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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 서울대 전 총장(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는 2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공계 우수 인재 ‘풀’(pool) 자체가 줄어들면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같이 우려했다.
오 전 총장은 “인공지능(AI) 기술은 수학에 기반하고 있고 반도체 개발을 위해선 물리·화학·재료공학·전자공학 지식이 필수”라며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로봇 등 피지컬 AI의 발전을 위해서도 물리·기계공학·컴퓨터과학·전자공학 분야의 연구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 시대를 견인할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이공계 인재가 많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등학교에서 과학 과목 선택이 학생들로부터 기피되는 이유로 수능의 표준 점수(해당 학생의 상대적 성취 수준을 나타내는 점수)체계와 백분위를 들었다. 그는 “수능 성적표에는 선택과목에 따라 원점수 대신에 표준 점수와 백분위를 표시한다”며 “이 과정에서 성적 우수 응시생들이 많거나 응시생 수가 적은 선택과목 응시자는 불리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위권 주요 대학들이 입시에 반영하는 표준 점수는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최소화하려는 장치이지만 과학고 학생 등이 많이 응시하는 과학탐구 과목에선 일반고 학생들이 표준 점수로 좋은 점수를 받기가 불리한 구조다.
오 전 총장은 이러한 수능 표준 점수 체계에 대해 “들쭉날쭉한 시험 난이도에 따른 점수 차이를 보정할 수는 있지만 해당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의 모집단 수준이 점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이런 이유로 학생들이 수능에서 물리, 화학 등 과학 과목을 기피하고 있는데 문·이과 교차지원이 많이 허용된 지금 그런 현상이 더욱 심해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 고2 학생들이 응시하게 될 2028학년도 수능은 미적분II·물리Ⅱ·화학Ⅱ등 심화 수학·과학이 폐지되며 공통과목 위주로 개편된다. 오 전 총장은 “학생들이 심화 수학이나 심화 과학을 공부하는 대신 쉬운 통합과학·공통수학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되풀이 공부만 할 것”이라며 “이런 현상이 결국은 학생들의 과학·수학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말살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현재 2032학년도 이후 적용될 대입제도 개편안을 논의 중이다. 오 전 총장은 “학생들이 적성·진로에 따라 공부한 심화 수학이나 심화 과학이 대입에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AI 시대에 맞는 미래인재를 키우기 위해 수능에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하거나 절대평가 전환으로 자격고사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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