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이 고착화된 비정상적인 관행과 편법 제도를 바로잡고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정부가 범부처 역량을 결집한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 오랜 기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돼 온 숨은 불합리와 구태를 원점에서 재점검해 ‘기본이 바로 선 나라’를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심종섭 국무조정실 국정운영실장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무총리실 총괄 TF와 50개 전체 중앙행정기관이 함께 발굴한 ‘국가정상화 프로젝트’의 1차 과제 164개를 최종 확정하고 본격적인 과제 이행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과제들을 구조적 비리, 법망을 피하는 편법, 정부 방치 부당이득, 현실과 유리된 법령, 국민 정서와 괴리된 제도 등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맞춤형 혁신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전관 유착 고리 끊고 체육·예술계 폐쇄적 부조리 도려낸다
정부는 우선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사회 정의를 저해해 온 고질적인 부정부패와 구조적 비위 행위를 도려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감독 선임 절차의 불공정성과 오심 논란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던 대한축구협회의 거거번스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회장 선거 직선제를 도입하고 행정을 선진화한다. 폐쇄적인 회원 선출과 종신 임기 제도로 비판받아온 대한민국 예술원의 운영 방식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대폭 개편된다.
공공 부문의 고질적 병폐인 ‘전관 특혜’ 역시 원천 차단된다. 한국도로공사와 철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퇴직자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퇴직자 단체의 특정 수익 사업 배제 및 전관 업체 입찰 불이익 부과 등 고강도 쇄신책을 단행한다. 또 불법 낙찰 후 편법으로 하도급을 주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다단계 운영 구조를 철폐해 공공과 입점 상인이 직접 계약하는 구조를 구축하기로 했다. 아울러 입찰만을 목적으로 설립된 유령 산림사업법인의 시장 교란 행위를 막기 위해 법인 설립 요건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가짜 3.3 계약’ 타깃 감독… 법망 피하는 꼼수 범죄 엄단
제도의 미비점을 교묘하게 악용해 사적 이익을 취하고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편법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한 법의 잣대를 적용한다. 고용 시장의 큰 현안인 ‘가짜 3.3 계약’에 대해 릴레이 특별 감독을 전개한다. 이는 실제로는 지휘·감독을 받는 노동자임에도 사측이 세금을 아끼거나 근로기준법상 의무를 피하기 위해 프리랜서(사업소득자)처럼 위장해 계약하는 편법 행위로, 청년과 건설·음식업 근로자 보호를 위해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부동산 시장의 교란 행위와 불투명성도 개선된다. 유권자가 내는 관리비의 사용처를 확인하기 어려웠던 다세대 주택과 오피스텔의 ‘깜깜이 관리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거 유형과 관계없이 명확한 내역 공개를 의무화하고 지자체장의 행정조사 권한을 도입한다.
범죄수익 환수 체계도 획기적으로 고도화된다. 보이스피싱 등 민생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하는 등 피의자의 신원이 불분명하거나 유죄 판결을 내리기 전이라도, 법원이 범죄 수익을 먼저 동결하고 국가가 몰수·추징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 도입을 추진해 편법적인 수익 은닉을 차단한다.
◆불법 계곡 시설 강제 철거… 방치됐던 부당 이득 전액 환수
그동안 행정의 관리와 감독이 소홀했던 영역을 틈타 무단으로 이익을 취해온 반칙 행위들은 무관용 원칙에 따라 정비된다. 전국의 하천과 계곡, 국립공원 내에 무단으로 쳐진 불법 평상이나 천막 등 불법 시설물에 대해 전면 실태조사를 벌인다. 자진 철거 기간을 거친 뒤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강제로 시설을 철거하는 조치(행정대집행)와 함께 형사 고발을 진행하고, 이행강제금 규정을 새로 만들어 부당 이득을 철저히 환수 조치할 계획이다.
공연과 스포츠 경기 관람 문화를 해치는 암표 매매 행위에 대해서도 과징금과 신고포상금 제도를 도입해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더불어 정당이나 선거 관계자를 사칭해 대량의 예약을 걸어놓고 나타나지 않아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주는 ‘노쇼 사기’ 등 민생 침해 범죄도 경찰과 협력해 단호히 대처한다. 전통시장 전 가맹점의 업종 기준을 명확히 정비해 온누리상품권의 부정 유통과 편법 환전 행위 역시 전면 차단할 방침이다.
◆ 스쿨존 속도 제한 탄력 운영… 현실과 동떨어진 낡은 규제 완화
기술과 시대 환경은 변했으나 과거의 해묵은 규제에 묶여 국민에게 큰 불편을 주었던 제도들은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풀어나간다. 가시적인 조치로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속도 규제 합리화’가 추진된다. 심야 시간대 등 어린이 통행이 거의 없는 시간에는 운전자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제한 속도를 탄력적으로 완화해 운영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 체계를 개편한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가로막던 행정 해석의 어긋남도 바로잡는다. 기존에는 육아휴직 대체 인력을 활용할 때 휴직자의 실제 휴직 기간에만 파견이나 기간제 근로자를 쓸 수 있어 인수인계 공백이 컸으나, 앞으로는 인수인계 기간에도 대체 인력을 중복 활용할 수 있도록 행정 규정을 유연하게 바꾼다. 또한 음식 배달 앱 등을 이용할 때 최종 주문 단계에서 영수증이나 포장재에 원산지를 중복 표시해야 했던 과도한 중복 규제를 없애 소상공인의 행정 부담을 경감하기로 했다.
◆국가폭력 가해자 서훈 박탈… 국민 눈높이 맞춘 상식의 회복
마지막으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크거나 상식에 부합하지 않아 국민 정서와 괴리됐던 법령과 보훈 심사 제도 등도 눈높이에 맞춰 보완한다. 과거 내란이나 군사반란에 가담했거나 국가폭력을 행사해 비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임에도 버젓이 유지돼 왔던 정부 포상과 서훈(정부가 수여했던 훈장이나 포상)을 면밀히 재검증해 전면 박탈(서훈 취소)함으로써 국가 서훈의 명예를 회복하기로 했다. 반면 복잡하고 협소하게 묶여있던 군인의 순직 인정 기준을 공무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해 군 복무 중 사망 사고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한층 무겁게 가져간다.
아동학대를 저지른 행위자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얹어주는 ‘출산 크레딧’ 혜택을 전면 제한해 제도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다. 근로자 권익 보호를 위해서는 숨어있는 임금 체불 사례를 발굴하기 위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대지급금 신청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이 같은 5대 분야 혁신과 더불어 마약, 보이스피싱, 주가조작, 보조금 부정수급 등 ‘7대 사회악’ 근절을 연계해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심종섭 국정운영실장은 “국가정상화 프로젝트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정부가 당연히 이행해야 할 책무를 체계화한 것”이라며 “국민의 삶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도록 과정을 철저히 관리하고 확실한 결과로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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