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식사 걱정에 여행도 못 갔는데”…김옥희씨, 장기기증으로 6명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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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식사 걱정에 여행도 못 갔는데”…김옥희씨, 장기기증으로 6명 살려

경기일보 2026-05-21 11:28: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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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자 김옥희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노인복지회관에서 최근까지 조리사로 일하며 어르신의 식사를 챙긴 60대 여성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6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4월15일 전남대병원에서 김옥희씨(68)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신장(양측)과 폐, 간장, 안구(양측)를 기증해 6명의 생명을 살리고 영면했다고 21일 밝혔다.

 

김씨는 4월9일 직장에서 일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받았다. 그러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장기·조직기증 의사를 먼저 밝힌 것은 김씨의 남편 박천식씨다. 그는 “그냥 허무하게 아내를 보낼 수 없었다”며 “생전 아내와 ‘할 수 있으면 장기기증을 하고 가자’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나눴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10여년 전 기증 희망 등록을 해 둔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영암에서 태어난 김씨는 젊은 시절 서울에서 보내다 40대 중반에 남편을 만나 15년 전 고향으로 귀향했다. 꽃을 좋아해 집 앞 마당에 꽃을 심고 키우는 것을 즐겼고, 음식 솜씨도 뛰어나 주로 음식 관련 일을 해왔다.

 

최근까지는 노인복지회관 조리사로 근무하며 어르신들의 식사를 책임졌다. 어르신들이 입을 모아 칭찬할 정도로 음식 솜씨가 좋았으며, 성격도 밝고 서글서글해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남편과 많은 추억을 쌓지는 못했다. 지난해에도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지만 김씨가 복지회관 어르신들의 식사 걱정에 끝내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고 남편은 전했다.

 

지난 14일은 두 사람의 결혼 20주년이었다. 박씨는 20년 전 결혼 앨범을 다시 펼쳐 들고 “그렇게 예쁜 사람인 줄 몰랐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니엘라(세례명), 사는 동안 너무 감사했고 고마웠어. 고생 많이 하게 해서 미안하고, 따뜻하게 해주지 못한 것도 미안해”라며 “당신의 빈자리가 너무 크고 사는 동안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 못했는데 사랑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기증자 한 분 한 분의 결정 뒤에는 이처럼 깊은 사랑과 사연이 담겨 있다. 김옥희 님과 가족의 숭고한 결단이 생명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었듯, 이 이야기가 더 많은 분께 나눔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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