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정원 2인자가 내란 관련 혐의로 특검 조사실 문턱을 넘었다. 22일 오전 10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피의자 자격으로 특검팀 앞에 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에게 씌워진 혐의의 핵심은 비상계엄 직후 미국 정보기관에 계엄 정당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는 것이다. 약 9시간에 걸친 조사를 마친 홍 전 차장은 오후 7시경 특검 청사를 빠져나왔다.
"국정원 핵심부에 있었기에 오해받을 만한 정황이 존재했던 것 같다"고 그는 운을 뗐다. 이어 "하나하나 꼼꼼히 해명했고, 특검도 충분히 납득했으리라 본다"며 여유를 보였다. 귀가 후 자신을 다룬 '홍장원의 추락' 기사를 다시 읽어볼 계획이라는 다소 의외의 언급도 덧붙였다.
특검팀이 지난 4월 국정원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대외 설명자료'가 이번 수사의 단초가 됐다. 해외를 향해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알리려는 내용이 담긴 이 문건을 토대로, 특검은 국정원 관련자 40여 명을 차례로 불러 혐의를 좁혀왔다.
2024년 12월 4일, 계엄 선포 다음 날 오전이 수사의 초점이다. 국가안보실이 '우방국에 계엄 배경을 설명하라'는 요청과 함께 한글 문건을 국정원에 전달한 것으로 특검은 파악하고 있다. 조태용 전 원장의 지시 아래 1차장 산하 해외 부서가 이를 영어로 옮겼고, CIA 담당자를 직접 불러 내용을 전달했다는 것이 특검 측 판단이다.
이에 대해 홍 전 차장은 전면 부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출석 직전에도 "조 전 원장으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외 설명문건이 무엇을 지칭하는지도 "특정할 수 없어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미국 정보기관 접촉 후 사후 보고 여부 등 구체적 질의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홍 전 차장의 입건은 수사 국면에 복잡한 변수를 더한다. 그는 그동안 핵심 내부고발자 역할을 수행해왔다. 헌법재판소와 국회에서 그는 계엄 선포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를 직접 지시했다고 증언했고, 이 내용은 탄핵 심판과 1심 재판에서 사실로 채택됐다. 조 전 원장이 이 보고를 의도적으로 묵살했다는 그의 진술 역시 조 전 원장 기소의 핵심 근거가 됐다.
수사에 협력해온 인물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면서, 향후 재판 과정에서 그의 증언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같은 날 특검은 이승오 전 합참 작전본부장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소환해 조사를 이어갔다. 김명수 전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가 계엄군의 국회 투입이라는 불법 상황을 인지하고도 계엄사령부 구성에 참여했다는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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