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공간이 만나는 순간'…갤러리 채율, '아트부산 2026' 부스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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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공간이 만나는 순간'…갤러리 채율, '아트부산 2026' 부스 공개

문화저널코리아 2026-05-22 12:11:21 신고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부산의 5월이 다시 예술로 물들고 있다. 국내 대표 아트페어 2026 아트부산이 지난 21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막을 올리며 세계 미술계와 컬렉터들의 시선을 부산으로 집중시키고 있다. 오는 24일까지 부산 벡스코(BEXCO) 제1전시장에서 이어지는 이번 아트부산은 동시대 미술과 디자인, 컬렉팅 문화의 흐름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며 한층 확장된 예술 경험을 제안한다.

 

그 가운데 DEFINE 섹터 D-5 부스를 공개한 갤러리 채율은 올해 아트부산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라운지 앞에 위치한 채율의 부스는 단순한 가구 전시나 공예 쇼케이스를 넘어, 회화와 오브제, 장인 공예와 현대 디자인, 공간과 감각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공감각적 예술 프로젝트로 구현됐다.

이번 부스는 화이트 큐브 형식의 절제된 구조 안에 한국 전통 공예 특유의 깊은 물성과 현대 회화의 감각적 색채를 조화롭게 배치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들은 자개의 빛과 생칠의 깊은 질감, 순은 오브제가 만들어내는 묵직한 분위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된다.

 

채율은 오랜 시간 한국 전통 공예의 맥을 현대적으로 계승해온 브랜드다. 점차 사라져가는 장인 기술과 전통 재료의 아름다움을 오늘의 라이프스타일 안으로 끌어들이며, 전통을 과거의 유산이 아닌 동시대적 미감으로 재해석해왔다. 자연 소재와 수공예 중심의 제작 철학은 산업화된 디자인이 놓치고 있던 시간의 깊이와 감정의 밀도를 회복시키며 한국적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왔다.

특히 이번 아트부산에서 공개된 '개화 시리즈'는 채율이 새롭게 제안하는 미학적 언어의 핵심으로 주목받는다. 꽃이 피어나는 순간의 생명력을 자개의 영롱한 빛으로 형상화한 이 시리즈는 공간 안에 화사한 리듬과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채율 인하우스 디자인팀이 개발한 유려한 꽃잎 패턴 위에 자개를 밀도감 있게 배열해 완성한 작품들은 전통 공예 특유의 정교함과 현대 조형미를 동시에 담아냈다.

 

빛의 방향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개의 표면은 정적인 가구를 하나의 회화적 오브제로 전환시키며 공간 전체를 살아 움직이는 감각의 무대로 만든다. 단순한 생활 가구를 넘어 예술적 사유의 대상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화려한 자개의 생동감 옆에는 생칠 특유의 깊고 절제된 질감을 강조한 ‘헤리티지 시리즈’가 자리한다. 세월의 시간을 머금은 듯한 어두운 색감과 묵직한 표면은 공간 전체에 차분한 긴장감을 더하며 한국 공예가 지닌 정신성과 시간의 밀도를 드러낸다.

여기에 순은 오브제와 은기들이 더해지며 공간은 더욱 깊은 울림을 갖게 된다. 장인의 손끝에서 완성된 은기의 섬세한 표면과 은은한 광택은 주변 작품들과 서로 반응하며 공간 안에 또 다른 시각적 리듬을 만들어낸다. 공예와 조형 예술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허물어지고, 공간 전체는 하나의 거대한 설치 작업처럼 완성된다.

 

이번 DEFINE 섹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프로젝트 중 하나는 모듈 가구 브랜드 디엘로와의 협업 작업이다. 채율은 한국 전통 건축의 처마와 서까래 곡선에서 영감을 얻은 형태를 현대 모듈 시스템 안에 접목하고, 삼베 생칠의 깊은 색감과 질감을 더해 전통 건축의 미감을 현대 공간 속으로 확장했다.

 

또한 오방색 꽃문양을 칠보 형태로 재해석해 전통 공예의 상징성과 조형미를 현대 디자인 언어로 풀어냈다. 특히 모듈 가구에 옻칠과 칠보를 결합한 작업은 기존 디자인 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실험적 시도로 평가된다. 디엘로의 정교한 기계식 공정과 채율 장인들의 수공예 기술이 결합되며 산업성과 예술성, 기능성과 공예성이 공존하는 새로운 결과물을 탄생시켰다.

공간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축은 회화 작품들이다. 양봄, 윤진, 이화진, 정승호, 정윤영, 최주석 등 각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들의 회화가 채율 특유의 감각적 큐레이션 안에 배치되며 공간 전체의 서사를 완성한다. 작품은 벽에 걸린 독립적 대상에 머물지 않는다. 하나의 테이블과 조명, 오브제와 회화가 서로 긴밀하게 호흡하며 공간 전체를 하나의 감정으로 연결한다.

 

관람객은 단순히 작품을 '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간 안을 거닐고 머무르며 예술적 분위기 자체를 경험하게 된다. 예술과 생활, 공예와 공간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허물어지는 순간이다.

 

갤러리 채율의 이정은대표는 "이번 아트부산 부스는 전통 공예를 현대 공간 속에서 어떻게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구성한 프로젝트"라며 "가구와 회화, 오브제와 공간이 하나의 감정으로 연결되는 장면을 구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전통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 삶 안에서 계속 살아 움직여야 한다”며 “장인의 손끝에서 완성된 한국적 아름다움이 동시대 디자인 언어와 만나 세계 속에서도 경쟁력 있는 예술적 가치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또한 '채율은 앞으로도 자연의 물성과 장인의 시간을 담은 한국의 유산을 현대 라이프스타일 안에서 새롭게 해석하며, 예술이 일상 속에 스며드는 공간 문화를 만들어가는 글로벌 아트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시대 속에서 채율은 오히려 천천히 축적된 시간의 가치에 주목한다. 손끝으로 완성되는 공예의 밀도와 자연 재료가 품은 깊은 숨결, 그리고 공간 안에 오래도록 머무는 감정의 여운은 이번 DEFINE 섹터 부스 곳곳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자개의 빛은 조명과 만나 끊임없이 새로운 표정을 만들어내고, 생칠 특유의 깊은 질감은 시간의 층위를 조용히 드러낸다. 순은 오브제의 은은한 광택과 회화 작품의 색채는 서로를 비추며 공간 전체를 하나의 감각으로 연결한다. 각각의 작품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서로의 존재를 확장시키며, 관람객들에게 단순한 감상을 넘어 공간 자체를 경험하는 깊은 몰입의 순간을 선사한다.

특히 채율이 이번 아트부산에서 보여준 것은 단순한 전통 공예의 재현이나 현대적 변주에 머물지 않는다. 한국의 장인 정신과 자연의 물성을 동시대 디자인 언어 안으로 끌어들이며,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새로운 하이엔드 미학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전통은 더 이상 과거의 유산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공간과 삶 안에서 계속 진화하고 확장될 수 있는 살아 있는 문화임을 공간 전체로 증명해낸 것이다.

 

회화와 가구, 오브제와 공간, 공예와 예술이 유기적으로 호흡하며 완성된 채율의 부스는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귀결된다. 예술은 더 이상 특정한 장소 안에 머무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아트부산 2025 DEFINE 섹터에서 갤러리 채율은 그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의 답을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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