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시장 위축으로 아파트가 아닌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의 주택 공급 부진이 심화하자 정부가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대대적인 공공 신축매입 임대주택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향후 2년간 수도권에 총 9만가구를 공급하되, 전세 수요가 몰리는 서울과 경기 내 규제지역 12곳에 전체 물량의 70%가 넘는 6만6천가구를 집중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정책의 가장 핵심적인 대상은 서울 전 지역과 전세 가격 불안 기류가 남은 경기도 내 12개 규제지역이다. 구체적인 경기도 내 대상 지역은 과천시, 광명시, 하남시, 의왕시를 비롯해 성남시(분당·수정·중원구), 수원시(영통·장안·팔달구), 안양시(동안구), 용인시(수지구) 등 총 12개 지역이다. 정부는 비아파트 공급이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이들 규제지역의 매입 목표치를 초과하더라도 물량을 무제한에 가깝게 확대 수용해 시장 회복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규제지역 내 물량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위해 낡은 가이드라인도 대폭 손질한다. 먼저 신축 주택 매입 시 기존처럼 건물 전체 동 단위로만 사들이던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사업장의 미분양 리스크를 낮춰줄 수 있는 ‘부분매입 방식’을 전격 도입한다. 이에 따라 100세대 규모의 사업장 중 20~50세대만 부분적으로 매입하는 유연한 구조가 가능해진다.
아울러 서울 19가구, 경기 50가구 이상으로 묶여 있던 규제지역 내 최소 매입 기준을 ‘10가구 이상’으로 과감히 완화해 소규모 우수 입지 주택도 신속히 흡수하기로 했다. 기존 주택을 사들이는 기축 매입임대 역시 규제지역에 한해서는 10년 이하라는 지어진 기간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배제해 매입 대상 범위를 넓힌다. 이를 통해 지난 2년간 3만6천가구에 불과했던 규제지역 공급량을 향후 2년간 6만6천가구까지 약 2배 가까이 늘릴 예정이다.
정부는 민간 건설업계 간담회 등에서 제기된 현장 목소리를 바탕으로 사업자가 약정 체결 후 돈 걱정 없이 조기에 착공할 수 있도록 금융 지원을 획기적으로 강화한다. 우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급하는 착공 전 토지 확보 지원금을 기존 70%에서 토지비의 최대 80%까지 대폭 끌어올린다. 여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을 강화해 잔여 토지비와 설계비 등 초기 사업비를 보증해 줌으로써 사업자가 실제로 쥐어야 하는 자금 부담을 전체 토지비의 10% 수준으로 대폭 해소해 준다.
공사비 지급 방식도 사업자 친화적으로 개편된다. 기존에는 골조공사 완료, 준공, 품질검사 후 등 3단계에 걸쳐 큼직하게 매입대금을 지급해 왔으나, 앞으로는 공정률을 반영해 3개월 단위로 공사비를 쪼개어 지급함으로써 건설사들의 자금 회전율을 높여주기로 했다. 다만 대규모 공공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사업 부실을 예방하기 위해 지원금은 신탁회사의 대리 사무를 통해 투명하게 관리하며, LH와 HUG가 신탁 우선수익권 1순위를 확보하는 안전장치도 마련한다.
주택 공급 속도를 대폭 앞당기기 위한 행정 효율화 방안도 가동된다. LH는 민간 사업자의 설계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고품질 주택을 균일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형의 고품질 표준 평면도를 무료로 배포하고 사전 컨설팅을 제공한다. 또 모듈러 공법(공장에서 방을 짜 맞춰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 등 최신 건축 공법을 시범 도입해 실제 공사 기간 단축을 추진한다.
특히 공사비 연동형으로 약정을 체결한 물건의 경우 기존에는 인허가 후 공사 원가 검증과 변경 약정을 모두 마쳐야 착공할 수 있었으나 앞으론 ‘선 착공-후 공사비 검증’ 방식을 새롭게 도입해 착공 시기를 수개월 이상 앞당기기로 했다. 반면 토지 확보나 인허가 절차가 뚜렷한 사유 없이 장기간 지연되는 민간 물건에 대해서는 약정 해지 등 페널티를 부과해 사업 관리를 엄격히 강화할 방침이다.
김영국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서민 주거 사다리의 중대한 한 축인 비아파트 공급이 위축된 상황에서 공공이 선제적으로 매입해 시장 정상화를 뒷받침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일회성 대응에 그치지 않고 전월세 시장이 완벽히 안정될 때까지 단계별 현장 애로를 주기적으로 점검해 주택 공급 확대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주거 사다리의 중요한 한 축인 비아파트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우선 공공이 선도적으로 비아파트 공급을 촉진할 수 있도록 규제지역 중심으로 매입임대 비아파트 물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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