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민의 현장感] 차지연, 예술의 경지...150분 전율의 소리 '서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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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규민의 현장感] 차지연, 예술의 경지...150분 전율의 소리 '서편제'

뉴스컬처 2026-05-21 14:08: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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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우리 소리가 싫었던 '동호'가 다시 북 앞에 앉고, 눈이 먼 '송화'는 수십 년 세월 동안 응축된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심청가'를 열창한다. 무대가 끝남과 동시에 기립박수가 터졌고, 열연을 펼친 배우들이 등장할 때마다 환호가 이어졌다. 그리고 약 150분간 혼신의 무대로 전율을 일으키게 만든 차지연이 등장하자 공연장이 떠나갈 듯, 박수와 함성으로 가득 찼다.

지난 20일 뉴스컬처는 서울 강남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펼쳐진 뮤지컬 '서편제' 저녁 공연 현장을 찾았다. 이날 '송화' 역 차지연, '동호' 역 김준수, '유병' 역 서범석 등이 주요 출연진으로 나섰다.

뮤지컬 '서편제'에서 '송화'로 열연한 배우 차지연. 사진=PAGE1
뮤지컬 '서편제'에서 '송화'로 열연한 배우 차지연. 사진=PAGE1

'서편제'의 얼굴과 다름없는 차지연과 '현역가왕2'로 존재감을 알린 국악인 김준수가 함께 무대에 오른 만큼, 공연장은 평일인데도 만석을 이뤘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린 궂은 날씨에도 관객들의 얼굴은 이들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상기 돼 있었다.

뮤지컬 '서편제'는 이청준 동명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소리꾼 가족의 여정을 따라가며 예술이 만들어내는 고통과 집착, 사랑과 상처, 그리고 화해의 순간을 섬세하게 담은 창작 뮤지컬이다. 2010년 초연 이후 총 다섯 시즌의 공연을 거치며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총 21회의 수상 기록을 세우는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았다. 

뮤지컬 '서편제'를 관람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 사진=뉴스컬처
뮤지컬 '서편제'를 관람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 사진=뉴스컬처

특히 이날 공연에 나선 차지연은 '서편제'로 2010년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여우신인상, 2011년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 2017년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에서 아시아 뮤지컬 대상 등을 수상했다. 차지연이 뮤지컬 배우로서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관객들의 가슴 속에 가장 깊이 남은 작품이기도 하다.  

시놉시스(SYNOPSIS)

어린 '송화'는 의붓 남동생 '동호'와 함께 진정한 소리꾼의 길을 쫓는 아버지 '유봉'을 따라 유랑한다. 특히 송화와 동호 남매는 소리를 놀이 삼아, 친구 삼아, 서로 마음을 나누며 피보다 진한 관계가 된다. 그러나 '득음'을 향한 아버지의 집착이 계속되고, 그가 친모를 죽였다고 생각한 동호는 저항하다 결국 자신의 소리를 찾아 떠난다.

반면 송화는 아버지 곁에 남아 소리를 완성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끝내 이룰 수 없다는 두려움과 동호에 대한 그리움으로 소리를 포기하려 한다. 이에 유봉은 송화의 두 눈을 멀게 만든다.

뮤지컬 '서편제'에서 '송화'로 열연한 배우 차지연. 사진=PAGE1
뮤지컬 '서편제'에서 '송화'로 열연한 배우 차지연. 사진=PAGE1

막이 오른 이후 15분 쯤 됐을 때 처음 등장한 차지연은 극에서 가장 유명한 넘버중 하나인 '살다 보면, 살아진다'를 부르며 순식간에 관객을 홀린다. 첫 넘버부터 폭발적인 성량으로 무대를 압도한다. 또한 너스레를 떠는 듯, 젊은 '송화'의 밝은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객석을 웃음꽃으로 물들이기도 한다.

김준수도 독보적인 가창력과 흠잡을 데 없는 연기로 몰입도를 높인다. 부녀를 떠난 뒤 몸담게 된 서양 음악 그룹 '스프링 보이즈' 무대는 극 안에서 또 다른 반전으로, 김준수는 넓은 보컬 스펙트럼을 과시하며 관객을 환호하게 한다.

여기에 한지와 디지털 그래픽을 사용한 무대 배경이 시종 눈길을 끌었다. 남도의 산자락부터 화려한 '스프링 보이즈'의 쇼무대까지 조잡하지 않게, 빠르게 전환하는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원형으로 설치된 회전 레일을 이용해 시간의 변화, 인물들의 감정 표출 등을 더욱 섬세하게 그려냈다. 마치 잘 편집된 영화의 한장면처럼 표현했다.

뮤지컬 '서편제 차지연-김준수. 사진=사진=PAGE1
뮤지컬 '서편제 차지연-김준수. 사진=사진=PAGE1

'송화' 역인 차지연이 등장할 때마다 관객들의 마음이 먹먹해진다. 특히 1막의 마지막, 눈이 멀게 된 송화가 아버지를 향한 원망을 토해낼 때 가슴을 부여잡게 된다. 무엇보다 깊은 소리로 처절하게 울부짖는 차지연의 연기 내공에 절로 감탄사가 터진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재회한 '송화'와 '동호'가 '심청가'로 대미를 장식한다. 극의 하이라이트다. 역경을 딛고 마침내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송화'의 소리는 관객 가슴 깊숙하게 파고들어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리고 공연장을 나선 이후까지 한이 배인 차지연의 소리와 남매의 마지막 모습이 선명하게 남아 먹먹함을 남긴다. 

뮤지컬 '서편제' 차지연. 사진=PAGE1
뮤지컬 '서편제' 차지연. 사진=PAGE1

극 자체가 감정의 파고를 일으키는데, 차지연의 열연은 감동을 더욱 키운다. 본지 기자는 한 달 전 뮤지컬 '렘피카'를 관람했다. '라파엘라' 차지연과 '송화' 차지연이 과연 한 사람인가 싶다. 동시기에 완전하게 대비되는 인물 각각 제 옷을 입은 듯 연기하는 그가 경이로울 정도다.

현재 차지연은 '렘피카'와 '서편제'를 동시에 소화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현역가왕' 콘서트까지 나서고 있다. 그런 그가 무대 위에서 피를 토하듯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

뮤지컬 '서편제'에서 '소리'는 누군가의 눈물과 상처, 견뎌냈던 시간과 지워지지 않는 고통이 켜켜이 쌓여 마침내 한 사람을 살아남게 하는 힘임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뭍는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인은 어떤 시간을 건너 그 경지에 이르는가.

예술의 경지에 오른 차지연의 무대를 비롯해 이자람, 이봄소리, 시은, 김준수, 유현석, 김경수, 서범석, 박호산, 김태한 등이 열연하는 '서편제'는 오는 7월 19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계속된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g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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