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소비자들이 ‘드림카’ 대신 ‘가성비와 실용성’를 택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최근에는 수입차가 국산차 판매량을 위협하는 정도가 아니라, 수시로 넘어서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주역은 다름 아닌 미국 브랜드 탈을 쓴 '중국산' 테슬라다. 최근 자동차 업계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저가형 모델Y와 모델3를 앞세워 수입차 시장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대표 SUV인 ‘모델Y’는 단일 차종으로 수입차 역사상 전례가 없는 ‘월 판매량 1만 대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4월에만 1만 86대가 출고됐고, 3월에도 6,749대가 출고됐다. 계약부터 출고까지는 이미 6개월 이상 대기가 기본이다.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포기하고 눈높이를 낮추는 거대한 이탈 흐름 속에서, 중국산 테슬라가 국내 시장을 통째로 집어삼킨 비결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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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거부감을 넘어선 테슬라의 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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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벤츠 계약했지만, 기아 출고했죠"... 한국인 33%, 프리미엄 포기한 이유는?>에서 확인됐듯, 수입 프리미엄 카를 꿈꾸던 소비자 10명 중 3명은 최종 결제 단계에서 예산의 한계 부딪혀 대중차로 돌아섰다.
이 과정에서 '수입차 감성'은 유지하고 싶지만 벤츠나 BMW의 가격이 부담스러웠던 이들의 지갑을 정확히 열어젖힌 게 바로 중국산 테슬라다.
기존 미국산 모델Y 롱레인지가 7800만 원을 호가했다. 반면,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상하이 공장에서 찍어낸 후륜구동(RWD) 모델Y는 가격을 5000만 원대로 대폭 낮췄다.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까지 받으면 4000만 원대 후반에서 5000만 원대 초반에 출고도 가능하다. 국산 중형 SUV인 쏘렌토 하이브리드 풀옵션이나 기아 EV6와 직접 경쟁이 가능한 가격대다.
『관련기사: "유지비가 소름 돋아"... 배우 한지혜, 테슬라 모델 Y 실구매가 4천만 원대?』
소비자들에게 "중국산 배터리와 차체"라는 찜찜함보다 "5천만 원에 테슬라 오너가 될 수 있다"는 브랜드 이미지가 주는 심리적 만족감이 현실적 타협점을 완벽히 공략한 셈이다.
이뿐 만이 아니다. 일부 미국산 모델에서 감독형 자율 주행(FSD)가 풀리고, 6인승 모델인 모델 Y L까지 물량이 풀리기 시작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테슬라를 고민하지 않았던 소비자들 마저 흡수하게 되는 상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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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대기 기간에 지친 소비자들 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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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 타입별 분석에서 나타난 ‘하이브리드의 역설’도 테슬라 돌풍의 숨은 일등 공신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사려던 소비자의 상당수(실현율 63%)가 비싼 가격과 최소 수개월에서 1년에 달하는 악명 높은 출고 대기 기간에 지쳐 이탈했다.
테슬라는 이 틈을 물량 공세로 파고들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춘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량을 국내에 즉시 수급하며, 출고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이브리드 대기 기간에 지친 소비자들이 즉시 인도가 가능하고, 고유가가 부담스러운 이들은 유지비가 저렴한 중국산 테슬라로 대거 발길을 돌린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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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내준 K-자동차, "이젠 중국산과 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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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벤츠와 BMW에서 이탈한 소비자들이 현대차보다 기아를 선택하는 성향을 보인 대목이다.
고급 수입차 선호 소비자들이 현대차 브랜드에 갖는 미묘한 거부감이 기아로 향했던 것처럼, 아예 국산차라는 선택지 자체를 기피하던 수입차 지향 소비자들이 ‘가성비 수입차’인 테슬라로 대거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모델Y는 압도적인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글로벌 전기차 1위인 중국 BYD까지 국내 진출 1년 만에 누적 1만 대를 돌파하며 안방 시장을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주도하던 국내 전기차 생태계가 사실상 ‘메이드 인 차이나’ 역풍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산 테슬라의 월 1만 대 돌파는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막연한 편견보다 '테슬라'라는 브랜드 이미지와 '압도적인 가성비'라는 현실적 이익이 결합했을 때 소비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적나라한 예시다.
국산 완성차 업계가 하이브리드 출고 적체에 안주하고 전기차 가격 대중화(가성비)에 머뭇거리는 사이, 안방 수입차 시장의 주도권은 이미 바다 건너 상하이산 전기차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다.
양봉수 기자 bbongs14@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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