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은 하청 노동조합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재판부는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개정되기 이전의 노동조합법 조항이 적용되는 사안에서 기존의 법리를 유지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나온 것은 2심 선고 후 7년 6개월 만이다.
하청 노조는 지난 2016년 4월 11일부터 5월 20일까지 5차례에 걸쳐 HD현대중공업에 노조 활동 보장 등의 사항에 관해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아니어서 단체교섭 상대방인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이에 하청 노조는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응해 달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피고와 그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 근로 계약 관계가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HD현대중공업이 하청 노조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상고심에서는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의 범위와 관련해 옛 노동조합법 2조가 적용되는 사안에서 종전 법리를 유지할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노동조합법 2조 2호는 '사용자란 사업주, 사업의 경영 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후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리며 지난해 9월 개정된 노동조합법 2조 2호에는 '이 경우 근로 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대법원은 "피고와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명시적·묵시적인 근로 계약 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가 원고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단체교섭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구 노동조합법 2조가 적용되는 사안에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관한 종전 법리는 타당하므로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986년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는 근로자와의 사이에 그를 지휘·감독하면서 그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 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자"라는 취지로 선고했다.
그러면서 "구 노동조합법 2조 2호의 문언상으로는 노동조합법에서 규정한 모든 '사용자' 개념에 '근로 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노동조합법 90조는 부당 노동 행위를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사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고,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 노동 행위 구성 요건에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일 것'이 포함되므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의 개념과 관련해 구 노동조합법 2조를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도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흥구·오경미·신숙희·마용주 대법관은 "종전 법리에 따른 판례는 변경돼야 한다"면서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대법관은 "헌법 33조와 근로자에게 단체교섭권 등 노동3권을 보장함으로써 근로 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려는 구 노동조합법의 입법 취지에 비춰 보면 그러한 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도급인이 수급 근로자의 근로 조건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급 근로자의 노조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구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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