣으면 열이 고르게 전달된다. 끓는 물에 청주를 약간 넣고 손질한 갑오징어를 1~2분 짧게 데친 뒤 찬물에 헹구지 않고 썰어야 단맛이 덜 빠진다. 고추장 양념에 미나리와 양파 등을 넣어 볶아도 좋다. 이때는 팬을 충분히 달군 뒤 강한 불에서 빠르게 볶아 채소에서 물이 과하게 나오지 않도록 한다.
갑오징어는 타우린이 풍부하다. 타우린은 혈중 콜레스테롤 조절과 심혈관 기능 유지, 피로 물질 제거에 관여한다. 지방 비율이 낮고 단백질 비중이 높다. 먹물 속 리소자임은 항균 작용을 돕는 물질로 보고돼 있다. 손질할 때는 먹물주머니를 터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먹물이 터지면 살 전체가 검게 물들고 텁텁한 맛이 남을 수 있다. 칼보다 가위로 외투막을 조심스럽게 열고 등뼈와 먹물주머니를 통째로 들어낸다. 신선한 갑오징어는 표피 무늬가 선명하고 초콜릿색을 띤다. 시간이 지나면 붉은색을 거쳐 불투명한 흰색으로 변하므로 색을 확인해야 한다.
■ 자연산 넙치와 참돔의 계절
5월 중순 서해안과 포항 등 경북 연안을 비롯한 국내 해역에서는 산란기를 맞아 자연산 넙치와 참돔 어획량이 늘어난다. 특히 서해안의 경우, 겨울에 동중국해 등 깊은 바다에서 월동한 큰 개체들이 산란을 위해 충남 서천과 보령 앞바다 등 얕은 연안으로 대거 북상한다. 이 시기 서해안 지역 수산시장에서는 공급이 급증하면서 자연산 넙치와 참돔 가격이 양식산과 비슷해지거나 더 합리적으로 형성되는 가격 역전 현상이 목격되기도 한다. 자연 해역을 이동한 만큼 살의 탄성이 뚜렷하다.
참돔 자료 이미지 / 뉴스1
대형 자연산 넙치와 참돔은 활어회나 선어회로 먹으면 단단한 질감과 씹을수록 나는 단맛을 느낄 수 있다. 회를 뜨고 남은 머리와 뼈, 지느러미는 무와 대파, 미나리를 넣어 맑은탕으로 끓이면 깔끔한 국물 맛을 낸다. 참돔은 형태가 잘 유지되는 편이라 칼집을 넣고 소금을 뿌려 굽거나, 대파 채를 올린 뒤 뜨거운 기름과 간장 소스를 끼얹는 생선찜으로도 조리한다.
두 어종은 불포화지방산과 라이신, 발린 등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비타민 D는 칼슘 흡수를 돕고 뼈 밀도 유지에 관여하며, 비타민 E도 포함한다. 자연산 활어를 먹을 때는 기생충 감염 예방을 신경 써야 한다. 고래회충은 주로 내장에 있다가 어류가 죽은 뒤 근육으로 이동할 수 있다. 어획 직후나 구매 현장에서 내장을 빠르게 제거해야 한다. 가정에서 직접 손질하면 교차 오염 위험이 커질 수 있으므로 전문가가 손질한 제품을 고르거나 60도 이상에서 1분 이상 익혀 먹는 것이 좋다.
■ 초여름 수산물 위생 관리
5월 중순은 낮 기온이 20도를 넘기며 수산물 선도 저하와 부패 세균 증식이 빨라지는 시기다. 시장이나 마트에서는 육류와 수산물을 장보기 마지막 단계에 사는 것이 좋다. 집으로 이동할 때도 얼음이나 아이스팩을 넣은 보냉 가방을 사용해 외부 열 노출을 줄인다.
가정에서 손질할 때는 교차 오염을 막아야 한다. 어패류는 흐르는 물로 껍데기와 내부 이물질을 씻어낸다. 수산물을 다룬 칼, 도마, 가위는 채소나 조리된 식품에 쓰는 도구와 분리한다. 사용한 기구는 바로 세제로 씻고 끓는 물이나 살균 소독제로 소독한 뒤 건조한다.
가열 조리할 때는 중심부까지 열이 닿아야 한다. 조개류와 생선류는 중심 온도 8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하는 것이 기준이다. 조개류는 익혀도 껍데기가 벌어지지 않는 개체가 있을 경우 변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버리는 것이 좋다. 제철 수산물의 맛과 영양을 제대로 누리려면 손질, 보관, 조리 전 과정에서 위생 수칙을 지키는 일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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