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전시관] 노이즈가 깨운 감각, 시간은 흔들리고 공간은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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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전시관] 노이즈가 깨운 감각, 시간은 흔들리고 공간은 울린다

뉴스컬처 2026-05-21 10:38:12 신고

2026년 아르코미술관 창작주체 연계 기획전 '어긋난 파동, 흔들리는 시간: 오민, 카밀 노먼트' 포스터.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2026년 아르코미술관 창작주체 연계 기획전 '어긋난 파동, 흔들리는 시간: 오민, 카밀 노먼트'는 오민의 영상 설치 '동시' 연작과 카밀 노먼트의 신작 '플렉서스(리좀) 서울'을 소개한다. 두 작가는 노이즈를 결함이나 방해 요소로 다루지 않는다. 불협, 소음, 오류, 진동은 세계를 다시 감각하게 만드는 출발점이다.

◇시간을 다루는 작가

오민은 영상, 음악, 퍼포먼스, 출판, 렉처를 오가며 ‘시간이 어떻게 감각되고 구성되는가’를 탐구해 온 작가다. 서울대학교에서 피아노와 디자인을 공부했다.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 석사를 마쳤다. 음악적 훈련에서 익힌 리듬과 시간 감각은 이후 영상 설치와 퍼포먼스 작업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

오민의 작업에서 시간은 과거의 계획, 현재의 변수,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가 한 화면 안에서 움직이는 상태에 가깝다. 촬영 현장, 악보, 연습, 인터뷰, 퍼포먼스는 모두 작가가 시간을 해부하는 방식이다. 작가는 결정이 내려지기 전의 흔들림과 오류, 실수와 변수를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다. 아르코미술관 제1전시장에 소개되는 '동시'는 오민이 수년간 연구한 연작이다. '동시, 연습곡', '동시, 인터뷰 1, 2', '동시, 콘퍼런스', '동시, 포트레이트', '동시, 퍼포먼스', '동시, 렉처' 등 일곱 편 영상이 아홉 개 스크린 채널로 펼쳐진다.

'동시'에서 핵심은 ‘OK’라는 판단이다. 촬영 현장에서 OK 사인은 확정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불확실성 속에서 내려지는 임시적 선언에 가깝다. 감독은 과거의 계획을 떠올리면서 현재의 우연을 읽는다. 미래의 편집과 결과를 상상한다. 오민은 복잡한 판단의 순간을 작품의 구조로 삼는다. 노이즈도 오민의 작업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노이즈는 필름 입자, 프레임의 미세한 차이, 움직임의 어긋남, 촬영 현장의 변수, 퍼포머의 흔들림까지 모두 이미지를 살아 있게 만드는 요소다. 작가는 “모든 실수와 오류가 제거된 OK 숏”이 오히려 비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의 영상은 매끈한 완성보다 불안정한 상태에서 더 많은 정보가 발생한다는 생각을 따라간다.

오민 작가.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오민 작가.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오민은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4인에 선정됐다.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송은미술대상 우수상, 두산연강예술상 등을 받았다. '연습곡', '토마', '노래해야 한다면 나는 당신의 혁명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대화 춤 대화' 등 개인전을 거치며 시간 기반 설치와 퍼포먼스의 경계를 확장했다.

오민의 '동시'는 150분 분량의 시간 기반 설치다. 9채널 영상과 12채널 사운드로 구성된다. 여러 화면과 소리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작동한다. 관람객의 몸은 그 사이를 이동하며 시간을 체험한다. 작품 제목인 ‘동시’는 서로 다른 사건과 개체가 한꺼번에 얽힌 상태를 뜻한다. 오민에게 촬영 현장은 늘 그런 상태다. 감독, 스태프, 퍼포머, 카메라, 스코어, 음악, 결과물은 위계적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서로 충돌하고 영향을 주고받는다.

'동시'가 흥미로운 이유는 과정의 기록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연습, 인터뷰, 콘퍼런스, 포트레이트, 퍼포먼스, 렉처는 서로 다른 형식이지만 모두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창작은 언제 확정되는가. 실수는 정말 제거되어야 하는가. 결과를 모르는 상태에서 내리는 결정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화면은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불확실한 순간이 어떻게 이미지와 사운드의 밀도를 만드는지 보여준다. 오민의 노이즈는 잡음이 아니라 디테일의 다른 이름이다.

◇소리로 역사를 흔드는 작가

카밀 노먼트는 노르웨이 오슬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다. 소리를 신체와 공간, 시간, 역사가 충돌하는 장으로 다룬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미술사와 비교문학을 공부했고, 뉴욕대학교에서 미술과 인터랙티브 텔레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석사를 마쳤다. 휘트니미술관 독립연구프로그램도 수료했다. 노먼트는 자신의 미학적 개념을 ‘문화적 정신음향학’으로 설명한다. 소리를 청각적 현상으로만 보지 않는다. 사회와 문화, 역사, 기억이 몸에 작용하는 방식으로 바라본다. 들리지 않는 소리, 억압된 소리, 잊힌 목소리는 작업에서 다시 물질성을 얻는다.

2015년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노르딕 파빌리온에서 노르웨이 대표 작가로 참여했고, 대규모 3부작 프로젝트 'Rapture'를 선보였다. 이후 코치-무지리스, 몬트리올, 리옹, 태국 비엔날레 등에 참여했다. 2023년 백남준예술상을 받았고, 2024년 베르겐대학교 음악·미술·디자인학부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노먼트에게 공간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신체가 동시에 울리는 곳이다. 소리와 진동은 바닥, 벽, 구조물, 뼈와 피부까지 통과한다.

카밀 노먼트의 '플렉서스(리좀) 서울'은 아르코미술관 커미션으로 제작된 신작이다. 한국에서 노먼트의 작품이 미술관 전시로 소개되는 첫 사례다. 작품은 24채널 사운드, 진동 스피커, 생성형 작곡 소프트웨어, 삼나무 구조물로 구성된 가변 크기의 음향 설치다. 제2전시장에 들어서면 바닥을 뚫고 솟아오른 듯한 목재 구조물이 공간을 가로지른다. 구조물은 뿌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신경망처럼 보이기도 한다. ‘리좀’이라는 제목처럼 여러 방향으로 퍼지는 연결망에 가깝다. 

작품의 핵심은 소리의 물질성이다. 내장된 진동 스피커는 신체에 전달한다. 목재의 울림, 저음의 떨림, 비언어적 허밍, 다성적 발성은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공명체로 만든다. 소리는 관람객의 몸을 흔드는 물리적 힘이 된다. 노먼트는 아르코미술관의 주파수를 측정해 작곡에 반영했다. 전시 장소 자체가 작품의 일부가 된 셈이다. 서울의 속도, 불안, 호흡, 다층적 감각이 소리의 층으로 쌓인다.

카밀 노먼트 작가.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카밀 노먼트 작가.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녹음된 서울의 목소리는 과거 뉴욕에서 녹음된 목소리와 얽힌다. 서로 다른 도시와 시간, 이름 없는 존재들의 발성이 하나의 음향 구조 안에서 공명한다. 노먼트는 역사적 승자의 소리만 남는 시간 구조를 흔든다.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 기록되지 못한 감각, 억압된 소음이 전시장 안에서 다시 몸을 얻는다. '플렉서스(리좀) 서울'은 질서를 깨는 힘이자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출발점이다.

오민과 카밀 노먼트를 관통하는 말은 노이즈다. 오민에게 노이즈는 영상 안의 오류와 변수, 필름 입자와 시간의 흔들림이다. 카밀 노먼트에게 노이즈는 역사 속에서 밀려난 소리와 억압된 목소리, 신체를 흔드는 진동이다. 두 작가는 질서정연한 완성보다 불안정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가능성에 주목한다. 매끈한 이미지, 정제된 소리, 일직선의 시간 대신 어긋남과 마찰, 중첩과 떨림을 전면에 둔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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