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업은 막았지만⋯‘영업이익 N%’ 배분 공식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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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업은 막았지만⋯‘영업이익 N%’ 배분 공식 확산

일요시사 2026-05-22 14:43: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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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삼성전자 노사가 정부 중재로 성과급 갈등을 극적 타결하며, 최대 100조원 규모로 우려됐던 반도체 라인 가동 중단과 공급망 마비 사태를 일단 피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삼성의 핵심 경영 원칙을 흔들고, 산업계 전반에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확산시키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떠오른 문제는 사업부 간 발생한 극심한 보상 격차다. 노사 합의안에 따라 반도체(DS) 부문은 사업 성과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확보했다.

이에 따라 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1인당 평균 6억원에 육박하는 자사주를 받지만, 가전·모바일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은 600만원 상당을 받는 데 그친다. 무려 ‘100배’에 달하는 격차다.

특히 만성 적자인 비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부서조차 ‘반도체’ 타이틀 덕에 1억원대 중반의 성과급을 챙기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을 낸 DX 부문 직원들의 박탈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DX 부문 내부에서는 노조 연쇄 탈퇴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단체교섭 요구안 확정 절차를 두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되는 등 심각한 내부 분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또 다른 뇌관은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과 맞물린 하청 노조의 쟁의 움직임이다.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대기업의 영업이익을 하청 노동자에게도 분배하라는 요구가 도미노처럼 번질 조짐이다.

실제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는 이미 사내 물류 협력업체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성과급 차별 중단과 직접 교섭을 촉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바 있다.

업계에서는 원청 노조의 ‘영업이익 N%’ 배분 룰에 하청 노조의 직접 교섭 요구까지 겹치면, 기업들이 1년 365일 내내 파업 리스크에 노출돼 정상적인 투자와 경영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특별성과급 제도를 향후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하면서, 이 모델은 사실상 산업계 전반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으로 굳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장 현대차, HD현대중공업, LG유플러스, 카카오 등 주요 기업 노조는 삼성과 유사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영업이익 배분을 요구하고 나섰다.

문제는 이 같은 성과급의 고정·제도화가 전반적인 인건비 급증으로 이어져 기업의 미래 투자 여력을 갉아먹는다는 점이다.

특히 반도체처럼 막대한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가 생존과 직결된 첨단 산업에서 이익의 상당 부분이 인건비로 고착되면 글로벌 초격차 경쟁에서 도태될 위험이 크다. 뿐만 아니라 막대한 보상을 보장하는 대기업으로만 인력이 쏠리면서 중소기업의 구인난과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더욱 악화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주주 이익 침해를 둘러싼 법적 공방도 불가피하다. 주주 단체들은 이사회 결의나 주주총회 없이 노사 합의만으로 세전 영업이익의 특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떼어내는 것은 상법 위반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주주의 몫인 이익 처분권을 노사가 임의로 결정했다는 비판이다.

이미 주주운동본부는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총파업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무너진 성과 원칙과 내부 갈등, 그리고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고비용 노동 구조라는 더 무거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호황기에는 역대급 보상을 챙기면서 불황기엔 고통 분담을 거부하는 한국식 노사 관계의 낡은 체질이 개선되지 않는 한,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투자 매력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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