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그레이 블레이저와 다크 그레이 플리츠 원피스 모두 GROVE, 삭스와 메리제인 슈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이승훈 & 이소영
남매 모두 프리스타일 스키를 선택했지만, 그 출발은 조금 달랐다. 오빠 이승훈 선수는 어릴 적 즐기던 어그레시브 인라인에서 자연스럽게 스키로 이어졌고, 동생 이소영 선수는 아버지의 권유로 수영을 거쳐 스키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이미 스키를 타고 있던 오빠의 존재 역시 자극이 됐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 사람의 궤적이 조용히 방향을 만든 셈이다.
같은 길 위에 서 있지만, 두 사람의 거리는 의외로 담백하다. 함께 대회를 치를 기회가 많지 않았고, 각자 훈련과 일정 때문에 떨어져 지낸 시간이 길다. 이승훈 선수는 의도적으로 그 거리를 유지하는 편이기도 하다. 현장에 있을 때조차 이소영 선수를 곁에서 돕기보다는 스스로 부딪치고 익혀야 한다는 쪽을 택한다. 자신의 존재가 오히려 동생에게 불필요한 도움이나 시선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렇게 시간을 쌓아가는 이 관계는 가족이면서 한편으로는 동료에 가깝다. 그 사이에서 동생은 오빠의 점프를 떠올리며 그 높이와 완성도를 인상적 순간으로 기억하고, 오빠는 ‘누군가 한 명 더 보고 있다’는 존재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겉으로는 잘 표현하지 않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저마다 온기가 스며 있다. 이승훈 선수에게 동생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존재고, 이소영 선수에게 오빠는 무심해 보이지만 결국 뒤에서 챙겨주는 사람이다. 긴 시간을 함께 보내지 않아도 관계의 결은 그렇게 유지된다. 이번 촬영은 그런 두 사람에게 잠시 같은 장면 속에 머무는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나란히 서서 서로를 마주하고, 하나의 프레임에 담기는 경험. 익숙지 않은 어색함 속에서도 이어지는 순간이 있었다. 각자 앞으로 목표는 분명하다. 이승훈 선수는 당분간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입은 부상을 치료하는 데 집중한 뒤 2027 창춘 동계세계대학경기대회에서 재도약하기 위해 준비 중이며, 이소영 선수는 다음 올림픽 출전을 향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있다. 각자 자리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나아가는 두 사람 사이에는 여전히 적당한 거리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어지는 응원이 남아 있다. 그 거리는 어쩌면 지금 두 사람에게 가장 익숙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아도 마음으로는 서로 응원하고 있어요.
가족이기에 존재 자체만으로 든든하죠.
(백명화) 블랙 퍼프 디테일 블라우스 &OTHER STORIES, 블랙 와이드 벨티드 팬츠 STUDIO NICHOLSON, 블랙 부츠 OSOI
IWMW 건축가
백인화 & 백명화
베를린으로 떠난 지 2년이 넘은 언니 백인화 소장과 한국에 남아 사무소를 지키는 동생 백명화 소장. 두 사람이 같은 자리에 마주 앉은 건 거의 1년 만의 일이다. 각자 이름을 본뜬 건축 사무소 IWMW를 10년째 운영해온 자매에게 ‘함께 일한다’는 말은 꼭 같은 공간에 머무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동생의 하루가 끝나면 베를린에서 언니의 시간이 시작되고, 그 사이를 오가며 작업은 계속된다. 그렇게 시차는 간극이라기보다 하나의 흐름에 가까운 것이 되었다.
두 사람이 건축가의 길을 걷게 된 배경에는 제각각 다른 출발점이 있었다. 백인화 소장은 이과적 사고와 문학적 감성 사이에서 건축이라는 접점을 발견했고, 백명화 소장은 손으로 뭔가를 그리는 과정에서 이 일을 떠올렸다. 처음부터 자매가 함께하겠다는 뚜렷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언젠가는 함께 뭔가를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고, 그 시점이 조금 일찍 찾아온 것뿐이다.
두 사람은 전형적인 ‘언니와 동생’ 구도로 관계를 설명하기 어렵다. 누가 앞서거나 양보해야 한다는 기준 없이 자랐고, 지금도 그 방식은 그대로 남아 일을 하면서도 매 순간 ‘공평하게 하고 있는가’를 되짚는다. 이러한 균형은 작업 방식에도 스며 있다. 프로젝트마다 한 사람이 방향을 더 선명하게 잡고, 다른 한 사람이 곁에서 보완하는 식이지만, 그 경계는 유동적이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끊임없는 대화다. 불편한 지점이나 어긋나는 순간은 품어두지 않고 그때그때 꺼내놓는다. 그렇게 쌓인 대화가 두 사람의 작업을 지탱한다.
어릴 때부터 공유해온 취향 역시 지금 협업을 이루는 바탕이 된다. 같은 것을 고르고, 비슷한 이유로 좋아하고, 또 비슷한 지점에서 멈춘다. 건축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공간이 좋은지, 그것이 왜 좋은지를 설명하는 방식도 닮았다. 물론 모든 선택이 한 방향으로 모이는 것은 아니다. 동생이 보다 직관적이고 실험적인 가능성을 열어두는 편이라면, 언니는 그것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를 고민한다. 서로 다른 감각은 충돌하지 않고 보완으로 이어지며, 그 겹침 끝에서 결과에 가까워진다.
자매는 서로를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료라고 말한다. 가족이라는 관계에 시간을 들여 만들어온 또 하나의 선택이다. 지금은 서로 다른 도시에 머물지만, 그 사이의 거리는 또 다른 방식의 연결로 남아 있다. 그 연결 위에서 두 사람은 지금의 조건 안에서 가능한 새로운 방식을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다. 물리적 거리에서 비롯된 가능성까지 시야를 넓히며, 아직은 분명한 답을 내리지 않고 그 가능성을 천천히 더듬어가는 중이다.
가족이라는 필연적 관계를 떠나 저희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료가 되기로 ‘선택’했어요.
(김민경) 다크 브라운 슈트 셋업 &OTHER STORIES, 라이트 그린 셔츠 RECTO, 블랙 스틸레토 힐 FERRAGAMO
뛰뚜아멍 셰프 & 매니저
김도현 & 김민경
서울에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뛰뚜아멍’을 운영하는 김도현 셰프와 김민경 매니저의 협업 역시 가족이라는 관계가 이뤄낸 감각 위에서 작동한다. 이들에게 남매라는 관계는 배경이 아니라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가장 현실적 조건이었다.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선택 앞에서도 서로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이 뛰뚜아멍 탄생의 출발점이기 때문.
김도현 셰프는 요리를 통해 자신만의 언어를 구축하고, 김민경 매니저는 그 언어가 온전히 구현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주방과 서비스의 경계는 분명하지만, 이는 단절이 아닌 집중을 위한 구조에 가깝다. 각자 영역에서는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중요한 순간에는 서로의 판단을 교차해 확인한다. 의견이 엇갈릴 때는 해당 영역을 맡은 사람이 최종 결정을 내린다. 다만 이 구조가 자리 잡기까지는 조율의 시간이 필요했다. 서로의 표현 방식을 이해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성향을 충분히 파악한 뒤에는 각자 역할 안에서 판단을 맡기며 운영하고 있다. 특히 메뉴 테이스팅 과정에서 오가는 솔직한 피드백은 이 관계에서 중요한 축이다. 동료였다면 망설였을 말도 거리낌없이 주고받고, 그 직선적 대화가 결과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협업의 리듬은 새로운 코스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또렷해진다. 원하는 결과가 쉽게 나오지 않을 때, 매니저는 셰프가 구현하려는 맛과 방향을 짚어내고 그중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제안한다. 셰프는 그 단서를 바탕으로 여러 시도를 거쳐 결국 하나의 형태를 완성한다. 감각을 읽어내는 역할과 그것을 구현하는 역할이 맞물리는 이 과정은 두 사람의 협업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들의 관계는 일상적 운영 속에서도 축적된다. 높은 강도의 업무 속에서도 각자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서로를 염려한다는 점은 별도의 설명 없이도 공유된다. 동시에 서로의 영역을 통해 영향을 주고받는다. 디자인을 전공한 김민경 매니저의 감각적 사고는 김도현 셰프의 코스 구성과 요리 언어를 확장하고, 셰프의 표현은 매니저의 아이디어를 실제 형태로 드러낸다. 뛰뚜아멍이 지향하는 방향 역시 이 관계와 맞닿아 있다. 완성된 형태의 파인다이닝이라기보다 자신들의 세계를 찾아가는 과정이자 시작점에 가까운 공간이다. 시즌마다 코스를 새롭게 구성하며 재료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질문을 이어간다. 규모의 확장보다 밀도를 선택하는 태도 역시 이들이 공유하는 기준에서 비롯된다.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 역시 흥미롭다. 익숙한 관계에 머물지 않고, 하나의 창작자이자 동료로서 상대를 다시 인식하게 되는 순간. 두 사람은 서로를 “날개를 달아주는 조력자”라 말한다.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되 각자 역할로 균형을 맞추는 관계, 이들의 협업은 그렇게 계속 이어진다.
서로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조력자가 되고 싶어요.
함께 머릿속으로 그리는 그림이 실현될 수 있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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