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대구보건대학교 인당뮤지엄 앞 조각공원. 잔디밭 위에 놓인 파라솔 아래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청포도에이드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한쪽에서는 전각 체험이 진행됐고, 다른 공간에서는 큐레이터가 전시 작품을 설명하고 있었다.
바쁘게 전공 수업과 자격증 준비를 이어가던 학생들에게 캠퍼스는 이날만큼은 ‘경쟁의 공간’이 아닌 잠시 숨을 고르는 문화 피크닉 공간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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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보건대는 21~22일 이틀간 인당뮤지엄과 조각공원 일대에서 청년 생활문화축제 ‘뮤지엄데이’(Museum Day)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으며, 학생과 지역 청년연구자들이 예술과 휴식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청년들의 심리적 소진과 스트레스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취업 경쟁과 학업 부담이 커지면서 단순 교육 프로그램을 넘어 정서 회복과 문화 체험 중심 프로그램 필요성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특히 보건·의료계열 학생들의 경우 임상실습과 국가시험 준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심리적 긴장감이 높은 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행사는 이런 청년 세대의 현실을 반영하듯 ‘쉼’ 자체를 핵심 메시지로 내세웠다. 무엇인가를 더 배우고 성과를 내기보다 예술과 자연 속에서 잠시 자신을 돌아보는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조각공원 곳곳에는 포토존과 체험 부스, 휴식 공간이 마련됐다. 푸드트럭에서 제공된 떡볶이와 옛날 핫도그는 축제 분위기를 더했고, 학생들은 돗자리 위에서 음악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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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의 또 다른 중심은 인당뮤지엄 특별전과 연계한 문화 프로그램이었다. 현재 인당뮤지엄에서는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 ‘꽃이 피고, 바람이 분다’가 열리고 있다. 행사 기간에는 판화 작업으로 잘 알려진 김서울 작가가 참여한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김 작가는 에칭과 실크스크린 기법을 활용해 일상과 노동의 흔적을 표현해 온 작업 세계를 소개하며, 작품 속에 담긴 감정과 시간의 의미를 설명했다.
학생들은 단순 감상에 머물지 않고 반복적인 판화 작업 과정에 담긴 집중력과 인내의 의미를 함께 들여다봤다.
정윤서 씨는 “작품 속에 사람의 감정과 삶의 흔적이 담긴다는 설명이 인상 깊었다”며 “환자의 작은 변화도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보건의료인의 자세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은선 씨도 “판화 작업이 한 겹 한 겹 정성을 쌓아 완성되듯 치기공 작업 역시 세밀함과 집중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느꼈다”며 “잠시 쉬려고 참여했는데 오히려 스스로의 전공과 삶을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행사에서는 큐레이터와 함께 전시를 관람하는 프로그램과 전각 수제도장 만들기 체험도 함께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작은 돌에 이름을 새기며 천천히 한 글자씩 완성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일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느린 시간’을 경험했다.
대학 측은 인당뮤지엄이 단순 전시시설을 넘어 학생들의 감수성과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는 문화교육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학생들은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경험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다.
김정 인당뮤지엄 관장은 “지금 청년들에게는 더 많은 성취를 요구하는 시간만큼 아무 부담 없이 머물며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며 “인당뮤지엄이 학생들에게 예술을 통해 마음의 여백을 회복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보건대는 앞으로도 인당뮤지엄을 중심으로 문화예술과 교육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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