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니 의장 "강제실종 해결 없이 진정한 화해 이룬 분쟁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북한이 납북자 문제 해결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고 있어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유엔 인권 전문가가 제언했다.
가브리엘라 시트로니 유엔 강제·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WGEID) 의장은 지난 2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납북자 등 북한과 관련된 강제실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상호 보완적인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트로니 의장은 "최소한 이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의제로 계속 다루며, 실종자의 생사와 소재 파악을 (북한에)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전이든 국제분쟁이든 과거의 그 어떤 분쟁도 분쟁 상황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지 않고서 항구적인 화해에 이르거나 평화협정을 체결한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 해결을 위해 인권 문제를 뒷순위로 해야 한다'는 주장은 과거 다른 분쟁에서도 반복된 주장이라면서 "화해하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데 찬성하지만 먼저 해결해야 할 조건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평화 구축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도 있지만, 이런(인권)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게 분명히 다시 돌아와서 전반적인 평화 상황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제실종은 국가의 개입 또는 묵인하에 체포, 구금, 납치 등의 형태로 개인의 자유를 억지로 박탈한 뒤 이런 행위 자체를 부인하거나 실종된 개인의 소재를 밝히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실무그룹은 실종자 가족이나 인권단체로부터 실종자 사건을 접수한 뒤 실종자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해당국 정부에 관련 조사와 정보를 요청한다.
실무그룹은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북한에 실종자 정보를 요청해왔지만, 북한이 제대로 협조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시트로니 의장은 토로했다.
시트로니 의장은 "북한은 답변하긴 하지만 일관되지 않고, 모든 개별 사건에 대해 답변하지 않는다"면서 "지금까지 북한이 제공한 답변 중에는 사건을 종결할 수 있을 정도로 만족스럽거나 충분한 답변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시트로니 의장은 현재 실무그룹에서 다루는 강제실종 사건 중 북한과 관련된 게 538건이라면서 "538건 중 다수는 납치됐거나 생사와 소재가 현재 파악되지 않는 한국 국민"이라고 설명했다.
시트로니 의장은 방한 기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면담하기도 했다.
앞서 시트로니 의장을 포함한 유엔 인권 분야별 전문가 9명은 지난 3월 위안부 피해자의 권리와 정의 실현이 부정당하는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일본 정부에 공식 사과와 충분한 배상, 재발 방지 보장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시트로니 의장은 현재 실무그룹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일부 위안부 피해자는 강제실종 피해자이기도 하며 이들의 권리가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에 성명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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