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포용금융'으로의 구조적 대전환을 본격 추진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약탈적 금융' 질타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금리 단층·중신용자 배제’ 문제 제기를 토대로 금융권 구조개혁을 올 하반기 중점 과제로 정했다. 이를 위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포용금융 3층론’을 제시했다.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취약차주가 정책서민금융과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구조를 손보겠다는 구상이다.
◆'포용금융 3층론' 제시한 이억원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억원 위원장은 금융 구조개혁과 관련해 '포용금융 3층론'을 제시했다. 1층은 은행·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 2층은 정책서민금융, 3층은 기존 금융시스템으로는 담기 어려운 차주를 위한 대안적 재기금융으로 나눈 것이다. 그는 1층인 제도권 금융이 위험을 선별하고 관리하는 본연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면서 중·저신용 차주가 2층과 3층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위원장은 금융기관의 역할에 대해 "위험을 선별하고 이 사람이 미래에 어떻게 될지 판별하고 관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이 "가장 쉽고 편하고 안전한 쪽"으로 가면서 제도권 금융이 취약차주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면 정책서민금융으로 수요가 몰리고, 여기서도 감당하지 못한 차주는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층인 정책서민금융과 3층인 재기금융은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차주를 떠받치는 안전망이다. 다만 1층에서 넘어오는 수요가 커질수록 정책서민금융은 대규모·표준화 방식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어 개별 차주별 사례관리에 한계가 생긴다. 이 위원장은 기존 금융시스템으로 담기 어려운 차주에 대해서는 은행 예금 기반 대출이 아니라 기부금 등 완화된 재원을 활용하고, 1년 내 연체 가능성보다 5년·10년 뒤 재기 가능성을 보는 긴 호흡의 금융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움직임은 대통령실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금융기관은 준공공기관이며 포용금융은 금융기관의 의무 중 하나"라고 강조하며 약탈적 금융 관행에 대한 대응을 주문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신용평가시스템의 한계와 금리 단층, 중·저신용자 배제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상록수 사태로 장기연체채권 추심 관행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금융권의 보수적 대출 관행과 신용평가 체계를 함께 손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커진 것이다.
◆'코리아 프리미엄' 더 키운다
포용금융 구조전환과 함께 이 위원장은 자본시장 글로벌화를 위한 계획도 제시했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집중했다면, 앞으로 해외 투자자 자금을 국내 증시로 유입시겨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위원장은 “내수형 체질 개선을 넘어 글로벌 자금과 우량 자산이 유입되는 자본시장 글로벌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며 “해외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사고 싶어 하지만 실제 이를 담아낼 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우선 외국인통합계좌 거래 범위를 기존 주식에서 상장지수펀드(ETF)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외국인통합계좌는 해외 투자자가 국내 증권사 계좌를 별도로 개설하지 않고도 국내 증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해외 IR 행사도 연다. 행사명은 ‘코리아프리미엄 위크’로 9월 한달간 진행할 예정이다. 일본의 '재팬 위크', 대만의 '타이완 위크'와 비슷한 행사로, 현재 기관별로 따로 여는 해외 IR을 통합해 한국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국제행사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자본시장 제도 개선 작업도 속도를 낸다. 금융위는 중복 상장 원칙 금지 제도를 오는 7월 시행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이달 중 두 차례 세미나를 열고 5월 말~6월 초 세부 규정 및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금융권 망분리 규제 완화 방안도 재차 언급했다. 금융위는 일정 수준 이상의 보안 역량을 갖춘 금융회사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보안 강화에 나설 경우 전문가 심사를 거쳐 망분리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나아가 고도의 보안 역량과 AI 수용 능력을 갖춘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망분리 규제를 전면 해제하는 가능성도 검토하기로 했다.
Copyright ⓒ 아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