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영화 '군체' 리뷰: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군체'의 주인공은 좀비다"
'군체'를 만든 연상호 감독이 이렇게 말했다. 작품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지금껏 전세계 어디에도 없던 좀비가 등장한다. '장르' 자체의 진화, K-무비가 제 먼저 해냈다.
서울 도심의 초고층 빌딩에서 정체불명 집단 감염사태가 발생한다. 건물은 순식간에 봉쇄되고,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대로 고립된다. 감염 사태는 인류를 다음 단계로 도약시키려는 생물학자 서영철(구교환)의 비틀린 신념으로 시작됐다. 짐승처럼 기어 다니던 감염자들은 순식간에 두 발로 걷기 시작 하더니 사람을 식별하기 시작한다. 급기야 단체로 정보를 업데이트 하며 무리를 지어 생존자들을 공격한다.
생명공학자 권세정(전지현)과 생존자들은 자신의 몸에 백신을 주입했다는 서영철을 포박, 구조대가 기다리는 옥상으로 향한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감염자들은 더욱 공포스럽게 그들을 위협한다.
극 초반, 주요 인물들의 관계성이 드러나고 첫 좀비가 등장할 때만해도 흔한 재난물의 클리셰를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다 급속도로 진화하는 좀비들의 모습이 구현 되면서 장르의 변주가 시작, 눈앞에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장면이 펼쳐지며 흥미를 끌어 올린다.
여기에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김신록, 신현빈 등 배우들의 캐릭터에 빙의한 듯 한 연기가 몰입도를 더한다. 11년 만에 대형 스크린에 등장한 전지현의 얼굴을 마주하는 자체가 재미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유지되는 미모가 아이러니할 정도다. 구교환은 영화 '만약에 우리'에 이어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까지 잇따라 자신을 노출 시키면서도, 식상함 대신 또 한 번의 새로운 얼굴을 드러내 감탄을 자아낸다.
지금까지 보통의 좀비물은 통상적으로 배우들이 안무를 훈련해 장면을 소화해 왔다. 연상호 감독은 장르 최초로 20여 명의 전문 무용수와 협업을 시도했다. 온몸을 뒤틀다 직립을 하고, 생존자들을 모방하는 진화의 모습을 무용수들이 낯설면서도 기괴한 동작으로 그려낸다. 극 후반부에는 마치 무용수들의 공연을 보는 듯 장관이 연출되기도 한다.
앞서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 '반도' 등에서 좀비를 통해 시대의 불안과 결핍을 들여다봤다. '군체'에서는 자신이 창조했던 K-좀비 장르의 물꼬를 과감하게 비틀었다. '살아있는 시체'로 인식 돼 온 좀비의 정체성에 과감한 변화를 주며 새로운 종(種)을 탄생시켰다. 좀비를 주인공으로 확신하는 이유다.
'군체'는 칸 영화제에서 기립박수를 받았고, 톱배우들이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는 것만으로 그 어떤 작품보다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새롭게 접하는 좀비의 모습은 분명 흥미롭다. 그들의 예측불가한 행동이 시종 긴장감을 안긴다. 하지만 극장에서 2시간 넘게 앉아 있어야 하는 상황, 흔히 말하는 '재미'만 놓고 따졌을 때, 천만관객이 좋아한 연 감독의 흥행작 '부산행'과 비교하자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늘 그렇듯 큰 기대는 큰 실망을 불러오는 법이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g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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