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이 자국 통화 가치 급락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대폭 끌어올렸다.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가 4.75%에서 5.25%로 조정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지난해 10월 이래 7개월 만의 인상으로, 미 달러 대비 루피아화 환율이 사상 최저치로 곤두박질치자 긴급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BI 수장인 페리 와르지요 총재는 중동 분쟁 여파로 확산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에 맞서 루피아화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후속 대책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을 목표 구간인 1.5~3.5% 내로 관리하겠다는 선제적 의지도 담겼다고 덧붙였다.
중동 전쟁 발발 이후 국제유가와 원자재 시세가 치솟으면서 인도네시아의 에너지 수입 부담이 가중됐고, 이로 인한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BI는 우려해왔다. 다만 페리 총재는 다양한 안정화 정책이 루피아화 약세의 물가 파급 효과를 제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결정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것이었다. 블룸버그가 사전에 실시한 설문에서 46명의 경제 전문가 가운데 0.5%포인트 인상을 점친 이는 고작 1명에 불과했다. 25명은 0.25%포인트 소폭 인상을, 15명은 동결을 예측했다. 그간 BI가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 수준과 경기 부양 필요성을 감안해 금리 인상에 신중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OCBC 은행의 라바냐 벤카테스와란 이코노미스트는 BI가 강력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했다고 평가하며, 단기적으로 투자 심리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추가 금리 인상의 문도 열렸다며 조만간 또 다른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날 장중 루피아화 환율은 달러당 1만7천745루피아까지 추락하며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가, 금리 인상 발표 후 1만7천600루피아대로 소폭 반등했다. 루피아화는 중동 사태 이전부터 증시 투명성 논란과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으로 하락 압력을 받아왔다.
페리 총재는 루피아화가 여전히 실제 가치보다 낮게 거래되고 있다며, 국내 달러 수요가 감소하는 7월부터는 강세 전환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반면 OCBC의 크리스토퍼 웡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치가 심리 안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루피아화 하락세를 완전히 막는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유가 안정과 중동 지정학적 긴장 완화 등 대외 환경 개선이 수반되어야 실질적인 통화 강세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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