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문성환 교수 | 축구는 때때로 정치보다 먼저 국경을 넘는다. 말보다 빠르게 사람의 마음에 도착하고 긴 설명보다 짧은 함성 하나로 서로를 이해하게 만든다. 그래서 스포츠는 늘 시대의 틈에서 희망을 이야기해 왔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AWCL에 나선 한국 여자축구의 도전 때문이다.
최근 아시아 여자축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시스템을 구축했고, 중국 역시 막대한 투자와 함께 다시 반등을 준비 중이다. 호주와 중동 국가까지 여자축구에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이제 아시아 무대는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 여자축구가 보여줘야 할 것은 단순한 참가가 아니라 분명한 경쟁력이다.
특히 WK리그를 대표해 아시아 무대에 나서는 팀들은 단순한 구단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국 여자축구의 현재 수준과 미래 가능성을 동시에 증명해야 하는 존재다. 기술, 전술, 체력은 물론이고 경기 운영과 팬 문화, 콘텐츠 경쟁력까지 모두 평가받는 시대다. 이제 여자축구 역시 결과만이 아닌 산업적 가치와 브랜드 경쟁력까지 요구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AWCL은 단순한 국제대회 이상의 의미가 있다. 스포츠를 통해 한국 여자축구의 수준을 보여주는 동시에, 아시아 속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다시 확인할 기회다. 무엇보다 한국 여자축구는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선수들은 이미 충분히 땀 흘리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사회와 팬들의 시선이다. 여자축구를 ‘비인기 종목’이라는 오래된 프레임 안에 가둬둘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의 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
여기에 또 하나 기대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스포츠가 가진 평화의 힘이다. 이번처럼 AWCL에서 남북 팀이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서로 다른 체제와 현실 속에서도 같은 공을 바라보며 뛰는 선수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강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과거 국제대회에서 남북 선수단 공동 입장이나 단일팀을 통해 스포츠가 얼어붙은 관계를 녹이는 장면을 경험한 적이 있다. 스포츠 하나만으로 남북 관계가 극적으로 변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은 접촉과 교류,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경험은 분명 의미 있는 시작이 된다.
축구는 결국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다.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같은 규칙 안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경쟁하는 스포츠다. 그래서 더 가치 있다. AWCL이라는 무대 역시 단순히 승패를 넘어 아시아와 소통하고 나아가 남북의 거리까지 조금은 좁힐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
지금 한국 여자축구에 필요한 것은 결과 이상의 자신감이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증명, 세계 속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경쟁력이다. 더 이상 변방의 스포츠가 아니다. 누군가의 꿈이고 누군가의 희망이며 한국 스포츠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중요한 미래 산업이다.
총성이 멈춘 자리에 함성이 울려 퍼질 때, 우리는 비로소 스포츠가 가진 진짜 힘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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