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판결 후 검사의 항소이유서를 받지 못한 채 항소심 재판이 잡혔다면 심각한 방어권 침해다. / AI 생성 이미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도 잠시, 검사의 항소 소식에 이어 이유도 모른 채 항소심 재판 날짜가 잡혔다면 누구든 당황할 수밖에 없다.
법원 전산망에는 검사가 항소 이유를 냈다고 나오지만, 정작 본인은 받은 서류가 없어 방어권 침해가 우려되는 상황.
법률 전문가들은 실무상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자칫 잘못 대응하면 1심 무죄가 뒤집힐 수 있는 '절차적 함정'이 숨어 있다고 경고한다.
항소이유서 없는 재판, 법원 실수인가 관행인가?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A씨는 검찰의 항소 소식에 이어 약 2주 뒤 공판기일이 잡혔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재판은 3주 반 뒤.
검사의 항소 이유가 담긴 '항소이유서'는 구경도 못했다. A씨가 받은 3장짜리 항소장에는 이유로 보이는 몇 줄이 전부였고, 법원 전산에는 검사가 항소장과 함께 이유서를 냈다고만 뜰 뿐이었다. 변호사도 선임하지 못한 A씨는 패닉에 빠졌다.
이처럼 황당한 상황은 법 절차를 위반한 것일까? 다수의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종종 발생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김강희 변호사는 "항소심에서는 이런 진행이 가능하고, 그렇다고 곧바로 절차 위법이라고 단정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검사가 항소장에 항소 이유를 함께 기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피고인에게 검사의 항소 이유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동균 변호사는 "전산망에는 검사가 이유서를 냈다고 되어 있는데도 서류를 받지 못한 채 재판 날짜가 잡혔다면, 이는 서류 전달 과정에서 누락이 생겼거나 법원의 행정적인 착오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가만히 있으면 유죄”…대법원이 경고한 ‘절차의 함정’
전문가들이 진짜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항소이유서 부본 미송달'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점이다.
형사소송법 제361조의3은 법원이 항소이유서를 받으면 '지체 없이' 그 부본을 상대방에게 보내줘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를 통해 피고인은 10일간의 답변서 작성 시간을 보장받는다. 이 절차가 생략되면 피고인은 방어할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는 셈이다.
더 큰 함정은 재판 당일에 있다. 법원은 항소이유서가 피고인에게 전달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더라도,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그 하자가 '치유'된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01도5810 판결).
즉, 억울함을 호소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절차 문제를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검사의 주장을 알지도 못한 채 유죄로 뒤바뀔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골든타임’ 사수 위한 3단계 생존법
그렇다면 A씨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즉각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첫째, '공판기일 연기신청서'부터 제출해야 한다. 임현수 변호사는 "아직 구체적인 항소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였고 변호인 선임도 였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므로, 법원에 공판기일 연기 신청서를 제출하여 방어권 행사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시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둘째, 검사가 제출한 서류의 실체를 확인해야 한다. 한기헌 변호사는 "항소심 법원 형사과에 연락하여 ① 검사의 항소이유서가 별도로 제출되었는지, ② 피고인에게 송달된 문서가 항소장뿐인지, ③ 항소이유서 부본 송달이 가능한지 확인해보시는 것이 좋다"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동시에 '소송기록 열람 및 복사 신청'을 통해 검사의 정확한 주장과 1심 기록 전체를 확보해야 한다.
만약 기일이 연기되지 않는다면 마지막 세 번째 단계가 남는다. 공판에 출석해 "항소이유서 부본을 송달받지 못해 방어 준비를 할 수 없었다"는 이의를 명확하게 제기하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가 경고한 '절차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최후의 방어선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1심 무죄가 항소심에서 뒤집히는 것은 중대한 사안인 만큼, 반드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절차 하나하나를 꼼꼼히 챙기며 대응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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