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사법피해자 기금' 반발 기류…이민단속·이스트윙 예산 차질
백악관 "정의 구현" 기금 강행 시사…트럼프 당 장악력 다시 시험대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여당인 공화당 사이에 갈등 기류가 형성될 조짐이다.
연방 상·하원의원과 주지사 등을 선출하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가운데, 이란 전쟁 장기화에다 민심에 역행하는 '사법 피해자' 기금 이슈가 돌출하면서다.
반(反)무기화 기금(anti-weaponization fund)으로 명명한 이 기금은 전임 정부가 사법기구를 무기화한 데 따른 피해를 배상하겠다는 명목 아래 17억7천600만달러(2조6천억원) 규모로 추진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납세 기록 유출에 책임을 지라며 국세청(IRS)을 상대로 낸 100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는 대가로 법무부가 이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기금이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패배에 반발한 2021년 '1·6 의회 폭동' 가담자를 지원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비판 속에 법무부가 향후 트럼프 대통령 일가를 상대로 세금 소송을 걸지 않기로 했다는 '이면 합의' 의혹마저 불거졌다.
당장 민주당에서 "터무니없고 전례 없는 비자금", "대통령의 사익을 위한 국고 약탈" 등의 비난이 쏟아졌고, 공화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형국이다.
여론조사를 통해 여권에 대한 무당층의 민심 이반이 확인된 상황에서 이란 전쟁 장기화로 불붙은 여론 악화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정부·여당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는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조차 "우리 의원들은 그것에 대해 매우 정당한 의문들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CNN은 전했다.
중간선거에서 쉽지 않은 재선 도전이 예상되는 수전 콜린스(공화·메인) 상원의원도 "현재 설명된 방식의 반무기화 기금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공화당 의원들의 백악관과 행정부에 대한 불만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역점 사업과 관련된 법안·예산안에 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음으로써 우회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공화당 상원 의원들은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국경순찰대·비밀경호국 관련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은 채 21일(현지시간) '메모리얼 데이'(미국의 현충일) 휴회에 들어갔다.
이 예산안은 국토안보부 셧다운(기능 일시 정지)을 종료하는 임시예산안에 서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6월 1일까지 내 책상에 올라와야 한다"고 요구한 사안이다.
공화당은 유권자 신분 확인을 강화하는 'SAVE(Safeguard American Voter Eligibility·투표자격보호)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만큼 적극적이지는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윙(동관)의 대연회장을 지으면서 보안시설 명목으로 정부 예산을 끌어오는 방안을 두고도 공화당에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유권자의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의원들과 달리, 출범 2년차를 맞은 트럼프 행정부는 '충성파' 인사들을 중심으로 '반무기화 기금' 조성을 밀어붙일 태세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출신인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대행은 전날 일정을 취소하고 의회로 달려가 기금 조성의 필요성을 여야 의원들에게 역설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이날 출입기자들과 만나 해당 기금이 의회 폭동 가담자들을 지원한다는 지적에 "너무나 많은 삶이 파괴됐고, 너무나 많은 생계가 망가졌다"며 "그들이 받아야 할 정의의 아주 작은 일부"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간선거 당내 경선에서 자신의 어젠다에 반대하거나 탄핵안 표결때 찬성한 현역 의원들을 잇달아 낙선시키며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그의 당 장악력은 거듭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선거 패배의 위기감이 커질수록 경선을 통과한 현역 의원이나 후보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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