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문화부에서 고위직을 역임한 인물이 약 10년간 수백 명의 여성에게 이뇨제가 든 음료를 먹인 뒤 그 고통스러운 모습을 관찰하고 촬영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가해자 크리스티앙 네그르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채용 면접이나 업무 회의를 빌미로 여성들을 불러들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이뇨제를 탄 음료를 건넨 뒤 산책 등을 핑계로 화장실 이용이 어려운 야외로 피해자들을 데려갔고, 이들이 참지 못해 괴로워하거나 노상 방뇨를 하는 장면을 목격하며 기록까지 남겼다.
그가 작성한 '실험 P'라는 엑셀 파일에는 181명에 달하는 피해 여성들의 반응과 접촉 경위가 상세히 정리돼 있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문화부 본부 인사정책 부국장직을 맡았던 그는 이후 그랑데스트 지역문화업무청 부청장으로 전보됐다. 2018년 회의 중 책상 밑에서 여성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적발되면서 직위해제 후 면직 처분을 받았고, 이듬해 기소됐다.
동료 직원들 사이에서는 일찍이 그에게 '사진사'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수상한 행동이 감지됐으나 정식 신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피해 여성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급히 화장실을 찾다 옷을 적신 수치스러운 경험, 신체 손상과 출혈, 외상후스트레스장애까지 다양한 후유증을 토로했다. 문화부 양성평등 교육에 강사로 참석했다가 피해를 입은 사례도 확인됐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범행을 '실험'이라 칭한 점을 꼬집으며 "동물이나 사물에나 쓸 표현을 인간에게 적용했다"고 규탄했고, 문화부 자체가 가해자의 사냥터가 됐다고 성토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범행 발각 이후의 행보다. 네그르는 지난해 여름까지 '베르나르 장르'라는 가명으로 대학에서 인사관리 강의를 하고 컨설팅 활동까지 벌였다. 학생들이 여성단체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진을 보고 그의 신원을 알아채 학교 측에 제보하면서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건 발생 7년이 지났음에도 형사재판은 아직 개시되지 않은 상태다. 수사당국은 피해자 접촉과 고소 의사 확인 등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올해 안에 수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파악된 잠재적 피해자 수는 248명이며, 이 중 180명이 법적 절차에 공식 합류했다.
성범죄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와 느슨한 사법 대응이 이번 사건을 키웠다는 비판이 프랑스 안팎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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