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가 다음 달 기업공개(IPO)를 앞두면서 월가 투자은행들이 대표 주관사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IPO 수수료만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향후 자문·대출·자산관리 시장까지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스페이스X가 20일(현지시간) 공개한 IPO 투자설명서(S-1)에는 골드만삭스가 공동 주관사 명단 가장 왼쪽, 일명 ‘리드 레프트(Lead Left)’에 이름을 올렸다. 경쟁사인 모건스탠리는 바로 옆 두 번째에 배치됐다.
월가에서는 IPO 투자설명서 왼쪽 상단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리는 것을 대표 주관사의 상징적 지위로 받아들인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스페이스X 상장을 통해 주관사들이 가져갈 수수료 규모가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상장 업무에는 총 22개 공동 주관사가 참여하지만 일반적으로 대표 주관사가 가장 큰 몫을 가져간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리드 레프트’ 지위를 확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지난 19일 맨해튼 본사 33층에서 IB 부문 임원들이 짧은 축하 파티를 열었다고 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특히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가 머스크와 직접 소통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X(엑스·옛 트위터)의 다이렉트 메시지(DM)를 활용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투자은행들이 고객 신뢰 확보를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반면 머스크와 오랜 거래 관계를 이어온 모건스탠리는 “골드만삭스 이름이 먼저 나온 것은 단순히 알파벳 순서 때문”이라며 공동 대표 주관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IPO 경쟁에서는 머스크의 ‘월가 최측근’으로 불렸던 마이클 그라임스 전 모건스탠리 전무이사의 영향력 약화도 주목받았다. 그는 과거 페이스북, 우버, 팔란티어 등 대형 IPO를 성사시켰고, 머스크의 440억달러 규모 트위터 인수 거래도 주도했던 인물이다.
시장에서는 당초 그라임스가 스페이스X IPO를 이끌 것으로 예상했지만, 골드만삭스가 수년 전부터 상장 준비 작업을 선점하며 주도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말 다보스포럼에서 머스크의 IPO 계획이 알려지기 전 이미 투자설명서 초안 작업에 착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모건스탠리 역시 핵심 역할을 유지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제출 서류에서 모건스탠리를 IPO 직후 주가 변동성을 관리하는 ‘안정화(stabilization) 담당’으로 지정했다. 업계에서는 이 역할 역시 상당한 수익성을 가진 핵심 자리로 평가한다.
NYT는 월가 은행들이 대표 주관사 지위를 놓고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는 배경에 대해 “상장 이후에도 대출·인수합병(M&A)·자산관리 등 각종 금융 거래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PO로 막대한 자산을 확보하게 될 스페이스X 임직원들을 신규 자산관리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점도 주요 이유로 꼽힌다.
한편 스페이스X는 이번 상장을 통해 역대 최대규모인 750억달러(약 112조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상장에 성공할 경우 기업가치는 1조7500억달러(약 263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내달 4일 기관투자가 대상 로드쇼를 시작하며, 이르면 12일 상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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